MS는 왜 'AI' 대신 '코파일럿'만 외쳤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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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재권 2023.05.23 17:11 PDT
MS는 왜 'AI' 대신 '코파일럿'만 외쳤을까?
사티아 나델라 MS CEO가 빌드2023에서 키노트 연설을 하고 있다

MS 빌드2023에서 드러난 '프레이밍' 전략
플러그인 통해 앱스토어 넘는다
2023년 이후 애플, 구글, MS의 전략 대체적으로 드러나

23일(현지시간) 온오프라인으로 개최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연례 개발자 컨퍼런스 빌드(Build) 2023. 예전 같았으면 '빌드'에 맞춰 신제품을 쏟아내면서 '와우'를 노렸을텐데 워낙 급박한 시기라 2~4월까지 3개월간 집중적으로 발표했고 오늘 빌드는 윈도+GPT의 '종합판' 같은 느낌이었다.

빌드2023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오픈AI와 협력, GPT를 '빙(Bing)'에 내장시키면서 인공지능(AI) 플랫폼 전쟁에서 일단 승기를 잡음에 따라 이를 확산시키려는 전략을 드러낸 이벤트였다.

MS의 프레이밍 전략 : 코파일럿

프레이밍(Framing)은 특정 상황 또는 문제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방식을 결정하는 것을 말한다. '액자에 넣는다'는 의미로, 어떤 정보를 강조하거나 어떤 관점으로 문제를 제시함으로써 사람들의 인식을 조작하거나 영향을 미치는 것을 뜻한다.

프레이밍은 매체, 정치, 마케팅,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적용된다. 어떤 이슈나 상황을 다른 각도나 시각으로 표현하거나 설명함으로써 사람들의 인식과 반응을 조작할 수 있다. 프레이밍은 커뮤니케이션과 사고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합니다. 어떤 정보나 주제를 어떻게 프레임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이해와 판단이 달라질 수 있으며, 이는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MS는 '빌드 2023'에서 '코파일럿' 이라는 프레이밍을 시도한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구글 순다르 피차이가 구글I/O에서 'AI'만 140번 이나 외쳤는데 MS는 약 2시간의 키노트에서 AI 대신 '코파일럿'을 계속 강조했다.

MS와 오픈AI는 각자 프로덕크(서비스)가 있는데 이 것을 합쳐서 '코파일럿(부조종사)' 이라 통일했다. MS가 인수한 깃허브 프로덕트를 전 서비스로 확장한 의미도 있다.

윈도는 현재 PC 운영체제의 70%를 차지하고 있는데 윈도11에 ‘코파일럿’을 내장해서 윈도11 OS를 사용하면 누구나 GPT 기능을 쓸 수 있게 됐다. 예정된 수순이었지만 매우 빠르고 과감한 움직임이다. 

윈도 초기화면에서 콘텐츠의 초안 작성과 수정, 파워포인트 프레젠테이션을 위한 이미지나 비디오 자동 생성하고 콘텐츠 재작성이나 요약, 설명 등을 요청할 수 있다. 

구글이 AI 브랜드들(바드, 듀엣AI 등)이 정립이 안 돼 있는데 반해 MS는 '코파일럿' 브랜딩으로 윈도, 오피스365, 빙 등이 내장되는 모든 AI 기능들이 '부조종사' 역할이다는 인식을 주고 있는 것이다. 테슬라 일론 머스크가 자율주행이 아닌데도 '오토 파일럿'을 자율주행이라 우겨서 결국 자율주행의 대명사가 ‘오토 파일럿’이 됐듯 MS도 '코파일럿'을 생성AI의 대명사처럼 인식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인공지능은 '돕는다'란 인식이면서 신조어가 난무하는 시기에 이해하기 비교적 쉬운 단어로 대중화시키겠단 것이다.

케빈 스콧 MS CTO가 Microsoft 빌드 2023에서 '코파일럿'을 소개하고 있다 (출처 : MS )

플러그인 통해 앱스토어 넘는다

MS는 10년전 '윈도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모바일 운영체제(OS) 전략이 대대적으로 실패하면서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공룡' 그리고 '망해가는 회사' 취급을 받았다. 애플과 구글의 양강 체제가 비즈니스는 물론, 일상에 지배력을 갖출 때였다. 이렇게 공고화된 애플과 구글의 듀오폴리 체제는 '아마존'도 뚫지 못했다. 아마존도 비모바일 기기 '알렉사'와 '에코'를 기반으로 한 사물인터넷 기기를 선보였고 의미있는 점유율을 확보하기도 했다. 하지만 '모바일'만큼의 파괴력을 나타내진 못했다.

'모바일' 시대에 폭망을 경험한 MS는 균열을 내기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바로 '플러그인' 전략이다. 이날 발표의 핵심은 ‘윈도’에 코파일럿을 적용시킨 것과 함께 생태계 확장 전략으로 ‘플러그인’ 방식을 보편화시키려 한 점이다. 

실제 이번 빌드에서 마이크로소프트는 개발자가 앱을 만들어 코파일럿에 배포할 수 있도록 '플러그인'을 추가한다고 발표했다. 

플러그인은 소프트웨어나 응용 프로그램에 추가 기능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구성 요소로 웹 브라우저, 그래픽 소프트웨어, 멀티미디어 플레이어 등 다양한 소프트웨어에서 사용됩니다. 웹 브라우저에 플러그인을 내려받으면 특정 기능을 추가하거나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재생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개발자는 MS365 코파일럿에서 여러 기업의 API를 끌어와 앱을 개발, 배포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앱 접근성을 확장하고, 수익 창출까지 할 수 있게 된다.누군가 웹사이트나 API를 만들면 누구나 그것을 이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앱스토어에 방문, 다운로드하지 않고 플러그인을 통해 생태계를 확장시키겠다는 것이다.

애플이 모바일 생태계를 ‘앱스토어’로 열었듯, MS와 오픈AI는 ‘탈모바일’ 생태계 확장 전략으로 ‘플러그인’ 방식으로 돌파하며 애플과 구글(안드로이드) 양강 구도에 균열을 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AI의 ㅣ플러그인 (출처 : MS 뉴스룸)

2023년 이후 애플, 구글, MS의 전략 대체적으로 드러나. 

오픈AI가 지난해 11월 30일 챗GPT 공개 이후 10년간(길게보면 40년간) 이어온 비즈니스 판도가 흔들렸다. 

PC와 모바일이라는 소비자 및 업무 기기 시장을 둘러싼 플랫폼 3대장의 전략이 대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결과는 지배력 공고화가 될 것이고 아직은 기존 구도가 흔들릴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애플이 6월 5일 개최될 WWDC에서 ‘사파리’나 iOS17, iPadOS17, 맥SO14 등에 특별한 AI 기능을 넣는다는 얘기가 없다. 

PC 중심의 MS와 달리 애플은 ‘모바일’ 회사고 아이폰에 기본 내장될 검색 브라우저로 연간 2조원 이상 벌어들이는 상황에서 자체 기술로 개발팔 준비가 안 돼 있거나 아직은 필요성을 못느낀다고 보여진다. 

구글은 ‘구글I/O’에서 핵심 비즈니스 모델인 ‘검색’을 AI로 리빌딩하는데 성공했다. 

MS가 ‘코파일럿’ 이란 브랜드로 인간의 역할을 강조한데 비해 구글은 ‘AI’가 다 할 수 있는 것처럼 느껴지게 하는 느낌도 있다. 급박한 측면도 있었기 때문에 허둥지둥하는 모습은 안보일 것이다. 

iOS’, 안드로이드, 앱스토어로 대변된 모바일 시대는 스마트폰 판매량이 꺾이는 것과 함께 한 시대의 종말을 고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그 중심에 AI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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