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 사랑과 관계를 바꾼다... 앱은 필수, 만남은 선택
[기술과 관계] ① 연애에 완벽주의가 들어서다
이젠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게 특이한 시대
넓어진 풀, 정교해진 취향…비독점관계, 데미섹슈얼 선호도 등장
한번만 더 스와이프하면…관계를 집착하지 않는다
“데이팅앱은 어떤 경우에는 선택의 폭이 무한하다고 생각하게 만들고, 어떤 경우에는 우주에 나 혼자만 존재한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전자는 가능한 옵션에 압도돼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없고, 후자는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일에 대해 스스로를 자책하거나 절망에 빠지게 된다.”앱 사용자 안톤(33세 남성, 미국) -더밀크와의 인터뷰에서
앱과 알고리즘은 사랑과 관계의 정의를 바꾸고 있다.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옵션이 비약적으로 넓어졌고, 그만큼 내 취향에 정교하게 맞는 사람을 언제든 찾을 수 있게 됐다. 선택지가 많아진 만큼 관계의 시작과 끝은 가벼워졌다.
기술이 관계에 미친 영향은 논쟁적이다. 더 많은 풀로 평소에 만날 수 없는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고 말하는 반면,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람도 상당하다. 앱과 알고리즘에 의한 각종 차별, 언어폭력 등 부작용도 나온다.
온라인에서 만나는 게 편한 시대. 앱은 일상이 됐다
기술은 우정, 사랑, 기억을 재정의하고 있다.
사람을 온라인에서 만나는 게 더 편하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틱톡 등 소셜미디어(SNS)와 함께 카카오톡, 왓츠앱, 문자 등 메신저 앱을 쓴다. 연애를 하고 싶을 땐 틴더, 범블, 힌지 등 데이팅 앱을 켠다.
뉴욕에 거주 중인 앱 사용자 조슈아(31세, 남)는 밀레니얼 세대다. 미국 중부에서 자란 그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이미 온라인 게임 커뮤니티, 페이스북 그룹, 포럼 등에서 사람들을 만났다고 회고한다.
그는 "대학에 간 후에는 스냅챗이나 틴더로 만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면서 "데이팅 앱은 조롱의 대상에서 실제 사람들이 하는 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직장 때문에 도시를 옮긴 후엔 아는 사람이 많이 없었다. 장거리연애(롱디)를 몇 번 하다가 가까운 사람을 만나고 싶어 나도 틴더나 범블을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2023년 퓨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30%, 30세 미만 성인의 절반 이상이 데이트 앱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트 앱 사용자 중 약 3분의 1이 앱 비용을 지불한다고 답했으며, 남성과 고소득 성인이 다른 사람들보다 비용을 지불할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내가 평소에 만나지 못했던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데이팅앱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풀을 비약적으로 넓혔다. 넓어진 풀만큼 교육 수준, 종교, 인종, 배경, 외모 등을 넘어서 다양한 만남이 가능해졌다.
미국 시카고에 거주하는 Z세대 앱 사용자 글래디스(27세 여성, 미국)는 더밀크와 인터뷰에서 “데이트 앱으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관계를 확장할 수 있게 됐다. 다른 곳에서는 만나지 못했을 사람과 연결하는 데 도움이 됐다. 주머니에 가상 중매인이 있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영국 리즈대학교(University of Leeds)에서 응용윤리학을 연구하는 나타샤 맥기버(Natasha McKeever) 박사와 루크 브루닝(Luke Brunning) 박사도 더밀크와의 인터뷰에서 “데이트 앱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범위를 넓혔고, 비슷한 가치와 관심을 가진 사람들을 더 쉽게 선택할 수 있게 해줬다”면서 “이는 성소수자, 소규모 공동체의 사람들, 박해의 위험에 처한 사람들에게 특히 중요하다. 또 파트너를 찾고 있고 나에게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보여주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접근할 때 거절을 당할 가능성이 줄어드는 효과도 있다”고 평가했다.
2019년 루벤 토마스(Reuben Thomas) 뉴멕시코대학교 조교수가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온라인에서 만난 커플은 종교가 다를 가능성이 51%로 오프라인의 38%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 수준이 다를 가능성은 온라인 커플은 30%로 오프라인 커플 22%보다 높았고, 다른 인종이 커플이 된 비율은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이 7% 더 높았다.
2017년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테크리뷰에 게재된 에식스대학교와 비엔나대학교가 공동진행한 연구에서는 공개적으로 활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동성애자들이 온라인 데이팅의 확산으로 인해 긍정적 효과가 있었다고 전했다.
정교해진 취향…비독점관게, 데미 섹슈얼 등 등장
앱에서는 만남의 목적, 취향 등을 정교하게 설정할 수 있다. 사람을 ‘필터링’해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매치그룹이 운영하는 데이티앱 틴더는 2022년 '관계 목적', 2023년에는 '관계 유형'이라는 항목을 추가했다. 관계 목적에는 진지한 관계(Long term), 진지한 관계지만 가벼운 관계도 생각 중, 가벼운 관계, 가벼운 관계지만 진지한 관계도 생각 중, 아직 고민 중 등으로 세분화 돼있다.
원하는 관계의 형태로 독점관계(Monogamy), 비독점적 관계(Non-Monogamy), 데미섹슈얼(Demi-sexual, 정서적인 유대감을 형성한 상대에게만 성적 끌림을 느끼는 성적 지향), 그레이섹슈얼(Grey sexual, 성욕을 느끼지만 필요성을 못 느끼는 성적 지향), 아직 고민 중 등 다수 옵션이 있다.
"한 번만 더 넘기면"...쇼핑이 된 연애 =정착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넓어진 풀은 양가적이다. 앱에서는 사람 하나하나가 상품이 된다.
프로필에 나를 홍보하고, 사람들은 스와이프하며 조건을 따진다. 스와이프하면 언제든 선택지가 있는만큼 사람들은 더 까다로워진다. 반대로 한 사람과의 유대감을 형성하기엔 어렵다는 말이기도 하다.
뉴욕에 거주하는 조(30세 남성, 미국) 씨는 “우리는 앱에서 많은 선택권을 얻고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 이러한 모든 옵션은 비인간적인 느낌을 준다. 사람들은 자신과 더 잘 맞는 사람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기 때문이다. 나나 상대방 모두가 초기에 보였던 호감을 잃지 않고 시작하는 단계에서 나아가기가 정말 어렵다”고 말했다.
미국 보스턴에 거주하는 앱 사용자 안톤(33세, 남성) 씨는 더밀크에 “데이팅앱은 어떤 경우에는 선택의 폭이 무한하다고 생각하게 만들고, 어떤 경우에는 우주에 나 혼자만 존재한다고 생각하게 만든다”면서 “전자는 가능한 옵션에 압도돼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없으며, 후자는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일에 대해 스스로를 자책하거나 절망에 빠진다”고 말했다.
조슈아 씨는 “나는 내가 상품화된 것처럼 느껴졌고 내 가치가 무엇인지 정확히 봤다. 대도시에서는 많은 사람과 첫 번째 데이트를 할 수 있지만 사람들은 언제나 선택지가 있기 때문에 정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같은 필터링이 가능하다는 건 특정 직업, 인종, 사회적 지위, 교육수준 등에 따라 추천목록에서 아예 보이지 않게 할 수도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맥기버 및 브루닝 박사는 “데이트 앱은 또 외모, 인종, 사회적지위 등 우리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느끼는 특성들을 필터링해 기존의 편견을 강화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때론 지나친 경쟁을 유발하기도 하며 그에 따른 피로, 각종 언어폭력 등으로도 이어진다.
미국 뉴욕에 거주하는 Z세대 앱 사용자인 피터(27세, 남성) 씨는 “뉴욕에서 4년 동안 싱글로 살면서 데이트 앱을 사용하고 있다”면서 “데이팅앱이 데이트를 주로 하는 수단인 건 맞지만 항상 쉬운 것은 아니다. 아주 매력적인 남성이 아니라면 많은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글래디스(27세, 여성) 씨는 데이팅앱 사용 경험으로 "SNS로 남들과 비교하거나 포모(뒤쳐짐에 대한 두려움) 감정이 생길 수 있다. 데이트 앱을 사용할 때 항상 조심하고 안전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2부에 계속...
[영문] Technology Has Turned New York Dating Into 'Perfection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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