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는 왜 실패했나? 크립토도 웃지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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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jin Kim 2022.10.17 15:58 PDT
카카오는 왜 실패했나? 크립토도 웃지 못해
(출처 : shutterstock)

초심잃은 카카오, 위기관리 실패 이유는?
빅테크는 올해 데이터센터에 100조원 투자
암호화폐를 주식시장처럼, 마켓 데이터

안녕하세요 뷰스레터 독자 여러분,

지난 주말 카카오가 멈췄습니다.

저는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 카카오톡 로그인이 안 돼 ‘강제 존버’를 했습니다. 택시를 호출할 수 없어 길에서 30분을 기다려야 했고, 주말 기념 치킨을 결제할 때 카톡 서랍이 열리지 않아 선물로 받은 이용권을 쓸 수 없었습니다.

한국 최대 메신저 카카오가 먹통이 되자 블록체인∙암호화폐 업계는 짐짓 들떴습니다. 카카오 데이터센터가 한 곳에 있었던 점, 한 곳의 화재로 전체 서비스가 먹통이 된 점 등을 거론하며 이게 바로 중앙집중화의 그늘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암호화폐 업계가 자신만만할 수 있을까요? 최근 일주일에 사이에만 2건의 해킹 사고가 있었습니다. 그것도 금융을 탈중앙화한다는, 디파이(Decentralized finance) 서비스들에서입니다. 사람들은 카카오톡이 안되면 문자, 라인, 텔레그램을 씁니다. 블록체인∙암호화폐 서비스로 ‘점프’하기엔 아직 신뢰라는 문제가 남습니다.

'초심' 잃은 카카오, 왜 위기관리에 실패했나?

카카오 그룹은 지난 10년간 비약적 성장을 했습니다. 국내 최대 사용자를 확보한 거대 카카오톡 플랫폼을 기반으로 공격적 투자 유치와 재투자, 인수합병, 신규 사업 론칭과 분사 등으로 10년 간 유례 없던 고속 성장을 했죠. 그 방식이 전례없던 규모, 속도, 영향력 측면에서 기존에 볼수 없는 새로운 형태의 성장이었습니다. 이번 사태로 카카오가 관련 자회사를 지속 상장하면서 사업 본질에 집중하지 못한 것이 드러났습니다.

IT서비스의 핵심은 안정적인 서비스 운영입니다. 사용자는 인내심이 약하고 기다려 주지 않습니다. IT 기업은 사업 연속성 관리(BCM)를 수립하고 운영해야 합니다. 사업 연속성 관리(BCM)은 체계적인 리스크 관리 전략이자 기법입니다. 재난복구(Disaster Recovery, DR)도 BCM의 일부로 글로벌 IT 기업 및 금융 회사들은 지속적인 사업 연속성 관리 체계를 수립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카카오는 장애와 복구 과정에서 서비스 벤더 관리(Vendor Management)도 실패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현재의 대부분 비즈니스 운영은 수많은 서비스 벤더에 의존합니다. 카카오라는 서비스를 위해 카카오 회사 뿐만 아니라 수많은 협력회사가 카카오 서비스를 지원하고 서비스 운영 과정에서 하나의 협력 업체의 장애가 전체 서비스 장애로 이어집니다.

카카오는 서비스 벤더 선정, 벤더 리스크 측정, 서비스 수준의 주기적 확인, 테스트를 통해 문제를 파악하고 보완했어야 합니다. SK C&C의 데이터 센터 화재는 서비스 벤더 관리 실패의 사례로 남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렇다면 카카오 실패의 본질을 무엇일까요? 미국에서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요?

👉 카카오가 관리에 실패한 3대 원인

빅테크, 올해 데이터센터에만 100조원 투자

메타의 이글마운트 데이터센터.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퀘스트 프로'를 오픈하기 직전, 데이터센터 확충을 공개하면서 서비스 안정성을 과시했다. (출처 :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메타의 이글마운트 데이터센터.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퀘스트 프로'를 오픈하기 직전, 데이터센터 확충을 공개하면서 서비스 안정성을 과시했다 (출처 :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지난 1일,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난데없이 '데이터센터' 자랑을 했습니다. 유타주 이글마운틴 데이터센터를 '멋지게' 오픈했다는 포스팅이었습니다.

메타는 '메타버스'로 가는 길을 깔고 있는데 데이터센터가 기본 인프라기 때문이겠죠. 이후 10월 11일에는 메타 커넥트를 통해 '퀘스트 프로' 등 메타버스 기기를 공개했습니다.메타는 '퀘스트 프로' 등 미래 먹거리라고 불리는 기기를 잘 팔기 위해 인프라 투자에만 올해 8조원(55억달러)을 투자했습니다. 구글도 올해 13조원(95억달러)를 '데이터센터'에만 투자한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무서운건 이 지점입니다. 애플, 구글, 메타, 아마존, MS, 넷플릭스 등 빅테크 기업들이 올해 '데이터센터', 재난복구 등에 약 100조원을 넘게 투자한 것으로 계산됩니다. 디지털의 기본이 '연결성' 이죠. 연결성은 사실 언제, 어디서나 끊길 수 있는 약한 고리입니다. 어디서 끊기면 경쟁 서비스가 득달같이 달려들어 대체하기 때문에(소송은 덤) 서비스 안정성은 '생존'과 같습니다.

한국 IT 인프라를 재건하고 '시장 경쟁'을 부활시켜 역동성을 찾기 위해 이번 일은 중요한 사건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 빅테크의 인프라 투자.. DR은 필수

암호화폐를 주식 시장처럼, 마켓 데이터

러시 코인마켓캡 CEO (출처 : 코인마켓캡 제공, 그래픽 장혜지)

암호화폐 업계는 이번 카카오 블랙아웃 사태에 웃을 수만은 없을 것입니다. '탈중앙화'를 외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재중앙화'를 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암호화폐 투자시장에는 아직 ‘정확한’ 시세조차 없습니다. 가격이 수백 개의 암호화폐 거래소와 데이터 업체별로, 각각 다른 통화로 환산돼 산출되는 탓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암호화폐 데이터 시장에는 ‘어그리게이터(Aggregator)’라는 독특한 포지션이 등장했습니다. 어그리게이터는 전 세계 거래소 데이터를 모아 암호화폐 가격을 산출해 보여줍니다. 대표적으로 코인마켓캡, 코인게코 등 각 사는 각자가 ‘공정한 시장가치(fair-market value)’ 기준을 만들고 가격 데이터를 가공합니다.

가격 데이터를 시작으로 암호화폐 데이터 산업은 온체인, 시장(마켓) 데이터 등으로 분화 중입니다. 뉴욕증권거래소, 나스닥 등과 암호화폐 거래소 간 큰 차이 중 하나는 데이터를 판매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없다는 점인데, 크립토 마켓 데이터 공급자들은 이 지점을 파고들었습니다. 이들은 가격 발견 기능이 수백 개 거래소에서 이뤄지는 점을 기회로 활용합니다.

온체인 기업들이 지갑 주소를 중심으로 데이터를 추적하고 여기에 지능을 부여하는 반면, 마켓 데이터는 중앙화된 운영 주체가 있는 암호화폐 거래소(CEX)에서 나온 데이터를 수집하고 가공하고 저장하죠. 밀크는 암호화폐 어그리게이터 선도자 ‘코인마켓캡’과 추격자 ‘코인게코’, 온체인 데이터 기업 '크립토퀀트'와 '난센', 마켓 데이터 기업 '카이코'를 만나 데이터의 신뢰도를 높일 전략을 물었습니다.

👉 크립토 금융정보, 어떻게 될까?

이번에 카카오 사태와 크립토 데이터 기업들을 취재할 때 다들 한결같이 한 말이 있었습니다.

바로 '신뢰'입니다. 크립토 업체들은 가격, 온체인, 마켓 데이터 업체들이 '신뢰'를 받은 업체들이 주도하며 합쳐질 것이라 보고, 각자 분야에 특화된 사업을 추진하고 있었습니다. 카카오 사태도 취재하면서 놀라웠던 사실은 카카오가 사회 저변에서 '신뢰'를 잃고 있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경기침체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본 활동과 투자는 계속되고, 산업 지형도 계속 바뀔 것입니다. 이 상황에서 꾸준히 비즈니스를 구축하면서 신뢰를 쌓으려 하고 다음 판을 준비하는 곳이 있습니다. 더밀크는 독자 여러분들이 다음 장을 준비할 수 있도록 현장에서 나온 양질의 정보를 계속 전달하겠습니다.

더밀크 김세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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