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가 '스타' CEO 영입 위해 내건 파격 조건
[테크브리핑 x CEO포커스] 브라이언 니콜
스타벅스 이사회, 브라이언 니콜 영입 위해 3대 파격 조건 내걸어
계약금으로 133억원 지급, 고연봉 보장에 회장 겸 CEO라는 타이틀 안겨줘
심지어 시애틀로 안와도 된다는 조건도 넣어
친환경 스타벅스에 제트기 출퇴근 논란
스타벅스 이사회가신임 최고경영자인 브라이언 니콜을 영입하기 위해 연봉과 직책은 물론 '원격근무'까지 포함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위기에 빠진 회사를 구하기 위해 파격적 조건을 내건 것이지만 스타벅스의 성지 '시애틀'에서 근무하지 않아도 된다는 조건과 이를 위해 제트기로 출퇴근할 수 있게한 조건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22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스타벅스 이사회는 2018년부터 ‘치폴레’를 이끌며 경영 혁신을 성공적으로 주도한 브라이언 니콜을 영입하기 위해 3대 조건을 내세웠습니다.
첫째. 연봉. 스타벅스는 니콜에 CEO로 영입하기 위해 1000만달러(약 133억원)의 계약금을 제시했으며 기본급여는 160만 달러(약 21억원)이며 연간 실적에 따라 수백만달러의 추가 현금을 지급할 예정입니다. 계약금(Signing bonus)로 1000만달러를 지급한 것은 마치 야구선수나 축구선수 계약금에 못지 않은 것입니다.
두번째는 직책. 니콜 CEO는 '회장(Chairman, 이사회 의장)' 겸 CEO 자리를 안겨줬습니다. 의사회 의장과 CEO를 겸직하게 해서 회사를 실질적으로 통제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이는 스타벅스의 상징과도 같은 하워드 슐츠 회장의 사실상의 후계자임을 대내외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한 조치입니다.
하웨드 슐츠 전 회장은 현재 스타벅스의 '명예회장'으로 회사 운영에 직접적인 관여는 하지 않지만 회사 운영에 조언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 CEO 전격 교체에도 상당한 영향을 발휘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전 CEO인 랙스먼 내러시먼에 대해 공개적으로나 사적으로 불만을 토로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마지막으로 '원격 근무' 스타벅스는 “필요한 경우, 자택에서 회사 본사로 출퇴근하는 데 동의한다”고 명시했습니다. 계약서에는 “회사 정책에 따른 개인 여행에 ‘회사 항공기’를 이용할 수 있다”는 조항도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죠.
오는 9월 9일자로 CEO로 취임하는 니콜 CEO의 계약서에는 그가 회사 본사가 있는 곳으로 거처를 옮길 필요가 없으며, 집에서 본사로 출퇴근할 수 있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습니다. 니콜의 자택은 캘리포니아주 뉴포트에 있고, 스타벅스 본사는 워싱턴주 시애틀에 있습니다. 출퇴근시 편도로만 약 992마일(약 1596km)을 오가야 하는 거리입니다.
미국 연방항공청 등록부에 따르면, 스타벅스는 자회사 스타벅스 캐피탈 에셋 리스를 통해 2007년식 걸프스트림 G550 제트기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다만 니콜 CEO가 이 제트기를 사용할 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영입 비용은 비싸지 않았다
이 같은 '파격 조건'은 결코 비싸지 않았습니다. 멕시칸 패스트푸드 체인인 ‘치폴레’를 성공적으로 이끈 그가 위기에 빠진 스타벅스를 다시 구원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스타벅스의 주가는 이날 24.5% 급등했습니다.
하루만에 시가총액이 214억달러(29조2100억원)가 늘었고 CEO를 뺏긴 치폴레는 7.5% 급락, 57억달러(7조7800억원)가 증발했습니다. 니콜의 시장가치는 약 270억달러(36조8550억원)에 달했던 것입니다.
이는 CEO 교체만으로 움직인 단일 주가 사상 최고치입니다. 이전 기록은 지난 2022년 밥 아이거 회장이 디즈니로 복귀했을 때 디즈니 주가가 6.3% 올라 하루만에 105억달러가 오른 날이었습니다.
이 같은 기대는 니콜이 치폴레 CEO에 취임한 이후 6년간 주가가 무려 773%나 상승기 때문입니다.
소비자는 ‘종이 빨대’, CEO는 하이브리드 특전
하지만 스타벅스의 새 CEO가 계약에 ‘자택에서 출퇴근’ 조건이 있으며 이를 지원하기 위해 제트기 제공에 동의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이를 둘러싼 환경단체가 거세게 비난하고 있습니다.
최근 환경, 기후 관련 활동에 있어 과도하게 또는 허위로 홍보하는 그린워싱 기업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 같은 니콜 CEO의 고용조건이 공개되면서 환경단체와 소비자 사이에서 반발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죠.
환경단체는 ‘친환경’을 표방한다는 스타벅스 정책에 탄소 배출이 많은 개인 전용기 사용이 부적절하다는 입장입니다.
그린피스 기후 운동가 클라라 톰슨은 22일 “전 세계가 전례 없는 폭염, 가뭄, 홍수 및 기후 위기의 가속화로 인한 기타 끔찍한 결과에 직면한 상황에서 기업이 직원 특전으로 회사 항공기를 제공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며 “이 제트기는 소수의 특권층이 단순한 편의를 위해 가장 환경적으로 해로운 형태의 여행을 즐기는 사회 및 기후 불공정의 극명한 상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유럽의 청정 교통 옹호 단체인 트랜스포트 앤 엔바이론먼트의 보고서에 따르면, 개인 제트기는 한 시간에 2t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합니다. 유럽연합(EU) 시민 1명의 1년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 8.2t의 4분의 1을 1시간 만에 배출하는 것입니다.
친환경 정책의 일환으로 플라스틱 대신 제공하는 종이빨대는 사용성이 떨어지지만 소비자가 환경을 위해 감수하고 있습니다. 이번 제트기 사건을 두고 엑스(X·옛 트위터)의 한 사용자는 “(CEO의 탄소 배출량을 만회하려면) 종이 빨대를 얼마나 많이 써야 하는거냐”며 비꼬기도 했죠.
스타벅스는 지난 2020년에 “2030년까지 직영 및 공급망에서 탄소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공개 목표를 설정했고 여전히 이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스타벅스는 또 니콜이 캘리포니아에서 근무할 때 사용할 수 있도록 뉴포트 비치에 소규모 원격 사무실을 마련하고, 거기에다 업무를 도울 비서도 회삿돈으로 붙여 주겠다는 조건도 내걸었습니다.
이 같은 모순 만큼이나 브라이언 니콜 CEO가 스타벅스를 실제로 구해낼지는 미지수입니다.
실제 최근 경기둔화, 소규모 커피숍과 경쟁심화, 고객경험 악화 등으로 실적이 악화되고 있었습니다. 지난달 30일 스타벅스가 발표한 2024회계연도 3분기 매출액은 91억1390만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0.6% 줄었고 영업이익도 1.8% 줄어든 2억8750만달러에 그쳤습니다.
스타벅스의 위기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부터 나왔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매장 내 취식을 되도록 없애고 온라인 오더에 이은 '픽업' 서비스를 도입했습니다. 이 것이 팬데믹 이후에도 계속됐는데 이는 결국 스타벅스가 더 이상 집과 직장 사이의 '제3의 장소'가 아닙니다. 에스프레소를 마시고 분위기를 음미하는 장소가 아니라 '그저그런 커피숍' 중 하나로 전락하게 하는 원인이 됐습니다. 스타벅스는 가격은 더 비싸고 대기 시간도 길고 경쟁은 더 치열합니다.
니콜 CEO가 스타벅스를 어떻게 바꾸는가에 따라 그가 새로운 전설이 될지 아니면 전설(치폴레에서의 성과)에 사로잡힌 CEO가 될지 평가받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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