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착오적 비상계엄 사태 후폭풍... 쿠팡 주가 급락. 자본유출 심각해질 것

윤석열 대통령이 3일(현지시각) 10시 20분께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비상계엄은 전시나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한해 선포할 수 있다. 실제 마지막으로 대한민국에서 비상계엄이 선포된 시기는 1979년 박정희 대통령의 피살 사건이 있었던 10.26 사태 직후로 1981년 1월 24일까지 유지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권 내부에 암약하고 있는 반국가세력의 대한민국 체제전복 위협을 비상계엄 선포의 이유로 들었다. 계엄사령부의 포고령에 따르면 가장 첫 번째 사항으로 국회와 지방의회 등 정당의 활동과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고 선언했다.

문제는 비상계엄 자체가 헌법적으로 국회의 활동을 금지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위헌의 가능성이 제기된 비정상적인 비상계엄은 단 155분 만에 국회에서 즉각 해제를 가결하며 일단락됐다.

하지만 월가와 글로벌 자산시장은 이를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과 자본 시장의 리스크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달러 대비 원화는 2년 만에 최고치로 급등하며 한국경제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을 드러냈다. 한국 기업과 연계된 미예탁증서(ADR)인 한국전력(KEP)과 포스코(PKX), 그리고 쿠팡(CPNG) 등의 기업들도 모두 폭락했다.

국회가 비상계엄의 해제를 즉각 가결하며 환율과 주가도 모두 일부 회복했지만 충격은 크다. 포스코를 비롯한 많은 한국 기업들이 이미 심각한 주가 하락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투자자들에게 한국 시장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국회가 비상계엄 사태를 해제했지만 여전히 상황은 유동적이다. 이제 윤석열 대통령은 헌법 제77조에 따라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에 따라 이를 수용해야 할 법적 책임이 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해제하고 국무회의 역시 이를 의결했지만 윤 대통령의 계엄령 해제 명령과 상관없이 탄핵 소추가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다.

로리 그린, 글로벌데이터 TS 롬바드의 아시아 리서치 책임자는 "윤 대통령은 시민들의 정치적 지지 기반이 부족하고 결국 대규모 시위 후 탄핵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며 한국 자산 시장은 상황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압박을 받을 것이라 덧붙였다.

그린은 이번 사태로 인한 시장과 경제의 장기적 여파가 계엄령의 지속 기간과 심각성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세계 최대의 반도체 기업인 삼성과 SK 하이닉스, 배터리 회사인 LG 에너지 솔루션 및 자동차 업체인 현대와 기아를 보유한 한국 주식 시장이 심각한 변동성을 보일 경우 그 여파가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제이슨 쑤, 레이리언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의 설립자는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한국의 기업들이 정치적 불확실성에 폭락한다면 이를 "좋은 매수 기회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정치적 불확실성이 시장과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은 크다. 정치적 불확실성은 투자자들의 신뢰를 저하시켜 주식과 채권시장에서의 자금 유출을 이끌수 있고 이는 시장의 변동성을 확대, 금융 시스템의 안전성을 저해할 수 있다.

특히 원화 가치가 급락해 환율이 급등하면 수출 기업에는 가격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수입 기업에는 비용의 증가로 이어져 국내의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치적 불확실성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를 위축시켜 직접투자와 간접투자의 감소를 초래할 수 있다. 이는 국내 자본시장의 유동성 감소와 경제 성장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 한국 경제는 전방위로 압박을 겪고 있다. 그동안 한국 경제를 이끌었던 반도체는 AI 혁명의 최대 수혜 산업임에도 기술 및 시장 대응력에서 문제를 노출하며 부진을 겪고 있다. 현대와 기아와 같은 자동차 산업은 팬데믹 이후 전 세계적인 상품과 내구재 수요의 둔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클린 에너지 분야는 고금리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은행은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긴급 간담회를 열고 "시장의 불안 요인에 대응해 무제한 유동성 공급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할 것"이라 밝혔지만 그렇지 않아도 고환율로 인한 인플레이션의 재상승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한은의 대응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은 이미 3일(현지시각) 물가상황점검회의를 통해 "최근 높은 환율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지만 12월부터 반영될 것"이라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은 원화의 가치를 더 끌어내릴 수 있는 악재로 한국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은 생각보다 광범위할 수 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제기되고 경제 전반의 회복도 더뎌지면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주식과 채권에 대한 매도세는 더 가속화될 수 있다. 이는 외환시장과 금융시장에 부담을 줘 원화 가치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 물론 이런 기조는 소비자 신뢰도의 하락과 실질 구매력의 감소를 부추겨 내수 시장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계속되는 정치적 리스크와 사회적 불안정성은 글로벌 투자자들로 하여금 한국을 리스크가 높은 투자처로 인식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외국 자본의 유입을 감소시켜 기술의 발전과 경쟁력 강화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비상계엄 선포는 한국경제에 큰 나비효과를 부를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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