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테크 캐피털' 지형 바꿨다... 실리콘밸리 지고 오스틴·뉴욕 뜬다
●빅테크 대규모 감원으로 실리콘밸리에서 인재 유출
●2022년 미 VC투자 총액, 실리콘밸리 비중 2012년 이후 최저
●원격근무 효율화로 실리콘밸리 지리적 이점 약화
●생성AI 스타트업은 오스틴, 마이애미 집중
●VC 펀드레이징 규모에선 2위 뉴욕이 1위 실리콘밸리 추격
●SVB 쇼크 여진 계속되며 실리콘밸리 위상 흔들리나
글로벌 테크 허브인 실리콘밸리의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구글, 메타,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의 대규모 감원과 팬데믹으로 인한 원격근무 확산, 그리고 생성AI의 등장이 미국의 기술 지형도를 재편하고 있기 때문이다.
4월 1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는 "실리콘밸리 중심의 기술 분야에 대대적인 재편이 일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팬데믹 이후 원격근무 정책과 최근 잇따른 해고로 인해 기술 근로자들이 뉴욕, 마이애미, 오스틴 등 다른 도시로 이탈하고, 이들 지역에 대한 벤처캐피털(VC) 업계의 투자가 급증하면서 '원조' 격인 실리콘밸리의 지배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VC 투자가 이런 현실을 반영한다. 피치북 데이터에 따르면 실리콘밸리는 지난해에도 VC 투자와 거래 건수 측면에서 전국 1위를 차지했다. 2022년 실리콘밸리 지역의 투자규모는 749억달러를 기록했다. 거래 건수도 3206건을 기록, 가장 많았다.
그러나 지난해 미국 VC 투자 총액에서 실리콘밸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또 2020년 4월 1일부터 2022년 7월 1일까지의 인구조사 데이터를 보면 팬데믹 기간 동안 25만 명이 실리콘밸리를 떠난 것으로 조사됐다.
카일 스탠포드 피치북 수석 벤처 캐피털 애널리스트는 "(투자) 재분배가 확실히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팬데믹과 스타트업의 이탈, 원격 근무는 소규모 시장의 성장을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또 마크 뮤로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통계 보고서를 인용해 "(실리콘밸리의) 모범적이면서도 기술 허브라는 지위가 실제로 타격을 받았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전형적인 스타트업 경험을 선호하는 기술 인력은 여전히 실리콘밸리를 선호한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클라우드 인프라와 개발자 도구, 생성AI 등 인공지능에 기반한 스타트업은 다른 도시들로 집중되고 있다.
소프트웨어 인프라와 AI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온 브라이언 오펏 인덱스 벤처스 파트너는 "시애틀과 AI 중심 기술 허브인 뉴욕과 같은 지역에서 더 많은 스타트업이 생겨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5년 전만 해도 90%의 기업이 샌프란시스코에 문을 열었을 것"이라며 "지금은 시애틀과 뉴욕 등으로 분산되면서 비중이 70%로 감소했다"고 부연했다.
AI 및 머신러닝 투자 전문가인 에린 프라이스-라이트 인덱스 파트너는 "기업이 성숙해질수록 실리콘밸리 지역 밖에서 인재를 찾는 것이 잠재적으로 채용 풀을 넓히는 데 더 수월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 기업이 성장함에 따라 인재가 모두 같은 지역에 있어야 한다는 필요성이 사라지고 있다. 분사가 훨씬 더 유리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