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머니' 본격 참전···벤처캐피털 투자 지형이 바뀐다
대형 자금 관리 회사들의 지배력 확대
‘초스피드 투자’로 벤처 투자 업계에 변화
스타트업에 투자해서 성장시킨 후, 상장(IPO)을 통해 투자를 회수하는 '밴처투자'의 공식이 바뀌고 있다. 사모펀드, 국부펀드, 해지펀드. 뮤추얼펀드, 연기금 등 소위 '빅머니' 들이 본격적으로 스타트업 투자에 뛰어들면서 투자 속도가 빨라지고 기업가치(밸류에이션)가 높아지고 있는 것. 이 같은 투자 성공 공식을 만들어낸 실리콘밸리 밴처캐피털(VC)도 빅머니의 움직임에 긴장하면서 변신을 모색하고 있는 상횡아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피치북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2021년 2분기에 비전통 '빅머니' 벤처투자자들의 활동이 그 어느 기간보다 활발했다. 이들 기업은 스타트업 투자 및 회수 등 거래의 42%에 참여했으며, 전체 자본의 4분의 3 이상을 차지했다. 2020년보다 거의 두 배 수준으로 스타트업 파이낸싱 기록을 끌어올렸다.
금액도 컸다. 2021년 상반기 미국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1500억 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2020년 한 해동안 투자된 총 투자금액 수준이다. 지난해 스타트업의 기업공개 및 대기업 매각 수익의 약 95%는 ‘비전통적’인 투자자들의 지원을 받은 기업을 통했다는 조사도 있다. 빅머니들이 될성부른 스타트업에 일찍 투자에 큰 이익을 본 벤처캐피털(VC)이 성공 공식을 따라 VC처럼 투자하면서 전례없는 수익을 보고 있는 것이다.
올 들어 스타트업 벨류에이션이 높아진 것도 '빅머니'가 본격적으로 펀딩 라운드에 참여한 이후다. CB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2019년까지 한 달에 평균 35건의 펀딩 거래가 1억 달러 이상이었는데 올해는 한 달에 126건으로 치솟았다. 지난 2016년에는 4~6월 분기 동안 14개 스타트업이 10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달성했는데 올해는 같은 기간 136개 기업이 10억 달러 이상 가치를 달성했다.
스타트업도 '빅머니'를 선호한다. 펀딩 규모가 전례없이 클 뿐 아니라 자본 투입이 빠르고 요구사항이 적다. 투자한 스타트업에 이사직이나 의결권을 요구하지 않고 무엇보다 거래 속도가 빠르다.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기존 VC보다 더 매력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빅머니는 자본 규모가 크고 수익률 문턱이 낮아 밸류에이션을 높이기에 유리하다. 피치북 데이터에 따르면 비전통적인 투자자가 주도하는 거래는 기존 벤처 투자자가 주도하는 거래보다 가치 평가를 5배 더 높게 이끌어 낼 수 있을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