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 신화' 팀 황 "한국 재벌만큼 큰 美 중견기업 노려라"
[디파이 컨퍼런스 2023] 팀 황 피스컬노트 창업자 겸 CEO
왜 미국 시장에 진출해야 하는가... 선택 아닌 필수
한국서 시작할 수 있다... 그러나 왜 글로벌 중 한국이 먼저인지 자문해야
미국은 생각보다 더 크다… 한국 대기업만큼 큰 미 중견기업 많아
유니콘, 올림픽 국가대표 되는 것보다 어려워… 협력하고 의지하라
스타트업, 기업가 정신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었습니다. 실리콘밸리에 아는 사람도 전혀 없었죠. 한 일은 샌프란시스코행 편도 티켓을 산 것뿐입니다. 대학을 갓 졸업한 21살 때의 일이었습니다.팀 황(Tim Hwang) 피스컬노트(FiscalNote) 창업자 겸 CEO
2013년 6월. 팀 황, 제럴드 야오, 조너선 첸은 샌프란시스코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스타트업의 성지인 실리콘밸리에서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무작정 감행한 일이었다. 아무런 네트워크, 후원자가 없던 세 명의 동갑내기들은 좁은 모텔에서 생활했다. 이들이 가진 것이라곤 랩톱과 아이디어뿐이었다.
몇 달 후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댈러스 매버릭스 구단주 마크 큐반, 야후 창업자 제리 양 등 전설적인 투자자들이 투자 의향을 밝힌 것이다. 실리콘밸리 유명 벤처캐피털 NEA까지 가세하며 130만달러(약 17억원) 규모의 초기 투자금이 확보됐다. 정책·법안 분석 및 예측 스타트업 ‘피스컬노트(FiscalNote)’는 이렇게 탄생했다.
투자자들은 ‘데이터 분석 알고리듬, AI 기술로 정책 분석가, 로비스트, 연구원들이 수행하던 정책·법안 분석 및 예측 기능을 대체한다’는 피스컬노트의 아이디어를 좋아했다. 이들의 아이디어, 솔루션에 관심을 가진 건 투자자뿐만 아니었다. 코카콜라, 쉐브론, 네슬레, 인텔, 레노버, 아스트라제네카, 3M, 세븐일레븐 같은 글로벌 기업, 정부·공공기관이 피스컬노트의 솔루션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직원 수는 1000명 이상으로 성장했다.
황 대표는 2022년 8월 1일(현지시각) 창업가들의 꿈인 ‘미국 증시 상장’이라는 목표를 이뤘다. 상장 당시 피스컬노트의 기업가치는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로 평가됐다. 정책 및 글로벌 인텔리전스 선도 기업으로서 ‘인사이트 실행을 위한 도구를 제공한다’는 황 대표의 비전은 상장 후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어떤 마음가짐, 전략으로 미국 시장에 접근해야 성공할 수 있을까? 1일 워싱턴 D.C. 로널드 레이건 빌딩에서 KIC 워싱턴DC(센터장: 류시훈)가 개최한 ‘디파이 컨퍼런스’ 기조연설을 통해 그가 전한 경험, 노하우를 ‘세 가지 성공법칙’으로 정리했다.
법칙① : 글로벌 진출은 선택 아닌 필수… 고객과 대화하라
황 대표가 가장 먼저 강조한 내용은 ‘글로벌 진출을 망설이지 말라’는 것이었다. 가장 성공한 회사들은 처음부터 글로벌 진출을 생각한 회사들이었다.
그는 “대부분의 한국 창업자들의 마음 한구석에는 ‘글로벌 진출을 해야 하나 하지 말아야 하나’라는 질문이 있다”며 “하지만 경험상 가장 성공한 회사들, 기업공개(IPO)로 수억 달러를 조달하고 유니콘을 만든 회사의 창업자들은 처음부터 글로벌 진출을 먼저 생각했다”고 했다.
더 큰 성공을 원한다면 글로벌 진출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주장이다.
황 대표는 “한국에서 시작하고 싶다면 그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여러 글로벌 시장 중 왜 한국에서 가장 먼저 시작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봐야 한다”고 했다. ‘한국인이니 한국에서 시작한다’와 같은 쉬운 접근 방식을 피하고, 비즈니스 관점에서 한국에서 시작해야 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글로벌 유니콘으로 성장하는 목표를 세웠다면 창업자, CEO가 미국에 올 필요가 있다”며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고객과 직접 대화하고, 그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제대로 알아내는데 시간을 투자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법칙②: 미국 시장은 생각보다 더 크다… 중간 시장을 노려라
황 대표는 글로벌 진출을 고려해야 하는 두 번째 이유로 ‘기회의 차이’를 들었다. 한국 시장과 미국 시장은 단순히 규모만 다른 게 아니라 시장을 구성하는 기업에도 차이점이 존재한다는 주장이다.
황 대표는 “한국 시장과 미국 시장의 가장 큰 차이점은 B2B(기업 간 거래) 경험의 깊이, 그리고 미국 시장에 존재하는 기업”이라며 “이는 한국 창업자들에게 매우 실용적인 조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에는 미국 기준에서 보는 중간 규모의 기업이 속한 ‘중간 시장’이 없다고 했다. 아주 큰 대기업이나 아주 작은 스타트업, 소기업으로 양분돼 있어 기업들이 B2B 비즈니스를 진행하기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특히 작은 기업을 타깃으로 비즈니스를 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한국 시장의 성격상 B2B 비즈니스의 경우 대기업 외에는 고객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논리다.
황 대표는 “하지만 미국은 매우, 매우, 매우 다르다. 미국에는 매우 큰 기업들, 빅테크도 많이 있지만, 그보다 10배, 100배 더 많은 중견 기업이 존재한다”며 “비행기를 타고 위스콘신으로, 텍사스로, 네브래스카로, 보스턴으로 갈 수 있다. 혁신적 기술, 훌륭한 제품을 통해 상업적 기회를 찾고자 하는 수천 개의 중간 시장 회사들이 여러분의 파트너가 되길 원한다”고 했다.
법칙③: 유니콘, 올림픽 대표보다 어려워… 협력하고 의지하라
황 대표는 마지막으로 ‘협력의 가치’를 언급했다. 스타트업을 창업해 경영하는 일, 스타트업 팀의 일원으로 합류해 무언가를 만들어 나가는 게 매우 어렵기 때문에 생태계 관계자들끼리 서로 돕고 의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황 대표는 “마지막으로 제가 드릴 수 있는 조언은 스타트업은 매우 어렵다는 것”이라며 “매우, 매우, 매우 어렵다. 스타트업을 해본 적 없는 사람들은 공감하기 어렵겠지만, 특히 창업자에게는 더욱 그렇다”고 했다.
그는 이어 “2024년 파리에서 올림픽이 열린다. 미국 올림픽 팀은 3000명에 가까운 올림픽 선수를 보내게 될 것”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약 1200개의 유니콘이 있고 약 500~600개가 미국 기업이다. 산술적으로 볼 때 유니콘을 만드는 것이 올림픽에 나가는 것보다 5배 더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황 대표는 “경험을 쌓고 올림픽 대표 수준에 도달하려면 KIC DC 같은 훌륭한 조직과 협력하고 의지해야 한다”며 “저도 많은 스타트업의 고문, 멘토가 돼 돕고 싶다.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의 행운을 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