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뎁스 리포트] 테슬라 vs 웨이모, 로보택시 미래 향한 두 개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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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익 2025.07.07 05:16 PDT
[인뎁스 리포트] 테슬라 vs 웨이모, 로보택시 미래 향한 두 개의 길
로보택시 서비스에 사용되는 테슬라 모델 Y(위), 재규어 SUV I-PACE 기반으로 개발 웨이모 로보택시(아래) (출처 : Tesla, Waymo)

①기술 철학 격돌: ‘인간의 눈’이냐 ‘초월적 오감’이냐
②안전성: 악천후와 엣지 케이스가 시험대
③데이터 비교… 투명성 vs 규모
④비즈니스 모델과 확장성: 월스트리트의 전망
더밀크의 시각: 롱테일 시나리오를 지배하라

자율주행 기술이 오랜 연구개발 단계를 지나 상용화의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 미래 모빌리티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두 거인, 테슬라와 구글 웨이모(Waymo)의 경쟁이 마침내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불을 지핀 건 테슬라다. 2025년 6월 22일(현지시각) 텍사스 오스틴에서 일부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로보택시 시범 서비스를 시작하며 이미 피닉스, 샌프란시스코 등지에서 완전 무인 자율주행 로보택시 서비스 ‘웨이모 원(Waymo One)’을 상용 운영 중인 웨이모에 공식적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들의 경쟁은 단순한 시장 점유율 다툼을 넘어선다. 자율주행 구현을 위한 두 가지 기술 철학, 안전성을 검증하고 입증하는 상반된 방식, 미래 시장을 장악하는 상이한 비즈니스 확장 전략이 마치 거대한 실험처럼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쪽에는 구글의 막대한 자본과 10년이 넘는 연구개발 역사를 바탕으로 한 웨이모가 있다. 웨이모는 라이다(LiDAR), 레이더, 카메라 등 다양한 센서를 총동원한 ‘다중 감각 융합(Multi-Sensor Fusion)’ 방식으로 인간의 감각을 초월하는 신뢰성과 안전성을 확보하는 정공법을 택했다. 

다른 쪽에는 인간이 두 개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뇌로 판단해 운전하는 것처럼, 오직 카메라와 AI만으로 자율주행을 완성하겠다는 테슬라가 있다. 테슬라는 ‘비전 온리(Vision-Only)’라는 대담하고도 논쟁적인 길을 선택했다.

이런 근본적 선택의 차이는 안전성, 차량 생산 비용, 서비스 확장성 등 로보택시 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모든 핵심 요소에서 극명한 대조를 만들고 있다. 웨이모의 방식은 안전성 측면에서 높은 신뢰를 얻고 있지만, 고가의 장비로 인한 비용 문제와 더딘 확장 속도가 과제로 지적된다. 반면 테슬라의 방식은 압도적인 비용 경쟁력과 빠른 확장 잠재력을 지녔다. 그러나 기술의 안전성과 신뢰성에 대한 의문이 끊임없이 제기된다.

두 거인이 선택한 서로 다른 길은 각각 어떤 기회와 리스크를 내포하고 있을까? 시장조사업체 데이터 브리지에 따르면 2032년 로보택시 시장 규모는 2751억달러(약 375조6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거대한 로보택시 경쟁의 승자는 단순히 새로운 교통수단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미래 도시와 사회의 패러다임 자체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기술, 안전, 비즈니스, 시장의 평가라는 네 가지 차원에서 두 기업을 심층 분석했다.

2032년 로보택시 시장 규모는 2751억달러(약 375조6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출처 : Data Bridge)

①기술 철학 격돌: ‘인간의 눈’이냐 ‘초월적 오감’이냐

두 기업의 기술적 차이는 단순히 센서의 종류나 개수에 국한되지 않는다. 세상을 어떻게 인지하고, 불확실성에 어떻게 대처하며, 안전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철학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웨이모가 ‘초월적 오감’을 통해 완벽한 정보를 추구한다면 테슬라는 ‘인간의 눈’을 모방, AI의 학습 능력을 더해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려 한다.

웨이모의 다중 감각 융합

웨이모의 자율주행 시스템 ‘웨이모 드라이버(The Waymo Driver)’의 핵심 철학은 물리적 중복성(Redundancy)과 다양성(Diversity)을 통한 절대적 신뢰성 확보다. 

이는 하나의 센서가 특정 환경, 예를 들어 폭우나 역광 속에서 기능이 저하되더라도 전혀 다른 원리로 작동하는 센서가 그 공백을 메워 시스템 전체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페일-오퍼레이셔널(Fail-Operational)’ 설계에 기반한다. 

즉, 어떤 상황에서도 시스템이 치명적인 오류 없이 안전하게 작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웨이모는 라이다, 카메라, 레이더라는 세 가지 종류의 센서를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방식을 택했다.

웨이모 라이더 센서로 바라본 샌프란시스코 도로 모습(위), 웨이모 6세대 시스템 테스트 장면(아래) (출처 : Waymo)
  • 라이다(LiDAR - Light Detection and Ranging): 웨이모 시스템의 가장 강력한 눈 중 하나다. 차량 지붕과 곳곳에 장착된 라이다는 360도 전방위로 초당 수백만 개의 레이저 펄스를 발사하고, 그 빛이 물체에 부딪혀 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한다. 이를 통해 주변 환경에 대한 정밀한 3D ‘포인트 클라우드(Point Cloud)’ 지도를 생성한다. 최대 300미터 떨어진 물체의 크기와 거리를 밀리미터 단위의 오차로 측정할 수 있으며, 빛이 전혀 없는 야간이나 어두운 터널 안에서도 성능 저하가 거의 없다. 이는 물체의 정확한 형태와 위치를 파악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 카메라(Cameras): 웨이모도 카메라 기반 고해상도 비전 시스템을 활용한다. 라이다나 레이더가 인식하기 어려운 시각적, 의미 정보를 포착하는 데 특화돼 있다. 카메라는 신호등의 색깔, 교통 표지판의 글자, 도로 위 차선의 종류, 공사 구역의 수신호 등 복잡한 맥락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다. 웨이모의 카메라는 최대 500미터 이상의 원거리 탐지 능력을 갖추고 있어 특히 고속 주행 시 전방의 상황을 미리 인지하고 예측할 시간을 확보하는 역할을 한다.

  • 레이더 (Radar): 전파를 이용하는 레이더는 물체의 속도와 이동 방향을 측정하는 데 탁월한 성능을 보인다. 특히 비, 안개, 눈, 먼지 등 악천후 조건에서 카메라와 라이다의 성능이 크게 저하될 때, 레이더는 전파의 투과성을 이용해 안정적으로 전방 차량의 속도 변화 등을 감지할 수 있다.

이 세 가지 이질적인 데이터는 웨이모의 AI 소프트웨어를 통해 실시간으로 융합(Sensor Fusion)돼 하나의 일관되고 굳건한(robust) 세계관을 구축한다. 예를 들어, 카메라가 버스 측면에 부착된 광고판 속 정지 표지판 이미지를 포착했을 때, 라이다는 3D 데이터를 통해 그것이 실제 표지판이 아닌 평면 이미지임을 즉시 확인, 불필요한 급정거를 막는 식이다. 

어두운 밤길에 검은 옷을 입은 보행자가 나타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카메라가 식별하기 어려울 때, 라이다는 정확한 형태로 그 존재를 감지할 수 있다. 각 센서의 강점을 극대화하고 약점을 상호 보완함으로써 주변 환경에 대한 높은 수준의 신뢰도를 가진 인지 모델을 완성한다. 다중 센서 융합 방식이 정확성과 신뢰성 측면에서 단일 센서에 의존하는 것보다 우월하다는 주장은 다수의 논문을 통해 뒷받침되고 있다.  

테슬라 FSD(Supervised, 감독형) 구동 화면 (출처 : Tesla)

테슬라의 ‘비전 온리’ 혁명: AI로 극복하는 물리적 한계

테슬라의 접근법은 일론 머스크 CEO의 “인간은 두 개의 눈으로 운전한다. 라이다는 비싸고 불필요한 목발(crutch)”이라는 도발적인 주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테슬라는 고가의 라이다, 심지어 과거에 사용했던 레이더까지 제거하고 오직 8개의 카메라가 포착하는 2D 이미지 정보와 이를 해석하는 강력한 AI 소프트웨어만으로 3D 공간을 이해하고 주행을 결정하는 ‘비전 온리’라는 급진적인 길을 걷고 있다. 

이 선택의 배경에는 하드웨어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춰 자율주행 기술의 대중화를 앞당기고, 데이터 처리의 복잡성을 줄여 AI 모델 학습 효율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적 판단이 깔려 있다.

  • 점유 네트워크(Occupancy Network): 테슬라 비전 온리의 핵심 기술은 독자적으로 개발한 ‘점유 네트워크’다. 이는 주변 공간을 복셀(Voxel, 3D 픽셀)이라는 작은 정육면체 단위로 잘게 나누고, 각 복셀이 비어 있는지(주행 가능 공간) 혹은 어떤 물체로 채워져 있는지(점유된 공간) 확률적으로 예측하는 방식이다. 

    기존의 자율주행 시스템이 자동차, 사람, 자전거 등 미리 정의된 객체를 인식하는 경계 상자(Bounding Box) 방식에 의존했던 것과 달리 점유 네트워크는 형태가 비정형적인 장애물, 예를 들어 도로에 떨어진 타이어, 공사 현장의 적재물, 쓰러진 나무 등도 점유된 공간으로 인식할 수 있다. 예측 불가능한 일반적인 장애물 탐지 능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켜 비전 시스템의 근본적인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다.

  • 엔드-투-엔드 신경망: 테슬라 FSD(Full Self-Driving) v12부터 본격적으로 도입된 이 접근법은 비전 온리 철학의 정점을 보여준다. 과거 자율주행 시스템은 ‘인지-예측-판단-제어’ 여러 단계로 나뉜 모듈식 파이프라인으로 구성됐는데, 엔드-투-엔드 방식은 카메라 이미지 입력부터 조향, 가속, 제동 차량 제어 출력까지 전 과정을 하나의 거대한 단일 신경망이 처리한다. 

    이는 마치 인간이 수많은 운전 경험을 통해 직관적으로 운전을 배우는 것과 유사하다. 수백만 개의 실제 주행 영상 데이터를 모방 학습(Imitation Learning)해 작동하기 때문이다.

  • 데이터 엔진: 테슬라의 가장 강력한 무기 중 하나는 전 세계에 판매된 수백만 대의 테슬라 차량에서 실시간으로 수집되는 방대한 양의 실주행 데이터다. 이 데이터 엔진은 FSD 시스템이 실제 도로에서 마주치는 수많은 특이 사례(edge cases)와 드물게 발생하는 ‘롱테일(long-tail)’ 시나리오를 지속적으로 학습하고 개선하는 강력한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 

    테슬라는 이 데이터의 규모와 다양성이 경쟁사들이 결코 따라올 수 없는 압도적인 우위이며, 비전 온리 시스템의 성능을 완성하는 핵심 동력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뉴욕 맨해튼의 눈보라 (출처 : Shutterstock)

②안전성: 악천후와 엣지 케이스가 시험대

두 회사가 추구하는 기술의 차이는 특정 주행 환경에서의 뚜렷한 장단점으로 확인된다. 특히 자율주행의 난제로 꼽히는 악천후와 예측 불가능한 ‘엣지 케이스’는 기술적 한계를 가늠하는 시험대라고 할 수 있다.

로보택시의 상용화를 위한 가장 중요한 전제 조건은 안전이기 때문에 이를 기술적으로 따져보는 건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 악천후 및 저조도 성능: 이 분야에서는 웨이모의 다중 센서 방식이 우위를 점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라이다와 레이더는 자체적으로 광원(레이저)이나 전파를 사용하기 때문에 빛이 전혀 없는 야간이나 짙은 안개, 폭우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성능을 유지할 수 있다. 

    포드의 짐 팔리(Jim Farley) CEO는 이에 대해 “카메라가 완전히 눈이 멀게 되는 상황에서도 라이다 시스템은 전방에 무엇이 있는지 정확히 볼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반면, 카메라는 본질적으로 외부 광원에 의존하는 수동적 센서다. 따라서 폭우로 시야가 흐려지거나, 짙은 안개, 강한 역광, 어두운 터널 진입 같은 상황에서는 성능 저하가 불가피하다. 인간의 눈이 제약받는 상황을 떠올려 보면 된다.

    미시 커밍스(Missy Cummings) 조지 메이슨 대학교 교수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센서 하나만으로는 진정한 자율주행차를 만들 수 없다. 비전 온리 방식의 테슬라 자율주행차량은 3중 보조(텔레오퍼레이션, 차량 내 모니터링, 후행 차량)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테슬라는 이러한 물리적 한계를 정교한 AI 알고리듬과 방대한 데이터 학습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센서 자체의 물리적 한계는 있지만, 이를 AI로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테슬라와 웨이모 자율주행 방식 비교 (출처 : BloombergNEF)
  • 데이터 해석 및 복잡성: 테슬라는 과거 레이더를 함께 사용하던 시절, 고속도로 위의 다리나 금속 표지판을 고정 장애물로 오인해 불필요한 급정거를 하는 등 ‘센서 융합’ 과정에서 오히려 잘못된 판단(False Positive)이 발생하는 문제를 겪었다고 주장한다. 

    서로 다른 종류의 데이터를 동기화하고 해석하는 과정의 복잡성을 제거하고, 비전 데이터라는 단일 소스에만 집중하는 것이 AI 모델을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발전시키는 길이라는 논리다.

    이에 대해 웨이모는 ‘좋은 하드웨어가 더 나은 데이터를 만들고, 이는 더 똑똑한 소프트웨어를 가능하게 한다’고 반박한다. 다양한 센서에서 얻은 풍부하고 정확한 데이터야말로 AI 모델이 복잡한 상황을 더 깊이 있게 이해하고 예측하게 만드는 바탕이라는 주장이다.   

  • 기술적 완성도와 자율주행 레벨: 웨이모는 현재 미국자동차공학회(SAE) 기준, 특정 지역(지오펜스) 내에서 운전자의 개입이 전혀 필요 없는 ‘레벨4’ 자율주행을 상용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다. 시스템이 스스로 모든 주행 상황을 책임질 수 있다는 기술적 자신감이 없으면 불가능한 서비스다. 

    반면, 테슬라의 FSD는 이론적으로는 감독이 필요한(Supervised) ‘레벨2’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으로 분류된다. 레벨2의 가장 중요한 제한 사항은 책임에 있다. 자율주행 시스템의 기술적 능력과 관계없이 문제가 발생할 경우 책임을 모든 책임은 운전자에게 있으며, 운전자는 항상 전방을 주시하고 언제든 운전에 개입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인간 운전자 대비 웨이모 사고 비율 (출처 : Waymo)

③데이터 비교… 투명성 vs 규모

안정성 관련 데이터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두 회사가 안전을 어떻게 정의하고, 어떻게 측정하며 어떻게 증명하느냐에 관한 근본적인 시각차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웨이모는 안전성을 입증하기 위한 전략으로 투명성과 제삼자 검증을 전면에 내세운다. 규제 당국과 대중의 신뢰를 점진적으로, 그리고 확실하게 쌓아가는 신뢰 구축 접근법이라고 할 수 있다.

웨이모는 2025년 3월 기준으로 운전석에 안전 요원 없이 승객만 탑승하는 ‘완전 무인(Rider-Only)’ 모드로 주행한 거리가 7100만 마일(약 1억1400만 km)을 돌파했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실제 상용 서비스 환경에서 축적된 데이터를 공개한 것이다.  

피닉스, 샌프란시스코 등 주요 도시의 인간 운전자 사고를 분석한 데이터와 비교, 웨이모 시스템의 우수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공개된 데이터에 따르면, 웨이모 드라이버는 인간 운전자 대비 부상을 유발하는 사고를 78%, 특히 보행자와 관련된 부상 사고를 93%, 자전거 이용자 관련 부상 사고를 81% 줄였다.

글로벌 재보험사 스위스 리(Swiss Re)와의 공동 연구를 통한 제삼자 검증도 진행했다. 이 연구는 단순히 사고 발생 건수가 아니라 실제 보험금 지급으로 이어진 보험 청구 데이터를 분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보험 청구는 사고의 책임 소재(과실)가 반영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2500만 마일 이상의 주행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웨이모 차량은 인간 운전자 대비 대물 피해(Property Damage) 보험 청구를 88%, 대인 피해(Bodily Injury) 보험 청구를 92% 가량 크게 감소시킨 것으로 집계됐다. 

웨이모는 이런 데이터를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의 SGO(Standing General Order) 규정에 따라 투명하게 보고한다. 데이터 분석 방법론 또한 학술 논문 형태로 공개, 누구나 검증할 수 있도록 했다. 안전성에 대한 신뢰를 얻기 위한 노력이다. 

100만 마일당 사고 건수 비교. 미국 평균 대비 자율주행 차량의 사고 건수가 적다. (출처 : Bloomberg Intelligence)

한편 테슬라는 안전성의 근거로 ‘규모의 데이터’를 내세운다. 전 세계 수백만 대의 차량이 FSD(Supervised, 감독형) 모드로 주행하며 누적한 수십억 마일의 데이터가 그 기반이다. “FSD가 이미 평균적인 인간보다 안전하다”는 일론 머스크의 자신감 넘치는 주장은 바로 이 방대한 경험치에서 나온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보고서 분석에 따르면 테슬라 오토파일럿(FSD 포함)의 사고율은 100만 마일당 0.15건으로 미국 평균(3.90건)은 물론 웨이모(1.16건)보다도 월등히 낮다. 이 데이터를 근거로 테슬라가 “7배 더 안전하고 7배 더 저렴하다”고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다만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테슬라 데이터의 경우 운전자가 탑승한 상태에서 레벨2 ‘ADAS(운전자 보조 시스템)’인 오토파일럿 상황이 주로 포함된 데이터여서 비교가 부적절하다는 평가도 있다. 

복잡한 신호 체계와 예측 불가능한 보행자, 교차로 등이 즐비한 모든 조건에서의 인간 운전자 평균 사고율과 직접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고, 웨이모 데이터 역시 무인 로보택시 주행이라 다른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분명한 건 안전이라는 가치를 대하는 두 회사의 시각에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웨이모가 안전을 공학적, 과학적으로 증명해야 할 대상으로 본다면 테슬라는 방대한 데이터를 통해 귀납적으로 달성되는 결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결국 어느 쪽이 먼저 대중과 규제 당국의 완전한 신뢰를 얻어내느냐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④비즈니스 모델과 확장성… 월스트리트의 전망

기술적 우위, 안전성 확보가 로보택시의 필요조건이라면 경제성과 확장성은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위한 충분조건이 될 것이다. 테슬라와 웨이모는 이 영역에서도 서로 다른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테슬라가 소프트웨어를 통한 네트워크 효과와 기하급수적인 성장을 꿈꾼다면 웨이모는 통제된 환경과 탁월한 운영을 기반으로 점진적인 확장을 추구하는 양상이다. 비즈니스 확장성 측면에서는 테슬라가 우위에 있다는 게 업계 전반의 평가다.  

테슬라의 로보택시 비즈니스 모델은 분산형 네트워크와 소프트웨어 수익화라는 두 가지 키워드로 요약된다. 이미 도로 위를 달리고 있는 수백만 대의 테슬라 소비자 차량을 원격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를 통해 로보택시라는 수익 창출 자산으로 즉시 전환하는 게 핵심이다.

  • 기존 차량을 활용한 확장성: FSD 기능이 활성화된 모든 테슬라 차량은 이론적으로 즉시 로보택시 네트워크에 편입될 수 있다. 새로운 로보택시 전용 차량을 대량으로 생산하고 특정 도시에 배치해야 하는 웨이모와 달리, 막대한 초기 자본 지출(CAPEX)을 최소화하면서 서비스 지역을 기하급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잠재적 파괴력을 가진 셈이다.   

  • 소유주 참여: 테슬라는 차량 소유주가 출퇴근 시간 외에 자신의 차를 사용하지 않을 때 로보택시 네트워크에 공유, 주차된 차가 스스로 돈을 벌어오게 하는 모델을 구상하고 있다. 이는 차량 구매자에게 ‘감가상각되는 자산’이 아닌 ‘수익을 창출하는 자산’이라는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제공한다. 이를 바탕으로 테슬라는 차량 판매, FSD 소프트웨어 판매(현재 가격 8000달러), 그리고 향후 발생할 네트워크 중개 수수료를 통해 다각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을 전망이다.   

  • 독보적 충전 인프라: 테슬라는 이미 전 세계 주요 거점에 독자적인 급속 충전 네트워크인 ‘슈퍼차저’를 촘촘하게 구축해 두었다. 이 인프라는 로보택시 운영에 필수적인 충전 문제를 해결하는 데 결정적인 이점을 제공할 것으로 관측된다.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거나 제휴해야 하는 경쟁사들과 비교하면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웨이모는 중앙 집중형 소유 및 운영 모델을 채택했다. 웨이모가 직접 차량(재규어 I-PACE)을 구매하고, 자사의 자율주행 시스템을 통합해 특정 도시 내에서 직접 서비스를 운영하고 품질을 통제하는 방식이다. 차량을 회사가 직접 통제함으로써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 지오펜스 기반의 도시별 확장: 웨이모는 2020년 피닉스에서 세계 최초로 완전 무인 로보택시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오스틴으로 서비스를 확장하는 신중한 도시별 점진적 확장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웨이모는 새로운 도시에 진출할 때마다 해당 지역의 복잡한 도로 환경, 교통 법규, 운전자 습관 등을 철저히 학습하고 지도 데이터를 구축한다. 또한, 지역 규제 당국 및 응급 구조대, 커뮤니티 등과 협력, 신뢰를 구축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 전용 차량 개발: 웨이모는 승객 경험과 운영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로보택시 전용 차량 개발에 힘쓰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지리(Geely) 그룹의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지커(Zeekr)와 협력, 스티어링 휠과 페달이 없고 넓은 실내 공간을 제공하는 로보택시 전용 차량을 개발 중이다. 현대차 그룹과도 협력, 2025년 말부터 아이오닉 5의 초기 도로 테스트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 생산 능력 확충: 웨이모는 서비스 확장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 단계에 돌입했다. 2025년 5월 애리조나주 메사에 새로운 차량 통합 공장을 열고, 파트너사인 마그나(Magna)와 함께 연간 수만 대의 자율주행차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고 발표했다. 웨이모는 테슬라처럼 직접 완성차를 제조하지 않기 때문에 서비스 확장을 위해서는 차량 공급 기반 마련이 중요하다.

로보택시 주요 기업 비교 (출처 : Bloomberg Intelligence)

로보택시 생산 비용과 경제성 부문도 테슬라가 우위에 있다. 슈웨타 카주리아 울프리서치 매니징 디렉터에 등에 따르면 웨이모 차 한 대를 제작하는 데 드는 비용은 약 12만달러 이상으로 추정된다. 상당 부분은 고가의 라이다, 다수의 레이더, 그리고 이 모든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한 고성능 컴퓨팅 하드웨어에서 발생한다. 블룸버그 NEF의 분석에 따르면, 웨이모 5세대 차량에 탑재된 24개의 센서 비용만 약 9300달러다. 

반면, FSD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테슬라 모델 Y의 가격은 약 5만8000달러 수준. 라이다와 레이더가 없기 때문에 하드웨어 원가 구조가 훨씬 단순하고 저렴하다.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 차량 비용이 웨이모의 20~25% 수준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테슬라가 ‘비전 온리’를 선택한 핵심 근거 중 하나인 라이다 센서의 높은 가격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수만 달러에 달했던 고성능 라이다 센서는 기술 발전과 대량 생산으로 인해 현재 수백 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 레벨4급 로보택시에 사용되는 고성능 라이다 역시 개당 1500달러에서 6000달러 수준으로 낮아졌으며 가격은 계속해서 하락할 전망이다. 그럼에도 전반적인 제조 비용은 여전히 테슬라가 우위에 있다. 

테슬라는 마일당 운영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춰 저렴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현재 시범 운영 가격 역시 4.2달러로 매우 싸다. 웨드부시(Wedbush) 증권의 댄 아이브스(Daniel Ives) 연구원은 테슬라의 오스틴 로보택시 시범 운행을 “자율성의 황금 시대를 여는 신호탄”으로 평가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는 테슬라 로보택시의 압도적인 확장성에 주목하며 로보택시 사업이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할 경우 테슬라의 기업 가치가 1조달러 추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목표 주가는 500달러로 제시했다. 벤치마크의 미키 레그 애널리스트도 테슬라의 로보택시 서비스 성공을 예측하며 목표 주가를 475달러로 올렸다. 

구글 모기업 알파벳의 자율주행차 사업 부문인 웨이모의 경우 2024년 10월 외부 투자 유치 과정에서 450억달러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 월스트리트의 초기 장밋빛 전망보다는 다소 낮아진 수치지만, 여전히 알파벳 울타리 안에서 거대한 가치를 지닌 독립적인 기술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모건 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웨이모가 2030년까지 10억 마일을 주행하고, 약 25억 달러의 매출을 올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애리조나주 메사에 위치한 웨이모 공장 (출처 : Waymo)

더밀크의 시각: 롱테일 시나리오를 지배하라

자율주행 로보택시라는 미래를 향한 두 기업의 경쟁은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신중한 거인 웨이모는 엔지니어링의 정석을 따라 길을 걸으며 ‘신뢰’라는 가치를 최우선으로 두고 있는데, 이는 적자에도 10년 이상 지속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자금력을 갖춘 구글 같은 빅테크가 아니면 취하기 어려운 전략이다. 

높은 차량 제작 비용과 자본 집약적인 확장 방식은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고 전 세계적인 서비스로 나아가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안전이 가장 중요한 자동차, 운송 사업임을 고려하면 기술적 완성도, 안전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도 없다. 큰 사고 때문에 로보택시 사업에서 철수한 GM 크루즈의 사례를 보더라도 안전 이슈는 치명적이다. 

반면 내연 기관 중심의 글로벌 완성차 산업을 혁신, 전기차 분야에서 독보적인 성장을 이뤄낸 테슬라는 이 성공 공식을 로보택시 분야에도 그대로 적용하는 모양새다. 

센서 융합이라는 기존의 방식에서 탈피, 비전 온리와 엔드-투-엔드 AI라는 기술적 급진주의를 택한 점, 수백만 대의 기존 차량을 활용하는 비즈니스 모델의 파괴적 잠재력은 이 회사가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을지 궁금하게 만든다. 일론 머스크는 우주 탐험 기업 스페이스X에서도 기존 산업의 문법을 모두 파괴하고 성공을 이뤄낸 경험을 가지고 있다.

테슬라 기가팩토리 네바다 (출처 : Tesla)

테슬라의 길은 성공할 경우, 경쟁자가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압도적인 확장성과 비용 우위를 가져다줄 것이다. 다만 안전성 등 신뢰 확보 문제, 치명적 사고에 따른 비즈니스 리스크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결국에는 자율주행의 가장 어려운 과제, 예측 불가능하고 무한에 가까운 ‘롱테일(long tail)’ 시나리오를 평균적인 인간 운전자보다 월등히 안전하게, 그리고 동시에 경제적으로 해결하는 기업이 시장을 지배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력, 자본력, 사업성, 사회적 신뢰라는 요소가 모두 필요하다.

단기적으로는 웨이모의 안정적인 운영 데이터가 규제 당국, 보험 업계의 표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테슬라는 FSD 성능을 지속적으로 개선하며 로보택시 시범 운영을 확대, 전세 역전을 노릴 것으로 예측된다. 

새로운 다크호스가 부상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가장 유력한 후보 중 하나는 아마존이 투자한 ‘죽스(Zoox)’다. 죽스는 6월 1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헤워드에 위치한 맞춤형 로보택시 공장을 가동한다고 밝혔다. 

최대 연간 1만 대의 맞춤형 로보택시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이며 웨이모처럼 라이다, 레이더, 카메라 등 다양한 센서를 종합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죽스는 아직 상용 서비스를 시작하지 않았지만, 2025년 말 라스베이거스, 2026년 샌프란시스코 서비스를 목표로 테스트와 검증을 이어가고 있다.  

로보택시는 교통의 혁신을 넘어, 도시의 구조, 직업의 형태, 그리고 보험 산업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 전체의 모습을 근본적으로 바꿀 가능성이 크다. AI 기술 발전, 공급망, 각국 규제 당국의 정책 등은 이 거대한 경쟁의 또 다른 중요 변수가 될 것이다.

죽스의 자율주행차 (출처 : Zo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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