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두바이까지... “보석, NFT 넘어 럭셔리 커뮤니티 만들 것”

reporter-profile
박원익 2023.01.11 15:05 PDT
뉴욕에서 두바이까지... “보석, NFT 넘어 럭셔리 커뮤니티 만들 것”
김미진 카베라스 대표 (출처 : 더밀크 박원익, 그래픽=장혜지)

[뉴욕의 도전자들] 뉴욕 기반 유망 스타트업 ‘인뎁스 인터뷰 시리즈’ 4편
실물 기반 주얼리 NFT 개발… 웹3 브랜드 ‘카베라스’
코넬 테크 팀원과 자체 플랫폼 구축… 5월 두바이에서 NFT 민팅 예정
김미진 카베라스 대표 “의식 있는 럭셔리 커뮤니티 만들고파”

2022년 12월 14일(현지시각) 저녁 뉴욕 센트럴파크 인근. 비틀즈, 엘비스 프레슬리, 제임스 딘이 묵었던 고풍스러운 호텔 ‘워윅(Warwick)’에서 이색적인 행사가 열렸다. 초대된 소수의 고객 대상으로 열린 프라이빗 이벤트. 신규 주얼리 브랜드 ‘카베라스(Kaveras)’의 트렁크 쇼(Trunk Show, VVIP 고객 대상 제품 공개) 현장이었다. 

샴페인과 디저트를 즐기며 주얼리를 착용해 보는 고객, 보석 디자인을 맡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부터 제품 설명을 듣는 고객 등 다양한 풍경이 펼쳐졌다. 매혹적인 색과 아름다운 결정 모양을 자랑하는 보석 원석 컬렉션, ‘무한한 에너지’를 상징한다는 운석(meteorite) 반지도 눈에 띄었다.   

“‘프라나(Prana, 운석 제품)’ 컬렉션은 국제운석수집가협회(IMCA)의 공식 인증서(certificate of authenticity)를 받은 스톤만 활용해서 제작했어요. 프라나, 트리아드(다이아몬드 제품), 태초(루틸 쿼츠 제품) 총 세 가지 컬렉션을 론칭 했는데, 뉴욕에서 만난 고객분들 반응이 매우 좋았습니다.” 

김미진 카베라스 대표는 “럭셔리 비즈니스 시장 규모는 미국이 가장 크고, 그중에서도 주얼리 거래량이 가장 많은 곳이 뉴욕”이라며 “예상보다 많은 고객분들이 주문을 해주고 계신다”고 했다. 

카베라스 뉴욕 론칭쇼 현장 (출처 : Kaveras)

여느 보석 브랜드와 달리 카베라스는 기술 기반으로 적극적인 확장을 추진 중이다. 김 대표가 보석업계에서 쌓아온 경험에 뉴욕 코넬대 출신 팀 멤버들의 기술 노하우를 더해 실물 연계 NFT(대체불가토큰) 발행을 앞두고 있다. 오는 5월에는 두바이에서 NFT 민팅(Minting, 발행) 행사를 개최하고, 자체 NFT 트레이딩 플랫폼도 구축할 계획이다.   

최근 웹3(Web3, 블록체인 기반 차세대 인터넷) 업계에서는 예술품, 골동품, 보석, 부동산 등 진본 인증이 필요한 다양한 실물 자산에 대한 소유권과 NFT를 연계하는 트렌드가 부상하고 있다. 크립토펑크와 협업해 실물 펜던트로 바꿀 수 있는 한정판 NFT를 발행한 티파니, 지난 11월 실물 골드바 기반 NFT를 발행한 한국조폐공사 사례가 대표적이다. 골프장·프라이빗 파티 회원권 등 실제 활동을 위한 자격을 증명하는 영역에서도 NFT가 더 많이 활용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카베라스가 NFT로 보수적인 주얼리 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까? “의식 있는 럭셔리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다”는 김 대표를 뉴욕 카베라스 오피스에서 만나 럭셔리 비즈니스, 프리미엄 커뮤니티의 미래에 관해 물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카베라스 주얼리 제품 (출처 : 더밀크 박원익)

자기소개를 해준다면.

실물 자산과 디지털 자산을 연계한 하이엔드 주얼리 브랜드 ‘카베라스’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는 김미진이라고 한다. 뉴욕과 서울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카베라스의 모태는 2020년에 설립한  ‘르호사(LE HOSAH)’다. 현재 카베라스를 별도의 미국법인으로 분리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주얼리 비즈니스는 진입 장벽이 높은 걸로 유명한데, 시작이 궁금하다.

2015년 블로그 기반 커머스가 빠르게 성장하던 시기 동대문 시장 바닥을 돌아다니며 물건을 떼다 판 적이 있다. 직접 팔아보니 커머스 비즈니스에는 브랜드가 정말 중요하다는 걸 알겠더라. 

이 경험을 토대로 2018년 브랜드 컨설팅 에이전시 ‘비스콥 스튜디오’를 시작했다. 화장품 등 소비재 쪽 브랜드 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불가리, 티파니, 까르띠에 같은 하이엔드 럭셔리 주얼리 브랜드를 주의 깊게 보게 됐다. 가족 기업인 보석 제조업체 ‘OG & HB’의 영향도 있었다. 그동안 모은 돈을 쏟아부어 르호사를 설립, 경험을 쌓았고 2021년부터 글로벌 브랜드 프로젝트인 카베라스를 본격적으로 준비했다.

글로벌 브랜드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욕심, 럭셔리만 강조하는 게 아니라 환경을 생각하는 지속 가능한 브랜드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있다. “힘들다”며 걱정하시는 부모님의 반대를 뚫고, 노트북 한 대로 시작해 여기까지 왔다.  

뉴욕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럭셔리 제품 시장 규모를 보면 미국이 가장 크다. 그중에서도 주얼리 거래량이 가장 많은 곳이 뉴욕이다. 뉴욕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비즈니스 하기 좋은 도시이기도 하다. 뉴욕에는 능력 있는 주얼리 및 그래픽 디자이너, 인재들도 많다. NFT 사업으로 확장하기 좋다는 점도 중요했다.

카베라스 팀 (출처 : Kaveras)

NFT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하이엔드 주얼리 같은 럭셔리 비즈니스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경기의 영향을 덜 받는다는 장점이 있다. 성장 속도는 다소 더디다고 볼 수도 있지만, 기술로 이를 극복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NFT라는 기술이 원본, 진본, 오리지널리티를 보장해 줄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으로 다가왔다. 주얼리 업계에서는 디자인 IP(지식재산권)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사례가 많다. 성공한 브랜드의 디자인을 거의 그대로 베껴 출시하는 식이다. NFT를 활용하면 원본을 쉽게 확인할 수 있으므로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소개해 줄 만한 성과가 있다면.

2022년 1월 유명 보석 업체 윈저 주얼러스(WIndsor jewelers)와 20억원 규모의 ‘컨사인먼트 딜(Consignment Deal, 위탁 거래)’을 체결했다. 스톤(원석)을 매입하려면 큰 예산이 필요한데, 컨사인먼트 딜을 하면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보석 디자인 및 가공을 완성한 후 매출이 발생할 때 원석 매입 대금을 치를 수 있기 때문이다. 

윈저는 7년 전부터 알고 지내온 파트너다. 상호 신뢰가 없으면 이런 딜이 불가능하다. 윈저는 보석을 매입해 유동화(liqudation)하는 비즈니스도 하고 있다. 여러모로 함께했을 때 시너지가 나는 파트너라고 할 수 있다. 

도전을 지속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고객의 긍정적인 피드백을 들었을 때 힘이 솟는다. 창업을 하고, 고생을 사서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다. 2020년에 한국에서 주얼리 ‘미스그린’을 처음 론칭한 후 지속가능성 같은 가치를 담으려고 노력했는데, 기획 의도를 알아봐 주시는 고객 반응을 보고 큰 보람을 느꼈다.  

미국 커머스 웹사이트 ‘울프앤배저(Wolf & Badger)에서도 제품을 판매했는데, 미국 고객분들은 이런 가치 소비에 더 민감하더라. 카베라스 역시 주얼리 디자인(IP)을 먼저 공개해 반응을 본 후 수요에 맞춰 제작하는 방식으로 제조 과정에서 불필요한 낭비를 줄이고 있다. 하이엔드 고객은 나만을 위한 커스터마이징(개인화) 제품을 선호하기 때문에 이런 접근 방식이 효과적이다.

웹3 피지털(Phygital, 실물 + 디지털) 기술 회사 ‘더스팟룸’ (출처 : The Spot Room)

웹3, NFT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많은데.

버블이 있었던 건 부정할 수 없다. 다만 버블이 꺼지면서 비즈니스 모델이 확실한 실체가 있는 기업만 살아남을 수 있게 됐다는 점은 오히려 긍정적인 면이라고 생각한다. 

웹3, NFT를 투자 관점에서 접근하는 분들이 많은데, 저는 웹3의 가장 큰 매력이 커뮤니티라고 생각한다. NFT 기술을 매개로 ‘의식 있는 하이엔드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다고 본다. 카베라스는 올해 9월 런던에서 개최되는 롤스로이스 행사에 주얼리 브랜드로 유일하게 초청됐는데, 카베라스가 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주얼리 브랜드라는 점 때문에 초청한 거다. 

기술 개발 및 적용은 어떻게 진행하나. 

현재 ‘더스팟룸(The Spot Room)’이라는 회사와 협업 중이다. 웹3 피지털(Phygital, 실물 + 디지털) 마켓플레이스 구축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다. 코넬 출신 컴퓨터 공학, 블록체인·웹3 전문가인 스탠튼 토마스(Stanton Thomas), 안센(Ansen G)도 팀 멤버로 함께 하고 있다.  

향후 1년 정도는 더스팟룸과 협업하고, 그 기간 동안 내부 테크 팀이 NFT 결제 플러그인 구축, 웹사이트 내 NFT 트레이딩 플랫폼 개발을 진행할 계획이다. 실물 제품을 스마트폰으로 스캔하면 바로 NFT가 뜰 수 있도록 1000만원 이상 제품에는 모두 NFC(근거리 무선 데이터 통신 기술)칩을 탑재하고, 2024년부터는 모든 제품에 NFC칩 넣으려고 한다. 

메타버스 플랫폼의 아바타 아이템으로 NFT 주얼리 제품을 제공하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한국 게임업체와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이다.

프라나(Prana) 컬렉션 운석 반지 (출처 : Kaveras)

카베라스만의 경쟁력, 차별화 포인트가 있다면.

첫 번째는 브랜드와 브랜드 마케팅에 대한 이해도라고 할 수 있다. 브랜드 컨설팅 업체를 운영하며 익힌 노하우를 기반으로 강력한 하이엔드 브랜드를 구축할 수 있다고 본다. 

두 번째는 하이엔드 주얼리 업계에서 쌓은 경험과 전문성이다. 하이엔드 주얼리 비즈니스는 특히 진입장벽이 높은데, 카베라스가 컨사인먼트 딜을 따낼 수 있었던 건 오랜 시간 쌓아 올린 신뢰가 바탕이 됐기 때문이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카베라스 공동창업자인 헬레나 임(Helena Lim) 역시 뉴욕 패션 스쿨인 FIT 출신이자 지방시(Givenchy) 계열 하이엔드 주얼리 브랜드에서 일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세 번째는 기술 및 확장성에 대한 열린 자세라고 할 수 있다. 카베라스는 NFT뿐 아니라 AR(증강현실), VR(가상현실) 등 다양한 기술을 받아들여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향후 계획, 목표가 궁금하다.

올해 상반기 투자 유치를 계획 중이다. 오는 5월에는 두바이에서 NFT 민팅 행사도 개최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실물 연계 주얼리 제품으로 시작했지만, 앞으로는 커뮤니티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이 소사이어티, 럭셔리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다. 뉴욕의 프리미엄 아파트, 레지던스, 호텔과 협업해 멤버십 비즈니스로 확장하는 식이다. 고메(Gourmet) 업계, 레스토랑을 포함해 프리미엄 라이프 스타일 멤버십으로 확장하는 게 장기적 목표다.

회원가입 후 뷰스레터를
주 3회 무료로 받아보세요!

단순 뉴스 서비스가 아닌 세상과 산업의 종합적인 관점(Viewpoints)을 전달드립니다. 뷰스레터는 주 3회(월, 수, 금) 보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