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굴곡을 통해 공감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을 배웠다"
마이크로소프트 사티아 나델라 CEO 아들 지난 2월 28일 사망.
아버지의 마음가짐을 바꿔 주고 떠나
지난 1992년 이었다. 썬마이크로시스템에서 일하고 있던 사티아 나델라는 마이크로소프트 입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여러 번의 면접 중 마지막 면접에서 그는 이런 질문을 받았다.
“아이가 길에서 넘어져 울고 있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나델라는 잠시 생각했다. 이게 무슨 알고리듬과 관련된 질문인가? 아니면 함정 질문일까? 한참을 생각한 나델라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공중 전화로 가서 911에 전화를 하겠습니다.”(휴대전화가 보급되기 전이었다.)
면접관은 아이가 넘어져 울고 있다면 일으켜 세워서 안아줘야 한다고 말하며 나델라에게 공감 능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벌떡 일어나서 면접 장소를 떠났다. 나델라는 당연히 떨어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운이 좋았는지 결국 합격했다.
이로부터 4년 후.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던 그는 첫 아들 자인(Zain)이 태어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임신 중 자궁 내 질식으로 인해 응급 제왕절개를 해야 했다. 자인이 태어났을 때의 몸무게는 1.3kg에 지나지 않았다. 뇌성마비였다. 자인은 시력에도 문제가 있었다.
나델라는 세상이 원망스러웠다. 왜 자신한테 이런 일이 생겼는지 이해하지 못했고 화도 났다. 하지만 그의 부인 아누 나델라는 달랐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고 모든 걸 아들의 입장에서 생각했다.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묻는 대신 아들의 고통을 먼저 느꼈다.
나델라는 이렇게 아내와 아들에게서 공감에 대해 배웠다. 그리고 이런 공감 능력을 일상에서 사용하면 얼마나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는지 깨달았다. 그렇게 그는 바뀌어 나갔다.
나델라에게 공감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준 아들 자인이 지난 2월 28일(미국 시간) 2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고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메일을 통해 고위 경영진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2014년 마이크로소프트의 CEO가 된 이후 나델라는 장애가 있는 사용자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제품을 설계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는 아들 자인을 키우면서 배운 교훈을 적용했다. 나델라는 또 지난해 아들이 치료를 받아온 시애틀 어린이 병원에 아내와 함께 아들의 이름으로 뇌 연구를 위한 소아 신경 과학 연구를 위해 기부를 하기도 했다.
나델라의 2018년 저서 ‘히트 리프레시’에는 아들 자인으로 인해 나델라가 느꼈던 좌절감과 동시에 어떻게 마음을 바꾸게 됐는지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다음은 영어 책을 직접 번역한 내용.
“(자인이 태어나 후) 우리는 삶의 문제들이 원하는 대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대신 우리는 이에 맞서 나가야 했다.”
“내 아들의 상황은 내가 부모님에게서 배운 아이디어와 공감 능력에 대한 열정을 매일 같이 이용하게 만든다. 집에서나 직장에서나 마찬가지다. 남아메리카건 중동이건 미국의 도시에서건 사람을 만날 때 나는 사람들의 생각과 감정, 아이디어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 공감능력이 있는 아버지가 되는 건, 그리고 그러기 위해 정수에 또 영혼에 무엇이 있는지를 깨닫기 위한 욕망은 나를 더 나은 리더로 만들었다.”
“나는 삶의 굴곡을 통해서만 공감능력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을 배웠다. 너무 힘들게 살지 않기 위해서는 삶의 덧없음(일시성)을 편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나는 자인이 태어났을 때 자인의 상황이 영구적이라는 사실에 얼마나 힘들어 했는지 기억한다. 하지만 상황은 항상 바뀐다. 인생의 덧없음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면 마음의 평정심을 찾을 수 있다. 삶의 오르막과 내리막에 대해 너무 흥분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런 후에야 주변의 모든 것에 대해 더 깊은 공감능력과 동정심을 가질 준비가 된다.”
시애틀 어린이 병원 CEO 제프 스페링은 이사회에 보낸 메시지에서 “자인은 다양한 음악 취향과 밝고 맑은 미소, 가족과 그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가져다 준 엄청난 기쁨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