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AI 시대 주도하려면... "Why를 지배하고,목적을 스카우팅 하라"
[더밀크-엑스포럼 주최 K-이노베이션 나이트]
CES2025에서 본 한국 AI 산업의 미래 주제... 윤송이 NC문화재단 이사장 기조연설
크리스 예, 톰 박, 황유라 등 실리콘밸리 벤처, AI 기업 전문가들 대담
주영섭, 최형욱, 정지훈, 정구민, 전진수, 장동선 등 기술, 산업 전문가 총출동
한국이 AI 시대를 주도하려면 그동안의 성공 방정식을 싹 잊어야 한다. 새 출발한다는 심정으로 도전해야 한다주영섭 서울대 특임교수 (전 중기청장)
주영섭 서울대 특임교수(전 중기청장)은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25 K-이노베이션 나이트'에 참석해 한국이 AI 산업의 글로벌 리더가 되고 변화를 주도하려면 새로운 성공 방정식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 교수는 "한국은 패스트 팔로우로 남들이 해놓은 것들을 빨리 싸게 만들어서 성공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성공의 원동력이었던 대한민국의 경쟁력이 하나씩 사라지고 있다. 이제는 임금 수준이 일본보다 높을 정도고 연구소에 불 꺼진 지도 오래됐다"며 "이제 패스트 팔로 성공해서 왔으면 그다음에는 성공 전략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초격차 기술만으로는 안된다. 인간이 원하고 만들고자 하는 세상을 지배할 수 있어야 진정한 선진국이 된다"며 "AI 기술을 통해 목적을 설정하고 '왜' 이 물건이 세상에 필요한지를 설득해야 한다. 와이를 지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더밀크와 마이스기업 엑스포럼이 공동으로 개최한 'K-이노베이션 나이트'는 CES2025에서 열린 대표적인 VIP 대상 기술 컨퍼런스 및 네트워크 이벤트다.
라스베이거스 파크MGM 프레디시움 볼룸에서 열린 행사는 윤진식 한국무역협회장, 김동원 고려대 총장,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 이동기 코엑스 사장, 바니 이 한미은행장 등 150여 명의 주요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CES2025에서 본 한국AI 산업의 미래'를 주제로 진행됐다.
"2025년 AI활용 대전환점"... "본질에 집중하면서 AI기술 빠르게 적용해야"
이날 행사는 AI와 CES2025를 주제로 한 세 개 세션으로 진행됐다.
첫 세션에서는 황유라 퍼플렉시티 아시아태평양 총괄이 모더레이터로 나선 가운데, 크리스 예 블리츠스케일링벤처스 대표, 톰 박 사운드하운드 AI 부사장과 대담을 나눴다.
크리스 예 대표는 2025년이 AI 활용의 대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우리 일상에 AI가 본격적으로 자리잡는 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크리스 예 대표는 "현재 AI는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잠재력의 1%도 활용되지 않고 있다"며 "AI는 현재 수준보다 10배, 50배, 심지어 100배 이상으로 활용될 수 있다. 우리는 이제 막 AI의 가능성을 탐구하기 시작한 단계"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AI 에이전트의 발전 가능성에 주목했다. AI 기술이 점점 더 직관적이고 사용하기 쉬워지면서 사람들이 일상적인 작업을 처리하는 방식에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는 것이다. 크리스 예 대표는 "AI가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방식으로 발전할수록, 사람들이 기술에 대한 신뢰를 갖고 더 많이 활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AI의 기회는 무궁무진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AI로 돈을 벌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우리는 아직 AI를 제대로 활용하지도 못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AI는 앞으로 경제적 가치 창출의 핵심 기술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AI 빅씽을 주제로 한 대담에서 톰 박 사운드하운드 AI 부사장은 생성AI 시대 기업들의 대응에 대한 질문에 대해 사운드하운드 AI의 사례를 공유했다.
그는 "사운드하운드는 회사가 설립된 2005년 이후 '보이스AI를 통해 사용자의 경험을 확대한다'라는 한결같은 미션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15년간 새로운 기술이 나왔을 때마다 변화하는 기술을 적용하려는 노력들이 빠르게 이어져 왔다는 것이다. 그는 "미션 본질에 집중하면서 기술 변화에 적응하는 형태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또 B2B 기업 생존과 관련, "이를 위해서는 내부 비용을 줄이거나 기술을 활용해 자신들의 상품을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며 "자연스럽게 AI 적용이 B2B 측면에서 빠르게 일어나야 한다. 단순 도입에서 그치지 않고, 더 고도화돼서 바로 작동할 수 있게끔 만드는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젠슨 황 기조연설, 엔비디아 헤게모니 싸움 홍보전... 정구민 "생성AI 사용성, PC서 자동차로"
두번째 패널토의 세션은 CES2025에서 본 모빌리티, 에너지, 헬스케어를 주제로 진행됐다. 정지훈 아시아2G 캐피털 파트너와 정구민 국민대 교수, 뇌과학자 장동선 박사가 패널로 나섰다. 모더레이터는 더밀크 손재권 대표가 맡았다.
정지훈 파트너는 엔비디아 젠슨 황 CEO의 기조연설과 관련, "가장 눈여겨봐야할 부분은 변곡점에 있는 AI 기술이 이제 서비스로만 남아있는 것이 아니라 피지컬 AI라는 표현처럼 물리적이 AI가 같이 결합해서 넘어가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엔비디아가 AI 칩을 가장 많이 공급했고, 엔비디아 반도체가 없으면 돌아가지 않는 상황이 됐으나 (피지컬 AI 분야에서는) 놀랍게도 퀄컴과 같은 기업이 선두에 있었다"고 분석했다. 이 변화의 시점에 엔비디아가 헤게모니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이를 강조했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일련의 변화 속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들은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 아마존과 같은 서비스 기업들이다. 이미 이들 기업들은 AI 관련 기술을 테스트 단계에서 상용화 단계로 발전시키고 있다.
정 교수는 "특히 에너지나 비용, 효율성 극대화를 위해 빅테크 기업들이 자체 칩을 설계하고 만들고 있다"며 "이런 변화에 엔비디아가 대응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홍보 이벤트"라고 꼬집었다.
뇌과학자인 장동선 박사는 AI 활용사례에 대한 손 대표의 질문에 "로보틱스나 모빌리티, 디지털 헬스케어 영역에서 많은 적용사례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장 박사는 "아직 제대로 된 비즈니스 모델이 나왔다기 보다는 스스로 기술을 통해 서비스를 선보이거나, 델타-우버와 같은 다양한 기업들과의 콜라보가 돋보이는 CES2025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모빌리티 전문가 정구민 교수는 CES2025에서 중국의 부상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중국 시장에서 자체 토종 완성차 업체들이 성장하면서 2023년 7월에 이제 그 수치가 최초로 50%를 넘어섰다"면서 "벤츠나, BMW와 같은 전통적인 자동차 기업을 보유한 독일이 상당히 고전하고 있다. 모빌리티의 주도권을 국가적인 흐름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해 모빌리티에서 '소프트웨어 정의 모빌리티(SDV)'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일반적인 흐름이었다면 작년부터는 대규모언어모델(LLM)이 모빌리티에 탑재되고 있다고 정 교수는 분석했다. 그는 "폭스바겐이 제일 먼저 챗GPT를 탑재, 이를 상용화했다. PC에서 쓰던 생성AI 사용성이 자동차로 넘어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 세션에서는 중소기업 청장을 지낸 주영섭 서울대 특임교수와 최형욱 퓨처디자이너스 대표, 그리고 전진수 전 슈퍼랩스 대표가 CES2025에서 확인한 스타트업과 이머징테크 트렌드를 주제로 강연했다.
공간컴퓨팅 전문가인 전진수 전 대표는 "10년 전 유레카 파크는 작은 회사들이 옹기종기 모인 하나의 존에 불과 했다면 올해 1300여 개의 스타트업이 참가한 대규모 격전장으로 변모했다"며 "작게 출발한 기업들이 성장하면서 전시 규모를 키우고 다른 관으로 옮겨오는 모습을 재미있게 지켜봤다"고 말했다.
전 대표는 "유레카관에서도 대부분의 디바이스에 상품들에 AI 기술이 탑재됐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AI 기술이 없는 제품을 찾는 것이 쉬웠을 정도"라며 "이런 기기를 빠르게, 그리고 저렴하게 잘 만들 수 있는 중국 기업들의 부상을 확인한 자리였다"고 말했다.
전 대표는 '에이지텍(Age Tech)'이나 길어진 수명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솔루션을 제시하는 롱제비티도 CES의 키워드 중 하나였다면서 "보조형 로봇, 저염식을 돕는 스푼, 글래스형 보청기와 같이 단순히 오래사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고 행복하게 오래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기술들이 많았고, 특히 이 분야에 한국 기업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어서 뿌듯한 마음이었다"고 설명했다.
최형욱 대표는 향후 CES의 변화에 대해 "센트럴홀은 가장 영향력이 큰 기업들이 위치하는데, 지각변동이 느껴지는 박람회였다"며 "삼성과 소니, LG 등 기업들이 센트럴 홀 길 입구에 늘 등장한다. 여전히 잘하지만 기대하는 바에 비하면 전혀 새롭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 대표 역시 "센트럴홀과 노스홀에서도 중국 기업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다"면서 "중국의 하이테크 기업이 보이지 않는 이유는 미국으로 들어오지 못하기 때문이지 기술이 없는 게 아니다. 내수가 어려운 중국이 다시 글로벌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런 경쟁 속에서 우리 기업들이 어떻게 경쟁우위를 지속하면서 부가가치를 만들어갈 수 있을까 고민이 된다"고 말했다.
주영섭 특임교수는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주 교수는 "삼성이나 현대차, 그리고 LG 등 한국 기업들은 기술적으로는 많이 발전하고 있는 것 같지만 앞으로 산업 전략을 어떻게 가져가야될 지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의 성공 방정식인 '패스트 팔로어'로는 더이상 어렵다"며 "AI가 중요하지만 왜 이것을 해야하는지 'Why(왜?)'를 지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업의 제품이 제시한 바를 명확하게 드러내는 목적을 지배할 수 있어야만 진정한 선두를 차지할 수 있으나 우리 기업들이 'Why'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주 교수는 "CES가 2023년 이후 기술 중심에서 '모두를 위한 인간안보(HS4A)'라는 목적 중심으로 돌아섰다"며 "퍼스트 무버가 되려면 '왜'라는 목적을 지배해야 한다.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야하는 시대가 왔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는 김동원 고려대학교 총장이 축사를, 한미은행의 바니 이 행장이 환영사를 전하며 행사의 시작을 알렸다.
행사 중간에는 참석자들이 자유롭게 소통하고 교류할 수 있는 네트워킹 자리도 마련되어 큰 호응을 얻었다.
행사에서는 또 실시간 번역 서비스도 제공됐다. 참석자들은 실시간 AI 번역 서비스를 개발한 XL8의 플랫폼을 이용해 영어 강연을 한글로, 한글 강연을 영어로 번역한 텍스트를 확인하면서 강연과 패널토의에 참여했다. 크리스 예 대표는 "한국분들만을 대상으로 한 행사에서 이런 서비스 도입이 너무 참신했다. 덕분에 한국 전문가들의 다양한 인사이트를 충분히 경험한 행사였다"고 말했다.
손재권 더밀크 대표는 “한국의 어려운 시국 속에서도 많은 분들이 새로운 먹거리와 기술 트렌드를 확인하기 위해 CES2025와 K-이노베이션 나이트에 참여해 주셨다”며 "더밀크 역시기자, 리서처, 그리고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희망원정대'라는 이름으로 CES2025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시작된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어려운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어갈 수 있도록, 더밀크가 기술 현장에서 실질적인 인사이트와 기회를 제공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