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룩말 세로의 꿈, 생성AI 방탈출 게임
[뷰스레터 플러스]
●AI 과잉 경쟁, 6개월간 개발 멈춰라
●4조원대 회사를 지구에 기부한 이유
●기후변화의 강력한 해결책, AI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저는 고등학생 때 가출을 한 적이 있습니다. 꾸깃꾸깃한 지폐 몇 장을 가지고 나와 시외버스에 올라탔습니다. 제가 정한 목적지는 화엄사 구층암. 당시 종교도 없었지만, 무작정 절이 가고 싶었습니다. 예전에 아빠랑 한 번 다녀온 적이 있는데, 어린 마음에도 자연이 주는 위로를 어렴풋이 기억했기 때문입니다.
안전한 울타리를 제 발로 나온 이유는 숨을 쉬고 싶어서였습니다. 수능과 내신 성적으로 날 증명해야 했던 입시 교육의 틀에서 잠깐이라도 나오고 싶었어요. 매일매일 똑같이 교실에서 공부를 하는 학생들. 1교시부터 9교시. 1등급부터 9등급. 나만 빼고 모두가 '그러려니' 현실에 적응하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질문 가득한 학생이 정답을 내놔야 했던 현실, 그 안에서 희석되는 나 자신을 마주하는 게 괴로웠습니다.
모두가 맞다고 믿고 있는 세상 밖으로 나가 마음껏 달려보고 싶었습니다. 동물원 우리 안을 탈출한 세로의 마음이 저와 비슷했을까요? 처음 보는 도로, 자동차, 건물들 그 사이를 달리며 잠시 해방감을 느끼지만 세로는 곧 더 큰 인간 세상에 갇혀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밤늦게 구층암에 절 찾으러 오신 어머니의 붉어진 눈시울을 보며, 결국 내일 또 학교에 나가야 했던 무기력한 자신을 마주한 것처럼요.
전 세로의 뉴스를 접하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간은 동물원 뿐만 아니라 스스로를 가두는 '인간 동물원'을 짓고 있다'. 메타버스, AI(인공지능)의 엄청난 발전과 무한 경쟁들. 기술은 인간 지능의 한계를 뛰어넘으며 더 살기 편한 세상을 만들어줬습니다. 기술에 기대어 사는 삶을 누군간 '선택과 집중', '시간의 효율성'이라 말하지만, 인간의 기억력과 순수한 능력이 녹슬고 있는 사실도 무시할 순 없습니다. 더 이상 내가 직접 먹이를 구하러 가지 않아도 누군가 떠먹여준 음식으로 배를 채울 수 있는 세상으로 변했지요.
나중에 이곳에서 나오고 싶어도 이미 갇힌 세상이 돼버리면 어떻게 할까요?
AI 과잉 경쟁, 사회에 큰 위협
"아, 원시시대로 돌아가고 싶다" 한 지인이 최근 AI 과열에 피로감을 느낀다며 농담반 진담반으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미국 비영리단체 ‘퓨처오브라이프 인스티튜트(Future of Life Institute)가 ‘대규모 AI 시스템’ 개발 중단을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29일(현지시각) 발표했는데요. 전 세계 AI 연구소에 “GPT-4보다 강력한 AI 시스템에 대한 훈련을 최소 6개월 동안 멈추라”고 요구하는 내용입니다. 대규모 AI 시스템 개발 경쟁이 무분별하게 진행돼 인류에 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스티브 워즈니악 애플 공동 설립자, 에마드 모스타크 스태빌리티AI CEO 등 기업가를 포함해 저명한 교수, 정치인 총 1200여 명이 서한에 서명했습니다. 업계에선 공개서한을 기술 경쟁을 촉발한 ‘오픈AI'를 향한 메시지로 해석합니다.
그런데 에밀리 벤더 워싱턴 대학교수가 공개서한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전한 메시지가 있습니다. "위험과 폐해는 결코 '너무 강력한 AI'에 관한 것이 아니다. 대신 권력의 집중, 억압 시스템의 재생산, 정보 생태계의 훼손, (에너지 자원의 무분별한 사용으로 인한) 자연 생태계의 훼손에 관한 문제다". AI 경쟁 과열, 과연 여기서 멈추는 게 맞을까요?
인류가 진정 풀어야 하는 문제는 무엇일까요?
4조원대 회사를 지구에 기부한 이유
인간은 문명을 꽃피웠지만, 정작 인간을 키워낸 지구는 시들고 있습니다. 권력과 돈 냄새로 가득한 꽃동산에는 길 잃은 꿀벌과 사람들이 살고 있는데요. 그 사이 자연의 향기를 되찾고 함께 숨 쉴 수 있는 터전을 만들고자 하는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자본주의 공식을 깨부수고 4조 원 가치의 회사 소유권을 통째로 환경단체와 비영리재단에 기부한 '파타고니아'입니다.
라이언 겔러트(Ryan Gellert) 파타고니아 CEO는 역사적인 9월 14일 이후 "회사는 달라진 게 없다"며, 자연을 병들게 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한 것뿐이라고 SXSW 2023 키노트 연설에서 전했습니다. 또 "인류가 기후위기, 생태위기 등 세상의 문제를 만들었다"며 "어질렀으면 치워야 한다"고 다국적 기업들에게 일침을 가했습니다.
그는 개인과 세상을 위한 기회를 찾는 방법으로 "세상에 필요한 건 무엇인가? 내가 잘하는 건 무엇인가? 날 행복하게 하는 건 무엇인가?" 세 개의 원이 교차하는 지점을 잘 살펴보라고 전했습니다. 교집합에 적힌 여러분의 꿈은 무엇인가요?
기후변화의 강력한 해결책은 AI
"지금 우리는 지구라는 우주선에 탔으며, 생명 유지 경고등이 깜박이고 있습니다".
인류는 기상이변의 영향을 계속 목격하지만, 빠른 변화를 받아들이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때, 아폴로 13호의 교훈을 떠올려 보면 좋습니다.
아폴로 13호의 미션은 실패로 끝났습니다. 하지만 실패보다 '생존 성공'으로 더 기억되는 사건이죠. 1970년, 달을 향해 날아가던 아폴로 13호는 산소탱크 폭발 사고가 일어나 달 착륙을 포기하고 지구로 돌아갔습니다. 대부분의 우주선 사고는 비극으로 끝났지만, 빠른 조기 대응 덕분에 이례적으로 우주 비행사 전원이 무사 귀환했습니다.
"오래 기다릴수록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줄어든다"며 "급진적인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어야만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짐 벨링햄(Jim Bellingham), 존스 홉킨스 대학교 교수는 SXSW 2023 'AI를 통한 기후 변화 대응'을 주제로 한 대담에서 전했습니다. 그는 AI가 기후변화에 대응할 강력한 해결책이라고 말했는데요. AI가 인류의 위협이 될 수 있는 동시, 또 지구를 살리는 해결책을 제시하기도 합니다.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AI 솔루션 3가지는 무엇일까요?
'방 안의 코끼리'라는 말이 있죠. 모두가 알고 있으나 누구도 말하지 않는 커다란 문제라는 뜻인데요. 자전거를 타다가 얼룩말을 봤다는 한 네티즌은 스스로 환각을 의심하고, 댓글엔 조현병이 아니냐는 일화를 보며 '도로 한복판의 얼룩말'이라는 말을 지어보고 싶습니다.
내가 제대로 봤음에도 잘못 본 것이라 믿고 지나치는 현상을 뜻하는 건데요. 이 세상엔 우리가 정한 규칙과 믿고 있는 모습이 있습니다. 그 안에서 돌연변이가 나타나면 눈을 딱 감아버리는 게 새로운 사실을 이해하는 것보다 더 쉬운 일이죠.
세로의 꿈은 보고 싶은 가족을 찾는 것일까요? 가보지도 않은 드넓은 초원 위를 달리는 것일까요? 우린 꿈에 닿기 위해 달려 나온 외로운 세로가 되어보기도, 그런 얼룩말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더 안전하고 단단한 울타리에 스스로가 갇혀버리기 전에
울타리보다 더 큰 꿈을 키워봐야 하지 않을까요?
더밀크 문준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