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적으로 수요 부풀렸다"... 슈퍼마이크로, AI 버블 터트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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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익 · 크리스 정 2024.08.28 12:19 PDT
"악의적으로 수요 부풀렸다"... 슈퍼마이크로, AI 버블 터트리나?
(출처 : Supermicro)

힌덴버그 리서치 회계 부정 보고서 발간 직후 제출 연기해
공매도 투자자, 장중 10억700만달러 이상 이익 추정
광범위한 회계 부정과 인위적인 수요 부풀리기에 AI 시장도 충격

서버 제조업체 슈퍼마이크로(티커: SMCI)가 사업보고서 제출 연기 소식에 폭락했다. 공매도 투자 및 리서치 업체 힌덴버그 리서치의 ‘회계 부정’ 의혹 보고서가 발표된지 하루 만에 벌어진 일이다. 

슈퍼마이크로의 주가는 28일(현지시각) 전날 대비 19.02% 하락한 443.49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시간 외 거래에서도 4% 이상 하락 중이다.

주가 폭락은 6월 30일 종료되는 이 회사 회계연도 기반 사업보고서(annual report) ‘Form 10-K’의 제출을 연기하겠다고 이날 공식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전날 힌덴버그 리서치의 보고서로 회계 조작 및 회계 부정에 관한 의구심이 생긴 가운데, 회사 측의 연기 발표가 나오자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폭발한 것으로 풀이된다. 

슈퍼마이크로는 성명을 통해 “슈퍼마이크로는 규정 기간 내에 연례 보고서를 제출할 수 없게 됐다”며 “2024년 6월 30일 기준 재무 보고에 대한 내부 통제 설계, 운영에 대한 평가를 완료하려면 경영진에게 추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슈퍼마이크로의 주가는 AI 인프라 투자 및 관련 시장 확대 기대감에 1월 초 290달러에서 3월 1200달러까지 상승한 바 있다. 이같은 주가 급등으로 3월에 S&P500 지수에 편입됐으며 7월에는 나스닥 100지수에도 포함됐다. 슈퍼마이크로는 주가 급등에 따라 10대 1 주식 분할도 발표했다. 주식 분할은 오는 10월 1일 적용될 예정이다. 

힌덴버그 리서치는 보고서에서 “슈퍼마이크로에서 회계 위험 신호, 미공개 특수관계인 거래 증거, 수출 통제 실패 등의 문제를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힌덴버그 리서치는 전날 슈퍼마이크로에 대한 공매도 포지션을 공개했다. 슈퍼마이크로의 주가는 전날 2.76% 하락한 데 이어 이날 25% 폭락, 주가 하락에 베팅한 힌덴버그 리서치에 막대한 이익을 안겨줬을 것으로 예상된다. 

야후파이낸스는 S3 파트너스의 데이터를 인용, 슈퍼마이크로 공매도 투자자들이 28일 하루 장중 10억700만달러(약 1조3400억원) 이상의 이익을 얻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한편 일부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힌덴버그 리서치의 보고서에는 슈퍼마이크로의 잘못된 회계 관행에 대한 세부 정보가 거의 없다”며 힌덴버그 리서치의 주장이 과도하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사믹 채터지(Samik Chatterjee) JP모건 애널리스트는 전날 힌덴버그 리서치 보고서 공개 직후 “이 보고서는 슈퍼마이크로의 기업 지배구조 및 투명성과 관련해 이미 알려진 개선 사항을 재검토하는 데 그쳤다”고 밝혔다. 

엔비디아의 751개 고객사 중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에 이어 세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SMCI (출처 : 블룸버그 / X @Convertbond)

엔비디아의 실적을 앞두고 힌덴버그 리서치의 보고서는 엔비디아(NVDA)를 비롯한 AI 투자자들에게는 충격으로 다가왔다. 슈퍼 마이크로는 매출 기준 엔비디아의 세 번째로 큰 고객사로 매출의 약 9%가 슈퍼마이크로에게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특히 힌덴버그 리서치에서 제기한 심각한 의혹 중 하나는 슈퍼마이크로가 인공지능에 대한 수요 전망을 인위적으로 부풀려 제품을 유통업체에 밀어넣었다는 점이다.

만일 슈퍼 마이크로의 회계 부정 및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AI 및 고성능 컴퓨팅 분야에서의 연관성으로 엔비디아를 비롯해 시장 전반에 걸친 파급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힌덴버그 리서치는 2020년 전기 트럭 스타트업인 니콜라 모터스(NKLA)에 대한 공매도 보고서를 발표, 당시 CEO였던 트레버 밀턴(Trevor Milton)에 대한 여러 심각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이후 니콜라는 일부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며 트레버 밀턴은 사기 혐의로 기소되고 회사는 규제당국의 조사를 받으며 당시 주당 1600달러에 달하는 주가가 폭락을 거듭 현재 6달러에 거래되며 사실상 붕괴했다.

힌덴버그 리서치가 슈퍼마이크로에 제기한 주요 의혹 중 핵심은 '광범위한 회계 위반' 혐의가 있는 기업이라는 점과 수요를 인위적으로 부풀려 전체 출하량을 의도적으로 조절했다는 점이다.

리서치에 따르면 슈퍼 마이크로는 2020년에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광범위한 회계 위반' 혐의로 기소, 175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받았지만 회계 위반에 책임이 있는 경영진을 3개월 만에 다시 고용했다는 주장이다. 또한 슈퍼 마이크로의 영업팀이 인위적으로 수요 전망을 부풀려 유통업체에 밀어넣어 유통 채널을 광범위하게 늘려 전체 출하량을 조작했다고 분석했다.

슈퍼 마이크로에 대한 의혹은 이 뿐이 아니다. 과거 이란에 금지된 부품을 수출한 혐의로 유죄를 인정했으며 최근에는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제재도 위반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는 결과적으로 회사의 신뢰성에 대한 문제여서 투자자들에게는 심각한 리스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슈퍼 마이크로의 회계 및 경영 문제가 AI 산업에 대한 전반적인 투자심리를 악화시키고 신뢰성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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