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없던 탈세계화가 시작됐다.. 저성장, 고물가 불가피
미중 무역전쟁으로 촉발된 온쇼어링,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가속화
우크라이나 전쟁은 온쇼어링을 넘어 우방간의 동맹 쇼어링으로 확대
탈세계화는 이제 시작...성장둔화와 인플레이션의 가속화는 피할수 없다
미중 무역전쟁이 촉발한 글로벌라이제이션의 후퇴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가속화되고 있다. 비용을 절약하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생산을 해외로 옮기는 ‘오프쇼어링(Off-Shoring)’에서 국내로 되돌리는 '온쇼어링(On-Shoring) 혹은 리쇼어링(Re-Shoring)'이 가속화되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온쇼어링이 국내 뿐 아니라 동맹국 내에서 생산 공급망을 재편하는 '동맹 쇼어링(Ally-Shoring) 혹은 우방 쇼어링(Friend-Shoring)'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뉴스위크는 작년 미 국제개발청(U.S Agency for International Development)의 부국장으로 재직했던 보니 글릭(Bonie Glick)의 말을 인용해 "동맹 쇼어링의 시대가 왔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와 미국의 갈등이 깊어지고 러시아와 같은 노선을 추구하는 중국과의 긴장 역시 리쇼어링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제2의 냉전이 표면화가 될수록 향후 불거질 수 있는 잠재적 위험에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국내 혹은 우방국 내 생산망으로의 복귀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올해 발표된 250페이지 분량의 바이든 행정부의 보고서 역시 회복력 있는 공급망의 구축과 제조업의 활성화, 그리고 광범위한 성장 촉진이라는 목표를 위해 공급망을 동맹국 내 위주로 리쇼어링화 해 안정적으로 구축할것을 요구하고 있다. 정치, 경제적으로 확장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우방을 규합해 글로벌 리더쉽을 확고히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념을 넘어 경제적 부흥을 목적으로 하나가 됐던 지구촌이 다시 분열되고 있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이는 지난 20년간 저금리 저물가 시대를 이끌었던 디플레이션을 마무리하고 인플레이션으로 이끄는 강력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탈세계화는 이제 시작
미 다트머스 대학의 경제학 교수인 더글라스 어윈(Doublas Irwin)은 "1990년부터 2000년대까지 전세계 GDP 대비 무역량은 급속히 증가했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이 수치는 정체되거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며 글로벌라이제이션의 쇠퇴가 이미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금융위기 이후 각 국이 포퓰리즘과 보호주의 경제 정책이 힘을 받으면서 세계화에 제동을 걸었다고 분석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발발하면서 관세 지향적인 보호무역주의가 득세했고 팬데믹 이후 글로벌 공급망의 병목현상은 각 국으로 하여금 위험을 회피하는 생산의 로컬라이제이션을 부르는 계기가 됐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상품시장의 붕괴는 결국 탈세계화에 불을 지폈다.
독일 경제학자인 코라 융블러스(Cora Jungbluth)는 러시아에 대한 제재와 중국으로부터 유출되는 자본 도피 현상이 이제 광범위한 추세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최근 몇 년동안 많은 국가들이 이들로부터의 의존성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 왔고 이는 결국 탈세계화로 이어질 것."이라 주장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전쟁은 글로벌 상품시장에 파괴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수출이 되는 밀은 전 세계 무역량의 25% 이상을 차지한다. 해바라기유는 60% 이상을 차지하고 보리 수출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의존도가 높다.
이 뿐 아니다. 러시아는 팔라듐을 포함한 플래티넘의 전세계 공급량의 30%를 책임지는 국가다. 미 내무부(DOI)는 러시아가 티타늄과 니켈 등 국가 경제와 안보에 필수적으로 간주되는 35가지 주요 광물의 중요한 공급책이라 인정했다.
딜로이트에 따르면 러시아에만 1만 5천개에 달하는 1등급 상품 공급업체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2등급 공급업체까지 포함하면 러시아 법인은 760만개로 확대되고 이들은 모두 37만 4천개의 글로벌 기업에 원자재를 공급한다. 탈세계화가 초래할 나비효과가 예상보다 클 수 있다는 것이다.
더밀크의 시각: 전례없는 탈세계화가 펼쳐진다
2021년 전 세계는 팬데믹으로 인한 공급망의 붕괴를 경험했다. 점점 회복될 것으로 여겨졌던 공급망의 부진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더 가속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의 코로나 재확산은 모두 글로벌 공급망에는 치명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결론적으로 성장은 둔화하고 인플레이션은 가속화되는 요인이다. 연초만 해도 긍정적이던 분위기는 이제 완전히 뒤바뀌고 있다.
독일 키엘 세계협회의 무역 경제학자인 빈센트 스테이머(Vincent Stamer)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연초에 전망했던 것보다 공급망의 위협이 더 강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티그룹의 글로벌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네이선 시츠(Nathan Sheets) 역시 "지평선에 폭풍우가 몰려오고 있고 이는 경제에 상당히 위협적이다."라며 공급망 문제가 올해 GDP 성장률과 인플레이션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미중 무역전쟁부터 팬데믹,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이어진 일련의 사건들은 모두 탈세계화를 초래했다. 세계가 하나라는 말은 이제 허울좋은 미사여구가 됐다.
이제 세계는 각자의 이념과 이익을 쫒아 헤쳐 모이고 있고 그들만의 리그를 창설하고 있다. 이념을 뒤로하고 효율을 쫓던 글로벌라이제이션은 디플레이션을 초래했다. 그리고 이제 우리가 보고있는 것은 그 반대다. 소셜미디어와 기술을 통해 전세계는 하나가 되었지만 정치, 경제적으로는 분열된 사회가 나타나는 전례없는 탈세계화가 펼쳐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