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AI 시대는 끝났다. 2026년, 행동AI의 시대로
[글로벌 AX 혁명] 국가와 조직의 대응
제미나이3 트래픽 13억건의 의미… AI는 이미 삶과 경제로 들어왔다
구글 제미나이3·웨이모·MS·맥킨지가 동시에 가리키는 하나의 신호
AI 경쟁력의 격차, 모델이 아니라 행동, 확산 전략에서 갈려
결국 AI 확산 수준이 국가 GDP 격차 가른다
2025년은 인류 기술사에 있어 중대한 변곡점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첫째 구글이 강력한 AI 모델 제미나이 3를 발표하며 오픈AI의 GPT를 넘어 가장 강력한 AI 모델에 등극했다. 2022년 11월 오픈AI가 챗GPT를 발표, 전 세계에 생성형 AI 시대의 서막을 알린지 3년 만에 벌어진 일이다.
트래픽 통계 사이트 시밀러웹에 따르면 2025년 11월 한 달간 구글 제미나이 웹사이트 방문 횟수는 13억5100만건에 달한다. 전월 대비 14.36% 늘었고, 전년 같은 기간 대비로는 391.68% 급증한 수치다.
이는 단순한 통계 데이터를 넘어 더 큰 함의를 지닌다. 생성형 AI 혁명이 두 번째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명백한 신호이기 때문이다. 오픈AI의 챗GPT 발표가 떠오르는 스타트업의 흥미로운 실험에 가까웠다면 3년 후 빅테크 구글이 선보인 제미나이3는 실제 사용자들의 필요와 요구를 안정적으로, 보다 광범위하게 만족시키는 제품, 서비스로 평가된다.
압도적인 점유율을 지닌 구글 검색, 전 세계 18억 명의 월간 활성 사용자(MAU) 수를 가진 지메일, 25억 명 이상의 MAU를 자랑하는 유튜브, 30억 명 이상의 MAU를 가진 구글 워크스페이스(구글 독스, 시트, 슬라이드) 등 구글의 다양한 제품들과 유기적으로 통합되며 모든 제품의 AI 전환, 모든 제품과 AI의 통합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의 자율주행 계열사 웨이모는 11월 미국에서 상용 무인 로보택시의 고속도로 운행을 시작했다. 미국에서 자율주행 로보택시가 안전 운전자 없이 고속도로를 달리는 최초 사례다. 샌프란시스코, 피닉스, 로스앤젤레스에서 자유롭게 AI 기반 자율주행 로보택시를 이용하는 시대가 이미 시작됐다. 웨이모 사례 역시 AI가 실험을 넘어 실제 우리 삶을 바꾸는 단계로 명확히 접어들었다는 방증이다.
격변의 시대,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글로벌 기술 거버넌스 및 시장 트렌드를 선도하는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이하 MS)와 맥킨지(McKinsey)가 발표한 보고서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다. 두 보고서가 강조하는 핵심도 ‘AI가 단순한 기술적 호기심 단계를 넘어 국가의 운명과 기업의 생존을 결정짓는 범용 기술(General Purpose Technology)이 됐다’는 데 있다.
MS가 발표한 ‘AI 확산 보고서(AI Diffusion Report)’는 역사적 관점에서 기술의 가치가 발명이 아닌 확산(Diffusion)에 있음을 천명한다. AI가 인쇄술, 증기기관, 전기, 인터넷을 잇는 인류 역사상 가장 빠르게 확산되는 기술임을 데이터로 보여준 것이다. 불과 3년도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전 세계 12억 명의 인구가 AI 도구를 사용하게 된 현상은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의 보급 속도를 훨씬 상회하는 기하급수적 변화라는 게 MS의 주장이다.
맥킨지의 ‘2025 AI 현황(The state of AI in 2025)’ 보고서는 이런 변화 속에서 AI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가에 초점을 맞춘다. 생성형 AI의 도입기를 지나 스스로 계획하고 행동하는 ‘에이전트 AI(Agentic AI)’가 비즈니스 최전선에 투입되고 있지만, 대다수의 기업은 여전히 파일럿 단계의 함정에 빠져 있으며 소수의 고성과 기업만 워크플로우(workflow, 작업 흐름)를 재설계해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설명한다.
마이크로소프트 "AI 확산 수준과 1인당 GDP와 상관관계 높다"
마이크로소프트(MS) 산하 AI 경제 연구소가 펴낸 AI 확산 보고서는 기술 진보의 역사를 발명이 아닌 확산의 관점에서 재해석해 주목을 받았다.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한 후에도 전력망과 가전제품이 보급돼 수백만 명이 전기를 사용하기 전까지 사회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AI 역시 마찬가지다. AI 모델의 개발을 넘어 사회 전반에 확산될 때 비로소 그 가치가 두드러지는 것이다.
AI 확산을 견인하는 3대 핵심 동인은 다음과 같다. 지능의 한계를 확장하는 최전선의 연구자와 모델 개발자 그룹인 ‘프론티어 빌더’가 첫 번째다. 두 번째는 대규모 연산과 연결성을 제공하는 엔지니어 및 기업을 지칭하는 ‘인프라 빌더’ 마지막은 기술을 실제 문제 해결에 적용하는 개인, 기업, 정부를 의미하는 사용자다.
“기술의 도입과 적응이 국가적 변혁을 이끌 수 있다. 한국과 필리핀의 사례만큼 이를 명확히 보여주는 비교는 없다.”
MS는 AI 확산의 중요성을 설명하기 위해 1960년대의 한국과 필리핀을 비교 분석했다. 기술의 발명 자체도 중요하지만, 적극적인 도입과 현명한 활용이 경제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의 근거로 한국과 필리핀을 예로 든 것이다.
보고서에 인용된 양국의 1인당 실질 GDP 그래프는 실로 극명한 차이를 보여준다. MS는 “1960년 당시 양국은 놀라울 정도로 유사했다. 그러나 현대적 제조업, 수출 지향적 산업화, 고등교육 접근성 확대라는 성장 동력이 등장했을 때 한국은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확대했다”며 “특히 1970년대 후반 한국 정부는 반도체를 전략적 우선순위로 지정하고 민간 부문과 협력해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한국의 성공은 디지털 기술의 숙달과 확장, 그리고 이를 중심으로 산업을 구축한 데 크게 기인한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기술의 빠른 도입이 현대 한국 경제의 근간을 이룬 것처럼 다음 기회는 AI에 있다는 게 핵심이다.
그렇다면 현재 대한민국의 AI 확산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MS 보고서는 한국의 노동 연령 인구 기준 AI 사용자 비중을 미국, 대만과 함께 30-40%에 해당한다고 분류했다.
한국보다 사용자 비중이 더 높은 UAE(59.4%), 싱가포르(58.6%), 노르웨이(45.3%), 아일랜드(41.7%)의 공통점은 한국보다 1인당 GDP가 높은 국가들이라는 점이다. AI 확산 수준과 1인당 GDP와 상관관계가 높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AI 기술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대한민국의 미래 경제 성장률이 바뀔 수 있는 것이다.
기업 AI의 진화와 혁신: 에이전트 시대의 개막
기업 차원의 대응도 중요하다. 2025년은 기업 AI가 생성을 넘어 행동으로 진화하는 원년이다. AI 에이전트는 사용자와의 단순한 질의응답을 넘어 복잡한 워크플로우를 계획하고, 여러 단계의 과업을 자율적으로 수행하며 실제 시스템에 접속해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맥킨지가 발표한 2025 AI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설문 응답 기업의 62%가 AI 에이전트를 실험하고 있으며 23%는 특정 부서 차원에서 이미 확장(Scaling)에 돌입했다. 주요 적용 분야는 IT(서비스 데스크 자동화), 심층 연구(Deep Research) 같은 지식 관리 분야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코드 생성 및 디버깅) 분야에서도 에이전트 도입이 활발하다.
주목할 부분은 긍정적인 지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다수의 기업이 ‘파일럿의 함정’에 빠져 있다는 점이다. 설문 응답 기업의 88%가 AI를 사용하고 있다고 답했으나, 전사적으로 AI를 확장해 실질적인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기업은 약 3분의 1에 불과했다.
나머지 3분의 2는 여전히 부서 단위의 실험이나 초기 파일럿 단계에 머물러 있어, 기술적 검증을 비즈니스 성과로 연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 규모에 따른 양극화도 뚜렷했다. 매출 50억달러 이상의 대기업은 절반 가까이가 확장 단계에 진입한 반면, 매출 1억달러 미만의 중소기업은 29%만 확장 단계에 도달했다. 이는 AI가 기업 간의 경쟁력 격차를 더욱 벌리는 촉매제가 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고성과 기업의 가장 큰 차별점은 워크플로우의 근본적 재설계에 있었다. 이들은 기존의 업무 방식에 AI를 덧붙이는 것이 아니라 AI 에이전트와 인간이 협업하는 새로운 방식을 처음부터 다시 설계했다.
예컨대 고객 서비스의 경우 AI가 단순히 상담원을 보조하는 것을 넘어 AI 에이전트가 1차적인 문제 해결과 의사결정 권한을 갖고, 인간은 AI가 해결하지 못한 복잡한 예외 상황이나 감정적 교감이 필요한 영역을 전담하도록 프로세스를 재편하는 식이다.
더밀크의 시각 : 한국을 위한 AI 전환(AX) 로드맵… 퍼스트 무버 도약 가능
MS는 보고서에서 AI 확산의 핵심 기반으로 전력과 데이터 센터를 꼽았다. 국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AI 데이터 센터의 전력 소비량 급증에 대비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주요 거점에 전용 전력망을 구축하거나 소형모듈원전(SMR) 혹은 재생에너지 연계를 통한 전력 수급 안정화에 나서야 한다는 뜻이다.
현재 추진 중인 국가 AI 컴퓨팅센터를 빨리 가동해 민간 기업, 특히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이 저렴한 비용으로 GPU(그래픽처리장치) 자원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런 정책이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의 AI 도입 및 확산의 촉매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공 데이터를 단순히 개방하는 것을 넘어, AI가 즉시 학습 가능한 형태로 가공해 제공함으로써 민간의 AI 서비스 개발을 촉진하는 정책도 필요할 전망이다.
기업은 맥킨지가 분석한 고성과 기업의 핵심 실천 전략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직원들에게 생성형 AI 도구를 보급해 이메일, 문서 작성 등 개별 업무 시간을 단축하고, 부서별로 업무 프로세스를 AI 에이전트 중심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이 단계를 통과했다면 AI를 통해 새로운 고객 가치를 창출하는 전사적 비즈니스 모델 혁신에 돌입하고, 마지막으로 인간의 검증 절차를 표준 운영 절차에 포함해 AI가 만들어 낼 수 있는 오류를 피할 수 있도록 ‘휴먼 인 더 루프(Human-in-the-loop) 프로세스’를 구축해야 한다.
사회, 개인 차원에서는 AI 교육의 확산과 안전망 구축이 중요하다. 초중고 교육 과정에서는 코딩 교육뿐만 아니라 AI와 협업하는 방법, 특히 비판적 사고를 가르쳐야 한다. 모든 정보를 AI가 만들어 내는 시대에는 무엇이 진짜인지, 어떤 정보가 의미가 있는지 판단할 수 있는 논리적, 비판적 사고의 힘이 무엇보다 중요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AI로 인한 급격한 사회 변화로 직무가 대체되는 근로자들을 위해 직무 전환 교육을 대폭 확대하고, AI 도입에 따라 발생하는 효익을 안전망 구축에 활용하는 등의 사회적 논의와 토론도 뒷받침돼야 한다.
MS와 맥킨지 보고서는 공통적으로 AI가 선택이 아닌 생존 조건임을 역설하고 있다. 정부의 과감한 인프라 투자, 기업의 일하는 방식 변화, 사회의 유연한 수용과 성숙한 논의 삼박자가 맞아 떨어진다면 한국은 단순 생존을 넘어 글로벌 AI 시대를 주도하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