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가 킹, 플랫폼은 퀸 : 웹툰, 틱톡 그리고 웹3
[뷰스레터플러스]
틱톡도 오리지널 콘텐츠 만든다
47.5% vs 2.5%…웹3에서 발견한 기회
미 암호화폐 규제 어디로 가나
안녕하세요?
요즘 세계 곳곳에서 한국 콘텐츠, 예술가·크리에이터들의 낭보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최근 열린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박찬욱 감독이 영화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배우 송강호가 영화 ‘브로커’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죠.
해외에 거주하다 보면 이런 소식이 더 반갑게 느껴지게 되는데요. 한국 콘텐츠의 위상은 정말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 것 같습니다. 며칠 전에는 맨해튼 타임스 스퀘어(Times Square) 근처를 지나다 대형 전광판에 뜬 네이버 ‘웹툰’ 광고를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투신전생기·지옥 등 한국 인기 웹툰 캐릭터가 뉴욕의 스카이라인을 장식하며 행인들의 시선을 끌고 있었습니다. 예전에 타임스퀘어에서 '삼성', 'LG', '현대' 광고에 한국인들이 환호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격세지감이죠.
네이버는 북미에서 ‘webtoon’ 브랜드로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북미 지역 사용자만 1400만 명을 넘어설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글로벌 사용자 수는 1억8000만 명에 달합니다. 네이버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웹툰이 거론되는 이유입니다.
네이버뿐만 아닙니다. 2013년 웹툰 불모지였던 북미 시장을 개척한 타파스 미디어와 이를 인수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역시 이 분야 강자입니다. 타파스 미디어는 지난 5월 북미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와 합병, 몸집을 더 키웠습니다. 김창원 합병법인 대표는 “이번 합병으로 콘텐츠 IP(지식재산권) 경쟁력을 더 강화하고, 매력적인 스토리로 독자들에게 다가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웹툰·웹소설, 2D·3D 이미지, 영상, 게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를 자산으로 구축, 활용하려는 흐름이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메타버스(가상 세계), AR/VR 기기가 보편화할 미래에는 콘텐츠 IP의 중요성이 더 커질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관측입니다.
틱톡, 오리지널 콘텐츠 시작
지난 6월 2일 ‘틱톡(TikTok)’이 선보인 오리지널 콘텐츠 시리즈 ‘제리코 멩케 찾기(Finding Jericho, Mencke)’는 이런 트렌드를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숏 폼(short-form, 짧은) 동영상 소셜 미디어로서 플랫폼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체 콘텐츠 IP를 더 많이 확보하는 전략을 취한 것입니다.
제리코 멩케 찾기는 구독자 전용 유료 콘텐츠로 4.99달러를 내면 전체 시리즈를 볼 수 있습니다. 틱톡 크리에이터 제리코 멩케가 진행하는 인터뷰 형식의 코미디 다큐멘터리로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저녁 9시(미국 서부시간) 새로운 콘텐츠가 올라옵니다.
틱톡은 지난 3월 1000명 이상의 팔로워를 가진 크리에이터에게 추가 수익을 제공하는 ‘라이브 월간 구독 툴’ 기능을 도입한 바 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크리에이터에게 더 큰 혜택을 제공하는 기능이지만, 틱톡의 진짜 관심은 더 많은 IP 확보에 있습니다. 틱톡에서만 볼 수 있는 콘텐츠는 틱톡 사용자 수 증가 및 이탈 방지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틱톡의 행보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을까요. 틱톡의 콘텐츠 IP·크리에이터 확보 전략을 확인하세요.
47.5% vs 2.5%…웹3에서 발견한 기회
‘웹3(Web3, 블록체인 기반 차세대 웹)’의 대두는 콘텐츠 IP 시대를 가속하는 주요 배경이 될 전망입니다.
NFT(대체불가토큰)로 디지털 이미지·음악 등 다양한 유형의 콘텐츠에 대한 소유권을 증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웹3 생태계의 한 축을 담당하는 NFT는 디지털 저작물을 위한 일종의 등기부등본, 진품보증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부동산을 거래할 때 토지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등기부등본으로 확인하고, 미술품을 거래할 때 진품보증서를 요구하는 것처럼 NFT가 활용되는 것입니다.
NFT는 블록체인 위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소유권 증명뿐 아니라 소유권 이전 내역까지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창작물을 쉽게 거래하고, IP를 활용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셈입니다. 지난 3월 ‘SXSW 20222’ 컨퍼런스에 참여한 영화, 음악, 미술계 관계자들이 NFT에 열광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최근 a16z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크리에이터에게 부과하는 수수료도 웹3 플랫폼이 훨씬 저렴합니다. 웹3 크리에이터 1명이 벌어들이는 평균 수익은 어느 정도일까요?
미 암호화폐 규제 어디로 가나
‘물론 웹3가 장밋빛 미래만 약속하는 건 아닙니다. 아직 역사가 짧은 산업인 만큼 해결해야 할 문제도 산적해 있습니다. 특히 많은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는 금융 분야의 경우 규제가 꼭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현재 미국에서는 암호화폐를 ‘증권’으로 봐야 할지 아니면 ‘상품’으로 봐야 할지에 대한 논의가 한창입니다. 암호화폐 거래소 에프티엑스(FTX)를 창업한 샘 뱅크먼 프라이드(Sam Bankman-Fried) 같은 신흥 부호들이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시도도 포착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다만 합법적 행위만 지정해주는 ‘포지티브 규제’가 아니라 기술·산업계 움직임을 지켜보다가 큰 문제가 생길 만한 부분을 금지하는 ‘네거티브 규제’ 방식의 접근법을 취하고 있습니다. ‘열린 규제’로 크립토 분야에서도 패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의도입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은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릴까요?
‘고블린타운(Goblintown)’이라는 NFT 프로젝트가 최근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엄청나게 못생긴 고블린(goblin, 유럽 전승 괴물) 이미지가 바닥가(floor price, 최저 매매 가격) 4.05이더리움(7197달러, 약 900만원)에 거래됩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요? 업계에서는 이런 현상을 밈(meme) 문화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못생긴 이미지를 프로필 사진으로 사용하고, 패러디하며 사이버 공간에서 ‘우스개’로 소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NFT 거래 가격이 정당하다는 해석은 아닙니다)
아무 의미 없어 보이는 것들을 왜 만들고, 왜 좋아할까. 어쩌면 장난과 놀이야말로 인간의 속성 아닐까요? 예술의 경지에 이른 창작물조차 왜 그걸 만드는지 따져 올라가면 ‘재미’와 연결돼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굳이 ‘호모 루덴스(Homo Ludens, 유희의 인간)’라는 거창한 개념을 끌어오지 않더라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죠. 재미, 놀이가 우리 삶을 얼마나 풍요롭게 하는지. 경쟁과 스트레스에 치인 현대인에게 이런 놀이, 밈 문화가 일종의 ‘해우소’가 돼주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번 주에는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가 제공하는 ‘재미’에 관해 한번 생각해 보시면 어떨까요? 더밀크는 언제나처럼 더 알차고 흥미로운 콘텐츠로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뉴욕에서
더밀크 박원익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