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자율주행 프로세서 '삼파전' 돌입
[오피니언] 정구민 국민대 전자공학부 교수
엔비디아, 인공지능과 그래픽스 조화
모빌아이, 센서 내재화와 정밀지도
퀄컴, 강력한 통신 커넥티드카 연결
주요 자동차사의 차세대 전기전자소프트웨어 플랫폼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대략 자율주행-인포테인먼트-제어의 3개 부분을 나눠지는 구조로 진화한다. 자율주행 프로세서 측면에서는 엔비디아, 모빌아이, 퀄컴 3사의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세 회사의 출발점이 다른 만큼 세 회사 프로세서의 적용 방향도 차이가 있다.
인공지능과 그래픽스가 강한 엔비디아, 차량용 카메라 인식에서 출발한 모빌아이, 통신이 강한 퀄컴 등 각 회사의 장점도 고려해 볼 수 있다.
AI의 강자 엔비디아: 인공지능과 그래픽스 조화
최근 볼보와 현대 발표에서 엔비디아 프로세서를 이용한 미래 자율주행차 플랫폼의 진화 방향을 엿볼 수 있다.
볼보는 11월 9일 차세대 플랫폼을 탑재한 EX90을 선보일 예정이다. 현대도 지난 10월 12일 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차 발표를 통해서 프로세서 플랫폼 구조의 방향성을 선보였다.
볼보 차세대 플랫폼에는 엔비디아의 오린 프로세서가 자율주행을 담당한다. 여기에 더해 다른 오린 프로세서가 인포테인먼트를 담당한다. 오린 프로세서 기반으로 통합된 플랫폼 구조를 가져간다.
현대차는 명확한 구조를 발표하지 않았지만 대략적인 방향성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인포테인먼트는 엔비디아 드라이브 플랫폼으로 상용화할 예정이다. 자율주행 구조에는 엔비디아 오린 프로세서와 함께 타 회사 플랫폼도 고려하는 상황으로 보인다. 향후에는 엔비디아 오린 프로세서를 자율주행과 인포테인먼트에 모두 적용할 가능성도 있다.
기존 인포테인먼트 플랫폼에서 엔비디아-퀄컴-인텔 등이 치열하게 경쟁중이다. 앞으로 인포테인먼트 그래픽이나 자율주행차 실내 디스플레이에 언리얼 엔진 적용이 확산되면, 그래픽에 강한 엔비디아 프로세서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
엔비디아는 9월 GTC 2022에서 야망을 드러냈다. 엔비디아는 2000 TOPS 성능의 토르로 진화하면서 자율주행-인포테인먼트-제어를 모두 아우르는 비전을 제시했다. 단일 고성능 프로세서 위에서 하이퍼바이저를 이용해 여러 운영체제를 동시에 구동하는 방법을 적용한다.
인식에서 출발한 모빌아이: 센서 내재화와 정밀지도
모빌아이는 10월 26일 미국 나스닥 상장에 성공했다. ADAS용 카메라 기술에서 출발한 모빌아이는 향후 자율주행 진화를 위해서 모든 기술의 내재화를 진행하고 있다.
모빌아이가 만드는 자율주행 센서 시스템은 카메라 기반 자율주행차, 카메라와 라이다를 함께 쓰는 자율주행차로 구분된다.
모빌아이는 현재 3개 대륙, 6개국, 10개 도시에서 자율주행차를 시범 운행하고 있다. 센서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카메라와 함께 라이다 센서, 4D 이미징 레이더 센서를 모두 내재화하고 있다. 또한, REM(Road Experience Management)을 바탕으로 정밀지도도 내재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모빌아이는 자율주행 프로세서-자율주행 센서-인식 소프트웨어-정밀지도-자율주행 소프트웨어 등을 모두 개발한다.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자동차사와 함께 자율주행 상용화에 늦은 자동차사에게 충분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다만, 모빌아이가 CES 2022에서 밝힌 바와 같이 자율주행 프로세서의 프로세싱 파워가 높지는 않다. 2025년 상용화 예정인 아이큐울트라의 프로세싱 성능은 대략 176 TOPS(초당 176조회 연산)이다. CES 2022에서 모빌아이는 ‘TOPS는 간접적인 지표일 뿐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통신의 강자 퀄컴: 커넥티드카의 연결
지난 5월 퀄컴은 폭스바겐과 자율주행 프로세서에 대한 대형 계약을 체결했다. 통신에서 출발한 퀄컴은 차량용 통신 및 저전력 설계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
기존 인포테인먼트에 퀄컴 프로세서가 적용됐다. 통신에도 퀄컴 칩이 탑재되고 있다. 향후 5G와 5G NR V2X의 적용이 늘어나게 되면, 통신의 강점을 가진 퀄컴의 영향력도 강화될 전망이다.
퀄컴은 지난 9월 벤츠와 디지털 콕핏 및 통신 플랫폼 협력을 발표하기도 했다. 스냅드래곤 콕핏 플랫폼은 자동차 내 디지털 콕핏 구성을 돕는 기술이다. 디지털 콕핏은 자동차 운전의 중심인 조종석을 디지털화한 것으로, 탑승자가 자동차 안에서 각종 콘텐츠를 즐기거나 원격업무 등 생산성을 발휘할 수 있는 여러 활동을 보장한다.
2024년 벤츠의 자율주행 플랫폼 상용화를 예상해 보면, 자율주행에는 엔비디아 프로세서가 들어가고, 인포테인먼트에는 퀄컴 프로세서가 적용되는 모습도 그려 볼 수 있다.
차세대 자율주행차 프로세서 승자는 누구?
엔비디아, 모빌아이, 퀄컴의 출발점이 달랐던 만큼, 각 회사의 장점도 서로 다른 상황이다.
자율주행 구현에는 모빌아이가 가장 앞서 있지만 인포테인먼트와 통신을 고려하면 엔비디아나 퀄컴의 미래 경쟁력도 만만치 않다.
모빌아이는 자율주행을 위한 여러 센서와 함께 정밀지도 기술, 자율주행 기술을 모두 제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모빌아이의 아이큐시리즈는 작년 말 1억대, 올해 상반기까지 1억 1700만대에 탑재됐다. 향후 자율주행 발전에 따라 모빌아이 플랫폼의 확산을 예상할 수 있다.
엔비디아와 퀄컴은 상대적으로 자율주행 관련 전반적인 기술과 현재까지의 자율주행 관련 시장에서는 모빌아이에 비해 약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자율주행 플랫폼과 함께 인포테인먼트 플랫폼에도 같은 프로세서 제품군을 공급할 수 있기 때문에, 자율주행-인포테인먼트 프로세서에 대한 가격 경쟁력을 가진다.
주요 자동차 업체의 경우 자율주행 기술을 내재화하면서 정밀지도나 센서는 다른 전문 협력사에서 공급받는다. 엔비디아나 퀄컴의 자율주행 프로세서를 적용하거나 프로세서도 직접 설계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엔비디아의 경우 인공지능과 그래픽스, 퀄컴의 경우 통신에 대한 장점도 있다. 이러한 장점은 향후 자율주행 실내 공간 디스플레이의 진화와 맞물린다.
코로나19 이후 벌어진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는 자동차사들의 향후 프로세서 공급망 구축에 많은 부담을 주고 있다.
최근 자율주행 프로세서에서 퀄컴과 협력하는 폭스바겐이 중국의 인공지능 프로세서 업체인 호라이즌 로보틱스에 큰 투자를 한 사례도 시사점이 있다. 반도체 공급망 여유를 위해 한개 프로세서 기업에 의존하기보다 여러 업체들과 협력하는 노력이나 자율주행 프로세서를 내재화하려는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자율주행 전기전자소프트웨어 플랫폼 상용화와 함께 관련 프로세서 공급과 소프트웨어 안정화를 위한 노력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정구민 교수의 더밀크 오피니언]
정구민 국민대 교수는
국민대학교 전자공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며, 현대자동차 생산기술개발센터, LG전자 CTO부문, 삼성전자 소프트웨어센터, 네이버 네이버랩스의 자문교수로 활동했다. 유비벨록스 사외이사를 역임하는 등 업계와 학계를 두루 거친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 현재 휴맥스와 현대오토에버 사외이사,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기계소재전문위원회 위원, 한국모빌리티학회 부회장, 한국정보전자통신기술학회 부회장, 대한전기학회 정보 및 제어 부문 이사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