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관계도 알고리즘이 정해주는 대로.. 거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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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jin Kim 2024.03.29 16:22 PDT
사랑도 관계도 알고리즘이 정해주는 대로.. 거부할 수 있을까?
A photograph-style image of a busy New York street, capturing a diverse crowd of people all engaged with their smartphones. The focus is on several in (출처 : DALL·E, 김세진)

[기술과 관계] ② 사람도 ‘필터링’ 시대, AI 영향은
‘고스팅’의 등장…사람에 대한 기대가 적어진다
'인간성 결여' 비판. 사용자 감소에 데이팅 앱이 내세운 건 AI
더밀크의 시각: 알고리즘이 바꾼 관계. AI는 투자자에게만 답이다

“틴더나 범블 앱을 사용하면서 나는 내가 천천히 자기중심 주의자(솔립시스트, solipsist)가 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사람들은 갑자기 사라지거나(고스팅) 답장하지 않는다…(중략) 나는 내가 상품화된 것처럼 느껴졌고 거기서 내 가치가 무엇인지 정확히 봤다.”
미국 앱 사용자 조슈아(31세 남성, 미국) -더밀크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데이트 앱에서 자기소개 프로필을 만들 때 흔히 보이는 즉문즉답 예시 중 하나는 이렇다.

“만약 당신이 내 PC에 뜬 광고를 본다면 나를 이렇게 생각할 것(if you saw the targeted ads I get, you’d think I'm...)”.

개인화 광고로 나를 소개하는 식이다. 알고리즘이 나를 정의하는 시대다.

분명한 건 앱과 알고리즘은 사람을 만나는 방식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바꿨다는 점이다. 이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지난편 보기> ① 연애에 완벽주의가 들어서다

미국 주요 데이팅 앱 힌지 구조. 소개 프롬프트 중에는 “만약 당신이 내 PC에 뜬 광고를 본다면 나를 이렇게 생각할 것(if you saw the targeted ads I get, you’d think I'm...)”이 있다. 알고리즘이 나를 정의하는 시대다. (출처 : Hinge, Match group)

‘고스팅’∙'브레드크럼빙'의 등장…사람에 대한 기대가 적어진다

스와이프 방식의 데이팅앱으로 사람은 언제든 얻을 수 있는 상품이, 연애는 일종의 게임이 됐다. 그만큼 연애는 가벼워졌다.

그래서 등장한 현상이 ‘고스팅’이다. 온라인 데이트를 비인간적이라고 느끼게 만드는 주요 요소다. 고스팅은 온라인 채팅에서 갑자기 잠적하는 현상을 뚯하는 은어다. 연결이 쉬워진 만큼 끊는 것도 쉬워졌다.

영국 리즈대학교(University of Leeds)에서 응용윤리학을 연구하는 나타샤 맥기버(Natasha McKeever) 박사와 루크 브루닝(Luke Brunning) 박사는 데이팅앱이 고스팅, 브레드크럼빙(breadcrumbing) 등 나쁜 행동들을 부추길 수 있다고 진단했다. 브레드크럼빙은 의도적으로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것으로 한국어로 ‘어장관리’라는 은어로 번역되기도 한다.

2020년 11월 엘리자베스 티어만스 에라스무스대학교 박사 등 연구진이 공개한 연구에 따르면 85%가 고스팅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63%는 설문자 자신이 고스팅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슈아(31세 남성, 미국) 씨는 “틴더나 범블 앱을 처음 사용할 때 나는 내가 천천히 자기중심주의자(솔립시스트, solipsist)가 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사람들은 갑자기 사라지거나(고스팅) 답장하지 않는다”면서 “사람이 존재한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앱으로 좋은 사람들도 만나긴 했지만, 앱은 본질적으로 비인간적인 뭔가가 있다”고 말했다.

조(30세 남성, 미국) 씨도 “고스팅을 당한 적이 있지만 내가 한 적도 있다. 모두가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하며 “지금까지는 데이팅 앱에서 친구를 사귀어본 적은 있지만, 과연 진지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지는 아직은 모르겠다”고 말했다.

데이팅앱의 주가는 하락세다. (출처 : Factset, NYT)

미국 주요 데이팅 앱을 소유한 매치그룹은 더밀크에 "데이팅앱이 고스팅의 증가를 가져왔다고 암시하는 것은 부정확하다"고 항변했다.

이들이 강조한 건 Z세대는 고스팅할 가능성이 적다는 점이다. 매치그룹이 제공한 데이터에 따르면 틴더에서는 18~25세의 청소년이 33세 이상에 비해 고스팅 가능성이 32% 적다. 회원의 77%는 30분 이내에 매치에 응답하고, 40%는 5분 이내에 응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람들이 이 변화를 받아들이는 방식은 다양하다. 앱 사용자 조슈아 씨는 “전화로 먼저 사람들을 확인하는 이 이상환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데이팅앱은 지난 10년 동안 데이트를 하는 방식이었고, 전통적인 방식이 앱의 자리를 되찾을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피터(27세 남성, 미국) 씨는 “주로 주말에 밤에 외출하는 경우가 많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싶을 때 앱보다는 직접 만나려고 하고 있다. ‘구식(the old school way)’인 건 알지만 온라인보다는 직접 누군가를 만날 때 데이트가 더 성공적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맥기버와 루크 연구진은 더밀크에 “앱에서는 한 번만 더 스와이프하면 더 나은 사람을 만날 수도 있다는 심리 때문에 멈추기 어려운 구조”라고 진단했다.

앱은 새출발을 위한 용기가 되기도 한다. 맥기버 연구원은 “지금 맺고 있는 관계가 항상 우리에게 가장 좋은 것이 아닐 수도 있고 되레 불행하게 만들 수 있다. 이때 언제든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앱이 있다면 누군가에게는 나쁜 관계를 떠날 수 있도록 용기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출처 : shutterstock)

비인간적 비판에 데이팅앱의 해결책, AI라지만

사실 데이트 산업은 전통적인 중매의 연장선이다. 데이팅 앱은 알고리즘이 개인을 분석, 예측하고 사람을 소개하는 구조다. 대부분 사람들은 파트너에 대한 외적 선호를 공개하지 않는다. 우리는 매력에 관해 얘기할 때 차별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내용은 인터넷이나 가장 가까운 지인에 한정해해 얘기하거나, '타입(취향)'으로 포장하기도 한다.

이 타입은 앱을 만나 강화된다. 앱은 특정 신체 유형, 인종, 키 등에 대한 선호도를 증폭시키는 알고리즘을 사용한다. 이 알고리즘 설계는 고정관념을 재생산하고 사람들을 좌절에 빠뜨렸다.

2023년 4분기 매치그룹의 줄어드는 사용자 수가 이를 보여준다. 매치그룹의 주가는 최고가 169달러의 약 5분의 1인 34달러에 머물고 있다. 2021년에 상장한 범블의 주가는 IPO 가격의 약 4분의 1 수준이다.

연애의 게임화, 관계의 피상화 등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기술 산업은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에 힌지, 틴더 등 데이트 앱은 AI를 차세대 이니셔티브로 내세우는 중이다. 사용자 이탈의 주요소로 꼽히는, 사회의 편견, 혐오, 차별 등을 증폭시키는 알고리즘을 바꾸기 위해 AI를 매치에 활용한다는 것.

영국 리즈대학교(University of Leeds)에서 응용윤리학을 연구하는 나타샤 맥기버(Natasha McKeever) 박사와 루크 브루닝(Luke Brunning) 박사는 더밀크와의 인터뷰에서 데이팅앱이 고스팅, 브레드크럼빙(breadcrumbing) 등 나쁜 행동들을 부추길 수 있다고 진단했다. (출처 : Natasha McKeever, 김세진)

더밀크의 시각: 알고리즘과 AI로 바뀌는 관계

초거대언어모델(LLM)은 데이터의 차별을 해결하지 못할 수 있다. LLM은 현실 데이터의 반영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를 증폭할 소지도 있다.

현재 여전히 생성AI 프로그램에서 '범죄자' 이미지는 유색인종으로 표현되는 비율이 높다. 앞선 모델로 평가받는 구글의 생성AI 챗봇 제미나이조차 미국 건국의 아버지 이미지를 생성해달라는 요청에 흑인 이미지를 생성하며 다양성과 역사적 정확성 사이에서 혼란을 겪고 있다.

데이터의 질을 떠나 양적 격차도 있다. 일례로 미국에서 임상연구를 할 때 남성과 여성을 모두 포함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은 1993년에야 생겼다.

샌디 카터 언스토터블도메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SXSW2024에서 간질환 예측도구에서 혈액검사만으로 간암을 발견할 수 있다고 홍보하지만, 예측율은 남성은 77%, 여성은 44%라고 말했다. 이대로 라면 의료 분야에서 AI가 진단에 활용될 경우 비주류 집단은 오진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디지털인문학과 비주얼AI를 연구하는 파비앙 오퍼트(Fabian Offert) 캘리포니아대학교(UC) 산타바바라 조교수는 더밀크와의 이메일에서 AI모델이 ‘완전성 이데올로기’에 빠져 있고, AI모델은 훈련 데이터에 내재한 편향, 편견 등을 학습해 증폭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현재 언어모델은 인간이 삽입하는 데이터가 완전무결하다고 간주한다는 것.

데이팅 앱들이 AI를 도입하지만 현재로서는 사용자 비판에 대한 직접적인 해결책이 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인간처럼 사고하고 추론까지 가능한 일반인공지능(AGI) 개발이 가속화하고 있다.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은 10일(현지시각) SXSW2024에서 5년 내 AGI가, 2045년에는 뇌 안의 생각을 클라우드처럼 저장, 교환, 이동할 수 있는 시대가 온다고 예측했다.

기술이 인간을 압도하고, 기억을 통제할 수 있는 세계가 온다면 연애, 사랑, 그리고 관계가 갖는 진정한 의미는 어떻게 변할까? 기술이 빠르게 다가오는 상황에서 어떤 것이 우리를 인간으로 규정할지, 어떤 비즈니스모델이 지속가능할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영문] Technology Has Turned New York Dating Into 'Perfection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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