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뉴욕증시 상장, 축하하지만 축배는 들 수 없는 이유
지난 11일(현지시간) 하루종일 쿠팡 상장 소식과 함께했다. 사실 미국에 와서 가장 기쁘고 통쾌했던 순간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아카데미 4관왕을 받을 때였다. “한국어로 된 외국 영화가 작품상?”이란 회의적 시각과 컨센서스, 터부를 깼기 때문이었다. 오늘 쿠팡 상장을 본 순간도 그에 못잖았다.
미국이 아닌, 해외 진출도 없이, 한국에서만 사업하는 커머스 기업이 시총 886억5000만달러(약 100조4000억원)의 초대박 상장을 하게될지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역대급 IPO로 예상은 됐으나 알리바바 이후 최대, 2021년 최대 규모 상장이 될 줄이야.
한국 ‘커머스’로만 100조 시장을 인정받았다. “한국은 시장이 좁아서..”라는 말을 더 이상 할 수 없다. 한국이 시장과 사람이 좁은 게 아니라 ‘자본시장’이 좁고 ‘낡은 사고’가 넓게 퍼져있다는 것을 모두가 알 수 있게 돼 통쾌했다. 어떻게 미국에서 사업하지 않고 해외 이용자도 없고 오직 ‘한국인’만 이용하는데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돼 첫날 시총이 미국의 ‘타겟’ 수준이 되나. 시장이 크고 깊다, 인재들이 있고 소비 수준이 높다, 선진 시장이다는 것 외에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미국 IB 등 투자자들은 “왜 쿠팡을 놓쳤을까? 왜 몰랐을까?”라고 생각하고 있다. 한국 자본시장은 불투명하고 시장은 독특했기 때문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괜히 생긴게 아니었다. 그럴 만했다. 자본이 제일 싫어하는 게 ‘불확실성’인데 규제 제도 시스템 모두 투명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시장 변화를 인지하고 일찍 발굴, 투자했으면 오늘의 대박을 만들 수 있었다.
알토스벤처스 한 킴 대표는 일찍부터 “한국은 좁지 않다”며 한국 스타트업에 집중 투자, 오늘의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평소 소프트뱅크코리아를 통해 오랫동안 투자했고 한국을 잘 이해하고 주목한 소프트뱅크가 승리할 수 있었다.
이제는 글로벌 자본은 제2, 제3의 쿠팡을 발굴하기 위해 한국의 스타트업을 찾아나설 것이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들이 KBO 또는 고교야구를 찾듯 말이다. 그들은 지난 10년간 중국으로 재미봤는데 더 이상 소재(기업)가 없자 눈을 점차 한국으로 돌리고 있다. 첫 타자가 쿠팡이며 두 번째 타자는 ‘마켓컬리’가 될 것이다.
이제는 “한국을 잘 안다”는 것이 가점이 된다. 야구, 축구, 골프, 엔터테인먼트에 박찬호, 박지성, 박세리, 싸이가 있었기에 류현진, 손흥민, 박인비, BTS가 존재할 수 있었다. 모든 것은 ‘모멘텀(타이밍)’이다. 이제 한국의 자본시장과 스타트업에 ‘쿠팡 모멘텀’이 생겼으며 생길 것이다.
또 다른 ‘쿠팡 모멘텀’은 ESG가 될 것이며, 되어야 한다. 쿠팡맨의 노동조건 등은 미국에서도 잘 알려져 있어서 앞으로 쿠팡 주가에 영향을 주는 것은 ‘시장점유율’이 아니라 ‘거버넌스’와 ‘사회적 책임’이 될 것이다.
축하받아야 하지만 축배를 들 수는 없다. 공매도(숏) 세력들은 눈에 불을 켜고 ‘매도’ 리포트를 낼 궁리를 하며 쿠팡의 약점을 파고들 것이며, 월가의 소송쟁이들은 쿠팡에 소송할 준비를 언제든 하고 있기 때문이다. 복잡하고 까다로운 미국 증권법에 취약한 외국 기업들이 미국 로펌의 ‘밥’이 되고 있다는 점을 조심해야 한다. 미국은 뉴욕증시나 나스닥이나 상장은 그렇게 어렵진 않은데 유지하기는 정말 힘들다.
쿠팡은 ‘한국의 아마존’이라고 소개됐는데 쿠팡은 아마존의 AWS처럼 캐시카우가 없고 커머스, 배달, 미디어 등 경쟁이 치열하고 이윤이 낮고 고비용 구조의 사업을 하고 있다. 쿠팡의 롤모델인 ‘아마존’은 가치가 높지만, ‘아마존닷컴’ 가치는 낮고 임금도 낮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쿠팡이 뉴욕증시에 상장한 만큼 주주들은 주가에만 관심을 둘 것이다. 앞으로 기업가치를 끌어 올리고 주가를 부양하려면 인수합병이나 기술 투자 뿐인데 앞으로 어떻게 할 지에 따라 쿠팡의 진정한 실력이 드러날 것이다.
하지만 쿠팡이 앞으로 나타날 문제를 극복하고 쿠팡이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매김 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