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의 민주화를 이끈 캔바
2013년 5월의 어느 날 아침. 캔바 CEO 멜라니 퍼킨스 태평양 버진 아일랜드 근처에서 표류 중이었다. 카이트서핑을 하다가 조난당했기 때문. 살아남기 위해 수영을 하다가 산호초에 왼쪽 다리가 긁혀 다치기까지 했다. 퍼킨스는 몇 시간을 기다린 끝에 겨우 구조됐다.퍼킨스는 원래 카이트서핑과 같은 야외 레저 활동을 즐기는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자신의 온라인 디자인 소프트웨어 기업이 투자를 받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잠재적 투자자들과 만나고 더 많은 투자자들과 연결이 되기 위해서는 카이트서핑을 하는 그룹과 어울려야 했다.캔바의 첫 투자자인 빌 타이가 카이트서핑 광이었기 때문이다. 타이는 퍼킨스를 만나면 2가지 질문을 했다. 하나는 캔바 창업 준비 잘 되는지, 다른 하나는 카이트서핑 잘 타고 있는지.퍼킨스는 “문 안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발을 밀어 넣어야 했다”고 말했다. 퍼킨스가 사는 호주 퍼스는 실리콘 밸리는 물론 어떤 대도시와도 멀리 떨어진 외딴 섬 같은 도시. 인구 100만이 넘는 도시 중 퍼스와 가장 가까운 도시는 2000km가 넘게 떨어진 호주 남부의 애들레이드일 정도다.투자를 받는 건 둘째치고 투자자를 만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미 100번 이상 투자 거절을 받은 상황에서 타이를 알게 된 후 카이트서핑을 시작하는 건 너무나도 당연해 보였다. 퍼킨스는 일단 창업을 하고 투자를 받아 회사가 굴러가기 시작하면 캔바가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퍼킨스의 확신은 들어맞았다. 그렇게 2013년 창업을 한 캔바는 최근 2억 달러(약 2400억 원)를 투자 받으면서 무려 400억 달러(약 48조 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가치가 높은 민간 스타트업인 셈이다. 캔바는 현재 190여 국에서 100여 개의 언어로 서비스되고 있으며 월간 활성이용자(Monthly Active User, MAU) 수가 무려 6000만 명에 이른다.캔바는 더밀크와 같은 미디어기업은 물론 나의 고등학생 딸도 쓸 만큼 많은 사람들이 쓰는 온라인 서비스로 성장했다. 하지만 캔바의 시작은 작은 아이디어였다. 누구나 느끼는 생활 속의 작은 어려움에서 출발했다. 캔바의 창업 스토리를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