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일’을 바꾼다면, 롱제비티는 ‘삶’을 바꾼다
지난달 멘로파크의 스타벅스에서 만난 벤처캐피털 A씨는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평소 말을 아끼는 그가 이날은 흥분한 모습이었다. "지금 AI는 너무 비싸요. 롱제비티는 지금이 시작입니다. 노보 노디스크가 오픈AI와 손을 잡은 것이 신호입니다. 인류가 의학을 다루는 방식 전체가 바뀌고 있어요."지난 10년간 실리콘밸리에 있으며 경험한 나만의 '확신'이 들 때가 있다. 평소 만나는 수많은 투자자와 창업자, 연구자들이 비슷한 말을 점점 더 자주 하기 시작할 때다. 더밀크가 추적해온 AI라는 거대한 흐름 옆에, 또 하나의 흐름이 빠르게 자라고 있었다.그 이름이 롱제비티(Longevity)다. 한국어로 '장수'로 옮기면 어색하다. 정확히 풀면 '건강하게 오래 사는 삶을 어떻게 과학적으로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모든 영역의 총합을 의미하기 때문이다.실리콘밸리의 자본 흐름이 이를 증명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통계에 따르면 롱제비티 분야 글로벌 투자 규모는 2020년 약 10억 달러 수준에서 2025년 50억 달러를 넘어섰다. 5년 만에 5배 성장이다. 알토스랩스(Altos Labs)는 30억 달러 시드 라운드라는 전례 없는 규모로 출발했고, 제프 베이조스와 유리 밀너가 투자자로 참여했다. 샘 올트먼은 별도로 레트로 바이오사이언스(Retro Biosciences)에 1억 8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이 회사의 목표는 인간 수명 10년 연장이다. 구글의 칼리코(Calico)는 이미 10년 넘게 노화 연구에 수십억 달러를 투입해 왔다.이 흐름이 얼마나 진지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 있다. 뉴욕대 스턴 경영대학원 교수인 스콧 갤러웨이는 최근 한 팟캐스트에서 이렇게 말했다."AI와 GLP-1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면, 나는 AI를 포기하겠습니다."매년 자신의 '올해의 기술'을 선정해온 그는 2024년에 AI를 꼽았다. 그리고 2025년과 2026년 연속으로 같은 답을 내놓았다. AI가 아니라 GLP-1이라는 답이었다. 갤러웨이가 AI 회의론자라서 그런 말을 한 것이 아니다.오히려 반대다. 그는 AI가 만들어내는 부의 흐름에 가장 깊이 발을 담그고 있는 투자자다. 그런 그가 "주주가치 관점에서나 인류의 삶을 바꾼다는 관점에서나 AI보다 GLP-1이 더 중요하다"고 단언했다. 그의 논리는 명확하다. AI 분야는 이미 모든 빅테크 모델이 비슷한 성능으로 수렴하고 있어 어느 한 회사가 시장을 독점하기 어렵지만, GLP-1은 명확한 임상 데이터와 환자 경험으로 차별적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이다.이 한 문장이 지금 실리콘밸리에서 일어나고 있는 가장 조용한, 그러나 가장 거대한 지각변동을 압축한다. AI 다음 베팅이 어디로 향하는지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 더밀크에서 '롱제비티' 분석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