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의 룰이 바뀐다. 글로벌 사우스가 뜬다
2018년 미중 무역 분쟁이 본격화되면서 글로벌 무역의 중심축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중국은 미국의 관세와 제재를 피하기 위해 베트남과 멕시코를 경유한 우회 수출을 확대했고, 그 결과 2022년까지 두 나라를 통한 대미 우회 수출 규모는 각각 2배로 증가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단순한 전략적 대응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가속화하며 새로운 무역 흐름을 만들었다.미국은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멕시코와 베트남으로 공급망을 다변화했다.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과 '니어쇼어링(Nearshoring)' 전략을 적극 추진하며 동맹·우방국들과 협력해 글로벌 공급망을 재구성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2023년 기준, 미국의 대멕시코 수입 비중은 중국을 추월했으며, 베트남으로부터의 수입은 2017년 대비 104% 증가했다. 이는 경제적 이유뿐만 아니라 지정학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안보적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2기 출범에 따라 멕시코, 캐나다 등에 관세를 부과하며 각을 세우고 있지만 이 같은 정책의 원인이 '멕시코'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기 때문이며 이 물줄기를 되돌릴 수는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럽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와의 에너지 및 무역 관계를 급격히 축소하고, 미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며 새로운 경제 블록화를 모색하고 있다. 특히 독일은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는 동시에 폴란드 등 유럽 내 파트너들과의 공급망 통합을 가속화하고 있다.한편, 중국은 선진국 중심의 무역에서 벗어나 개발도상국과의 교역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브라질, 인도와의 무역 관계가 강화되며, 이들 지역은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중간 단계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이 국가들은 중국산 중간재를 활용해 최종 제품을 생산하고 이를 미국으로 수출하는 구조를 통해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핵심적인 위치로 부상하고 있다.맥킨지 글로벌 연구소(MGI)는 이러한 변화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지정학적 변화에 따른 구조적 재편임을 강조한다. 각국은 자국의 안보와 경제를 보호하기 위해 '디커플링(Decoupling)'과 '디리스크(De-risking)'를 병행하며 새로운 공급망을 형성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정학적으로 가까운 파트너 국가들과의 무역 관계가 더욱 강화되고 있으며, 이러한 흐름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글로벌 무역은 단순한 경제적 효율성을 넘어 지정학적 안정성과 전략적 중요성을 중심으로 재구성되고 있다. 이는 세계화(Globalization)가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는 '재세계화(Re-globalization)' 시대가 도래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