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스탑 유탄 ... ‘영웅’에서 ‘역적’된 로빈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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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재권 2021.01.29 10:42 PDT
게임스탑 유탄 ... ‘영웅’에서 ‘역적’된 로빈후드

수수료 제로로 시장에서 돌풍. 개미투자자에게 사랑 받아
게임스탑 등 ‘욜로’ 주식 바이 버튼 일시 제거로 뭇매

10년전인 지난 2011년 뉴욕에서 시작된 시위대가 타락한 금융 자본주의와 경제적 불평등에 항의, “월가를 점령하라”며 시위를 벌였다. 이 시위대는 뉴욕을 넘어 LA, 샌프란시스코 등 전체 미국으로 확산 되며 사회운동이 됐다. 10년후인 2021년, 온라인에서 ‘월가를 점령하라’와 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게임스탑 사태. 그리고 로빈후드(Robinhood)다. 28일(현지기간) 월스트리트와 실리콘밸리에서는 무료 증권앱 로빈후드가 화제의 중심에 섰다. 연일 폭등세를 보인 게임스탑은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다가 이날 44.29% 폭락하며 마감했다. 로빈후드가 게임스탑의 거래를 중지(“Buy” 버튼 비활성화)했다는 결정을 내린 후였다.

게임스탑 외에 AMC, 블랙베리, 노키아 및 베드 배스 앤드 비욘드(Bed Bath&Beyond) 등 레딧의 월스트리트베츠(Wall Street Bets)에서 ‘욜로(Yolo)’ 주식으로 꼽힌 기업들은 팔 수만 있고 살 수 없는 주식이 되면서 평균 41% 하락했다. 로빈후드는 “극단적 변동성 때문에 거래를 중지해야 했다”고 밝혔지만 개인투자자들은 ‘배신’으로 받아들였다. 거래를 막은 로빈후드에 소송도 제기됐다.

왜 배신이었을까? 이 회사는 앱 이름이 동화 속 의적인 ‘로빈후드’일 정도로 주식 거래의 민주화를 내세우며 사업을 확장했다. 로빈후드가 수수료 ‘제로’를 만들 수 있었던 배경엔 개인 투자자들의 거래 기록과 데이터를 기관 투자자에게 판매해 왔기 때문이다. 데이터 사업을 했던 것이다.

이번 사태로 로빈후드의 고객(일부 기관투자자들과 공매도 세력)들이 큰 손해를 보자 로빈후드가 개인투자자가 아닌 금융 엘리트의 편에 섰다는 인식이 퍼졌다. 개인들의 거래를 막는대신 헤지펀드는 거래를 계속할 수 있게 되면서 공매도 세력의 추가 손실을 막을 시간을 벌어줬다는 비판을 받았다. “로빈후드가 죽었다”, “영웅에서 역적이 됐다”는 말도 나왔다.

정치인과 기업인들도 게임스탑, 로빈후드 대전에 참전했다. 민주당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민주당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뉴욕 주) 하원의원, 공화당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 등이 “로빈후드가 잘못했다”며 의견이 일치했다는 것은 큰 뉴스였다.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 전 와이콤비네이터 CEO 샘 알트만도 로빈후드의 결정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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