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을 올리는 혁신은 없다

reporter-profile
손재권 2023.09.11 08:56 PDT
가격을 올리는 혁신은 없다
(출처 : https://www.youtube.com/watch?v=XDC62gYSZg4)

[뷰스레터 플러스]
애플, 삼성은 지루하고 화웨이가 놀라운 이유
베트남 빈패스트에 기대하는 것
맥주시장 지각변동, 모델로의 시대

애플은 오는 12일(현지시간) 쿠퍼티노 본사에서 '원더러스트(Wonderlust)' 이벤트를 열고 신작 '아이폰 15' 시리즈를 공개할 예정입니다. 

팀 쿡 애플 CEO가 무대로 올라와 "놀랍고 새로운 경험을 준다"며 아이폰15, 아이폰15 플러스, 아이폰15 프로, 아이폰 15프로맥스 등 4개 모델을 공개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언론과 블로그 등을 통해 사전 정보가 대부분 공개가 된 상태입니다. 

가장 큰 변화는 라이트닝 충전단자를 버리고 USB-C 타입 표준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이 것은 EU 규제 때문입니다. 유럽의회는 올 하반기까지 애플 아이폰을 포함해 유럽에서 판매되는 모든 스마트폰의 유선 충전기에 USB-C 타입으로 통일하는 내용의 법안에 합의한 바 있습니다. 
애플이 지난 아이폰13에서 부터 성능을 업그레이드했지만 가격은 크게 올리지 않았는데 올해 아이폰15는 가격을 평균 100달러 정도 인상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이폰플레이션(아이폰+인플레이션)도 본격화되겠죠. 

예전만큼 애플의 아이폰 공개가 대중의 흥미를 끌지 못하고 주가에도 큰 영향을 주지 못합니다. 제품의 스팩과 가격까지 미리 공개 돼 지루하기까지 합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도 마찬가지입니다. 삼성전자도 한국에서 언팩 행사를 통해 갤럭시 폴드 시리즈 신작을 내놨지만 스팩보다는 '판매량'이 더 관심사 입니다. 

하지만 시선을 '스마트폰'이나 인공지능 등 테크 분야가 아닌 미국 전체 비즈니스로 돌리면 치열한 미국의 경쟁 상황이 보입니다.

엎치락 뒤치락하는 다이나믹 그 자체입니다. 

아이폰15 렌더링 이미지 (출처 : 맥루머스)

베트남 빈패스트에 기대하는 것

미국 자동차 업계의 핫 이슈는 GM이나 포드 또는 자율주행차가 아닌 베트남 '빈패스트' 입니다. 

지난 1월 CES2023에서 베트남 '빈패스트(VinFast)'를 보고 내부 시승을 한 적이 있습니다. '전시장'에 나온 목업 차량이라는 점을 감안하고 보더라도 꽤 깔끔한 디자인에 세련된 차체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베트남 국민차의 미국 진출 시도를 보고 더밀크는 '1국 1전기차 시대'가 올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반값 전기차를 구현할 것이란 기대도 있었죠. 

하지만 지난달 15일 상장할 때 주가가 급등 나스닥 상장 첫날 시가총액 850억달러를 돌파해, 단숨에 세계 3위 자동차 제조 업체(시총 기준)로 올라설지는 예상치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급락, 지난 6일엔 24.5달러까지 내려갔습니다. 

미국에서 빈패스트 열풍도 '중국'을 빼놓고는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대중 제재로 미국서 BYD 등 중국 전기차를 볼 수 없으니 베트남산에 관심이 모아진 것이죠. 미국, 일본, 독일, 한국산 차가 지배하고 있는 시장에서 새 바람을 일으키길 원하는 미국 소비자들의 심리가 반영된 것이라 봅니다. 도요타 '코롤라''프리우스'  현대 '포니' 이후에 새로운 혁신을 기대하는 것이죠. 

👉 빈패스트의 적정 주가는?

미국 맥주시장 지각변동! 모델로의 시대

'모델로' 를 아시나요? 가볍고 상큼한 맛의 라거 스타일의 맥시코산 맥주입니다. 완전히 가벼운 라거 맥주는 아니고 그렇다고 홉이 들어가 무겁지도 않습니다. 한마디로 '경쾌하고 기분좋은' 맥주죠. 

미국에서 최근 지난 22년간 매출 1위를 차지한 맥주의 절대 왕자 '버드 라이트'가 내려오고 '모델로'가 1위를 차지하는 '맥주 혁명'이 벌어졌습니다. 버드라이트의 마케팅 실수가 주요 원인이었지만 그렇다고 마케팅이 판매 순위가 뒤집힐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세계 어느나라보다 치열한 미국 맥주 시장에서 모델로는 가파르게 성장했습니다. 멕시코에서의 맥주 수입은 지난 10년 동안 두 배가 넘게 성장했습니다. 맥시코의 주요 수출품이 '맥주'가 될줄은 상상을 못했을 것입니다.

모델로의 모회사 '콘스텔레이션 브랜드(티커 : STZ)는 지배구조를 개혁, 미국에서도 인정받는 '기업'으로서도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창업가 일가의 강력한 지배력을 제거, 견제하며 '투자대상'으로서도 매력적인 회사로 재탄생하고 있는 것입니다. 치열한 '경쟁'의 결과 소비자는 새로운 맛을 경험하고 시장은 드라마를 쓰며 관심을 끌게 됩니다. 

👉 모델로는 어떻게 미국을 지배했나?

3월과 6월 맥주 판매에서 22년간 1위를 놓치지 않았던 버드 라이트를 밀어낸 모델로 (출처 : CNBC )

'중국 화웨이 쇼크' 

한국의 유력 언론에서 내놓은 제목입니다. 중국 화웨이가 3년 만에 출시한 5G 스마트폰 '메이트 60 프로'에  화웨이는 7나노 공정의 자체 AP를 장착, 충격을 주고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미국의 제재를 뚫고 7나노급 반도체 조달에 성공한 것이죠.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쇼 IFA에서는  화웨이에서 분사한 아너(Honor)의 폴더블폰 '매직 V'가 화제가 됐습니다.

북한도 미국과 서방의 오랜 제재에도 핵무기를 만들고 있는데 중국 화웨이 등 스마트폰 제조사가 개발을 못하리라 믿은 것은 순진한 생각이 아닐까요? 시간문제 였을 뿐입니다. 

중국의 힘은 '기술'이나 '자본'이 아니라 '치열한 경쟁'에 있습니다. 저는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에 참가한 후 충격을 받은 바 있습니다. 
중국은 미국의 제재를 받자 내수를 키워야 했습니다. 실제 화웨이, 아너, ZTE, 비보, 오포, 샤오미, 리얼미 등 7~8개 업체가 업치락 뒤치락하면서 신제품을 쏟아내고 점유율이 뒤바뀝니다. 첨단 부품을 장착한 신제품이 나오고 반응이 좋으면 금세 내수 시장 1위를 차지합니다. 

반면 미국과 한국은 애플과 삼성이 시장을 '양자 독점' 하고 있습니다. LG전자가 스마트폰을 포기하고 중국이 시장에서 퇴출된 결과는 '혁신' 이란 이름을 내걸고 독점(듀오폴리) 하고 있죠. 애플이나 삼성이나 새 스마트폰에 장착된 기술은 중국 폰이 이미 시장에 내놓은 부품입니다. 미국과 한국 소비자들만 잘 모릅니다.
독점의 결과 소비자들이 받는 것은 혁신 제품이 아닌 비싼 가격에 지루한 업그레이드 제품(서비스)입니다. 혁신의 결과는 치열한 경쟁과 가격 하락에 따른 소비자 편익의 증가인데 그렇지 못한 것이죠.

가격을 올리는 혁신은 없습니다. 

회원가입 후 뷰스레터를
주 3회 무료로 받아보세요!

단순 뉴스 서비스가 아닌 세상과 산업의 종합적인 관점(Viewpoints)을 전달드립니다. 뷰스레터는 주 3회(월, 수, 금) 보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