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안 되는 아이디어에 베팅할 때 큰 성공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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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jin Kim 2024.10.19 07:27 PDT
"말 안 되는 아이디어에 베팅할 때 큰 성공이 온다"
(왼쪽부터)제프리 리(이동훈) 한리버파트너스(HRZ) 공동창업자, 채드 앤더스 스페이스캐피털 창업자 및 관리파트너, 애닐 라다디브(Aneel Ranadive) 소마캐피털 창업자 및 관리파트너, 박이안 프라이머사제 파트너 (출처 : 더밀크 김세진)

[2024 NYC 스타트업 서밋] 한국 기업의 숙제 ‘작은 자본 시장’
미국과 한국 투자자 차이는 리스크 대하는 자세
미국 VC가 주목하는 것 '말도 안되는 비즈니스'
‘실리콘앨리’ 뉴욕에 오픈AI도 온다

일찍 갈수록, 분명해지기 전에 들어갈 기회가 생긴다고 보고 있다. 최고의 회사에, 거물이 되기 전에 그들을 뒷받침하면 특별한 관계가 된다. 어리석지만 최고의 회사가 보일 것이다. 이런 아이디어는 초기에는 말이 안 된다. 우리는 이 말이 안 되는 것에 투자하고 싶다.
애닐 라다디브(Aneel Ranadive) 소마캐피털 창업자 및 관리파트너

한국 스타트업 환경의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로 자금조달 환경이 꼽힌다. 인재, 기술이 있어도, 작은 투자 환경 탓에 성장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해외의 자금을 한국 스타트업에 수혈하려는 민관의 시도가 이어지는 중이다.

18일(현지시각) 뉴욕 맨해튼 뱅크오브아메리카 파빌리온센터에서는 UKF(한인창업자연합)가 주최한 '2024 NYC 스타트업 서밋'이 열렸다. 행사에서는 한국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VC), 정부 관계자가 모여 스타트업 성장 전략을 치열하게 논했다. 이때 눈에 띄는 점은 미국과 한국의 벤처투자 차이다.

스타트업들은 해외 진출 시 비즈니스 네트워크·파트너십 확보, 현지 시장 정보 파악, 해외 자금 확보 등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출처 : 더밀크 김세진)

국내에선 한계가 있다. 이들이 미국 나온 사정

국내 기업 환경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벤처 투자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자금 조달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벤처투자 정보업체 더브이씨(TheVC)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국내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대상 투자 건수는 497건으로 집계되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2% 감소한 수치다. 이러한 수치는 단순한 경기 침체를 넘어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 전반의 구조적 문제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 스타트업들은 투자 시장의 침체와 경기 불황을 체감하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구글의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창구'에 참여한 스타트업 CEO 100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CEO 10명 중 4명(40%)이 현재 생태계를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75.8%는 투자 위축을, 70.5%는 경기 불황을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CEO들은 여기에 더해 정부 지원 정책의 부족(32.6%), 우수 인재 확보의 어려움(26.3%), 그리고 규제와 법적 제약(14.7%)까지 생태계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지목했다. 이러한 복합적인 문제들은 '사업 확장(스케일업)'을 꿈꾸는 스타트업에게 자금조달의 한계를 심화시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스타트업 CEO들은 국내 투자 환경의 한계를 넘어 해외 시장을 돌파구로 삼고 있다. 실제로 이번 행사에 참여한 스타트업들은 미국 진출을 위해 직접 나섰다. 이들 대부분은 국내 투자에 한계를 느끼고, 더 큰 성장 가능성을 해외에서 모색하고 있다.

김원회 브레인벤처스 대표는 더밀크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에서 투자받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한국은 훨씬 더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회사가 드디어 매출을 내기 시작했고, 현재 20명 규모로 운영 중인데 더 확장하기 위해 미국 시장에 왔다”고 밝혔다.

참가 스타트업인 제나(Gena)의 조은서 CEO와 리브라이블리(Livelively)의 지창대 CEO도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다. 이들은 “한국에서도 투자를 시도하고 있지만, 미국 현지에서 투자받기 위해 직접 나왔다”며, 국내 시장만으로는 스케일업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구글 설문조사에 따르면, 참여 스타트업의 37.9%가 이미 해외 시장에 진출했으며, 52.4%는 향후 해외 진출을 준비 중이라고 답했다. 스타트업들이 가장 선호하는 목표 시장으로는 북미(73.7%), 동남아시아(66.7%), 그리고 일본(62.6%)이 꼽혔다.

하지만 해외 시장 진출이 해답은 아니었다. 설문에 참여한 스타트업들은 비즈니스 네트워크 및 파트너십 확보(62.6%), 현지 시장 정보 파악(59.8%), 해외 자금 조달(42.4%)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단순한 진출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없으며, 현지화 전략과 네트워크 구축이 필수적이다.

국내 투자 환경이 자금조달 장벽을 높이면서, 해외에서 자금을 확보하고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한국 스타트업의 생존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현지 투자자와의 신뢰를 쌓고 파트너십을 체계적으로 구축하는 일은 만만치 않은 도전이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VC 대표는 “스타트업들이 글로벌 진출 시 현지화된 인사이트와 네트워크가 성공의 핵심이다"며 "단순한 해외 진출을 넘어 정교한 시장 정보와 협력 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미국과 동남아시아에서의 비즈니스 확장이 중요한 이유는 단지 자금 유치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의 장기적 경쟁력 확보에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NYC 뉴욕 스타트업 서밋 포토월. 국내 투자 환경이 자금조달의 장벽을 높이면서, 해외에서 자금을 확보하고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한국 스타트업의 생존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출처 : 더밀크 김세진)

미국 VC가 스타트업에게 “말이 안 되는 것에 투자하고 싶다”

한국 기업들이 미국 투자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미국 역시 혹한기를 겪고 있다. 자금 조달 환경이 악화된 가운데, 고위험 사업에 대한 수용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점이 큰 차이점이다. 미국의 벤처캐피털(VC)들은 말이 안 되는 아이디어에 투자하며, 시장 자체를 창출하는 창업자들을 지지한다. 이들의 철학은 스타트업 생태계가 가진 도전 정신과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핵심 동력이다.

초기 단계에 투자하는 이유: “말이 안 되는 것에 베팅한다”

애닐 라다디브(Aneel Ranadive) 소마캐피털(Soma Capital) 창업자 겸 관리파트너는 트렌드쇼 패널 토론에서 초기 스타트업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성공 가능성이 분명하지 않을 때 투자할 기회가 가장 많다”며, 최고의 회사는 누군가가 거물이 되기 전에 뒷받침할 때 특별한 관계가 된다고 설명했다.

라다디브는 “재능 있는 창업자를 지원할 시스템이 없을 때, 초기 스타트업이 말이 안 되는 아이디어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바로 이 말이 안 되는 아이디어에 투자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철학은 기존 시장에 적응하기보다는 시장 자체를 새롭게 창출하는 창업자를 찾는 것이다.

그는 구글, 페이스북, 테슬라와 같은 회사들이 초기 단계에서는 시장 적합성을 평가하기 어려운, 말이 안 되는 회사로 여겨졌다고 회상했다. “일론 머스크는 전기차 경험이 전혀 없었고, 페이스북과 구글도 초기에 마이스페이스 같은 강력한 경쟁자와 맞서야 했다. 그러나 이들 창업자들은 시장을 창출하며 산업을 혁신했다”고 말했다.

엔비디아와 GPU 혁신: 15년을 기다린 성공의 사례

젠슨 황 엔비디아 창업자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오랜 시간의 도전과 실패가 성공의 기반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는 델과 마이크로소프트가 15년 동안 엔비디아를 무시했고, 당시 병렬형 그래픽처리장치(GPU)는 필요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게임, 암호화폐, AI 기술의 부상으로 GPU는 필수적인 하드웨어로 자리 잡았다.

이 사례는 벤처캐피털이 단기 성과를 넘어선 장기적 비전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를 잘 보여준다. 혁신은 현재의 요구가 아닌 미래의 가능성을 바라보는 투자에서 시작된다.

VC는 결국 '사람 게임': 뛰어난 인재를 발굴하는 시스템

라다디브는 벤처캐피털(VC)을 ‘사람 게임’이라고 정의하며, 네트워크와 인간 관계가 투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좋은 취향을 가진 친구들이 소개한 창업자를 참고 자료와 함께 검토하며, 뛰어난 팀을 최대한 빠르게 발굴한다"고 말했다.

소마캐피털은 이러한 전략을 통해 유니콘 기업을 다수 발굴했다. 그는 소마캐피털의 초기 두 펀드에서 유니콘 발굴 비율이 각각 7%, 12%에 달했으며, 총 22개의 유니콘을 배출했다고 밝혔다. 이는 네트워크의 힘과 뛰어난 인재에 대한 신속한 판단이 성공적인 투자의 핵심임을 보여준다.

한국 스타트업의 잠재력과 글로벌 시장 도전

한국 스타트업들도 글로벌 시장에서 기회를 모색하며 도전에 나서고 있다. 채드 앤더슨(Chad Anderson) 스페이스캐피털(Space Capital) 창업자는 “한국에는 뛰어난 기술력과 인재들이 있다”며, 한국에서 항상 기회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주 산업에서 한국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며,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투자처를 물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소피 엄 아드리엘(Adriel) CEO는 한국이 저렴한 엔지니어 인건비와 낮은 세율을 강점으로 가진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그는 “한국 시장은 규모가 작기 때문에 해외 시장 진출(고글로벌)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시장의 높은 진입장벽을 넘기 위해서는 현지화와 네트워크 구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국 스타트업의 갈라파고스 문제와 글로벌 전략

제프리 리(이동훈) 한리버파트너스(HRZ) 공동창업자는 한국 스타트업의 ‘갈라파고스화’에 대한 우려를 지적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한국이 독자적인 생태계에 갇혀 있다는 지적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소셜미디어와 소비자 행동의 빠른 변화 덕분에 한국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평가했다.

제프리 리는 한국이 디지털 전환과 소비자테크(Consumer Tech) 분야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어,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에 더 적극적으로 진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스타트업이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네트워크와 파트너십을 확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말이 안 되는 아이디어에 베팅할 때 성공이 온다

한국과 미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는 도전 정신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고위험 투자에 대한 수용성과 장기적 비전을 갖춘 스타트업만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

초기에는 말이 안 되는 아이디어가 가장 큰 성공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다. 구글, 페이스북, 엔비디아 등도 모두 초기에는 말이 안 되는 도전으로 여겨졌지만, 시장을 창출하며 산업을 혁신했다.

한국 스타트업들도 국내 시장의 한계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의 도전을 이어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네트워크와 인재 발굴, 현지화 전략은 이러한 도전의 필수 요소다. 미국 투자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한국 스타트업들은 이제 말이 안 되는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는 용기와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힘은 바로 그 도전에서 나온다.

행사 참석자들이 정보를 교류하고 있다. (출처 : 더밀크 김세진)

‘실리콘앨리’ 스타트업 허브 부상 뉴욕…오픈AI도 온다

이번 행사가 열린 뉴욕은 ‘실리콘앨리’라는 별칭이 붙으며 글로벌 기술 기업 및 스타트업 중심지로 주목받고 있다. 리서치 업체 스타트업블링크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뉴욕은 실리콘밸리 샌프란시스코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훌륭한 창업 생태계를 확보한 도시로 평가받는다.

월스트리트가 위치한 금융 허브로서 풍부한 투자금, 세계 톱 대학이 배출하는 인재풀, 미국에서 가장 큰 소비자층을 갖췄기 때문. 기술 업계 위주인 실리콘밸리와 달리 금융, 패션, 식음료(F&B) 등 다양하게 발달한 산업으로 인해 스타트업이 제품을 실험하기 최적지라는 평가다.

정치 중심지 워싱턴D.C, 바이오테크 중심지 보스턴 등과 지리적으로 가까워 인재, 기술, 자본 교류도 활발한 점도 강점이 됐다. 2022년 5월에는 샌프란시스코와 런던에 본사를 둔 VC 인덱스 벤처스가 뉴욕에 사무소를 개설한다고 발표했고, 같은 해 7월에는 실리콘밸리 유명 VC 세쿼이아 캐피털이 실리콘밸리를 제외한 첫 번째 미국 지사를 뉴욕에 설립하기도 했다.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사무실을 두고 있다.

멜리사 버치 뉴욕시경제개발공사(NYC EDC)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이날 “오픈AI도 사무실을 열 예정”이라고 밝히며 “뉴욕은 AI 분야에서도 떠오르고 있다. 실리콘밸리는 AI모델을 발전시켰지만, 뉴욕 AI 에코시스템은 금융, 헬스케어, 부동산, 소비자제품 등 진짜 세계와 관련한 AI 혁신을 이끄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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