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것이 내가 된다, 가치소비
[뷰스레터 플러스] 가치소비와 이커머스의 과제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픈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최근에 왼쪽 발목 인대가 끊어져서 대부분의 시간을 침대에 누워서 보냅니다. 그런 제게 친한 친구는 <서울의 공원>과 <서울의 목욕탕>이라는 사진집을 선물해줬습니다. ‘산책을 하고 싶거나 마음껏 씻고 싶을 때 이 사진집을 펼쳐보라’는 메세지와 함께요. 덕분에 저는 방 안에서도 공원을 거닐고, 온탕에 몸을 푹 담그고 있기도 합니다. 지난주에는 회사에서 1주년 기념 선물로 직원들에게 드론을 선물해줬습니다. 제대로 걷지 못하는 저는 이제 바람을 타고 날아서 바깥 세상을 여행합니다. 다리가 다친 후로 저 홀로 고여 있다고 생각한 작은 텅 빈 공간은 주변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으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마음을 전하는 선물 시즌이 다가옵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온라인 쇼핑’이 대세가 되면서 문 앞에 놓여진 택배는 마스크 없이 만날 수 있는 반가운 손님이 됐지요.
저도 작은 생필품 하나도 인터넷으로 주문을 하고, 보고싶은 누군가를 직접 찾아가지 못하는 마음을 대신해 기프티콘이나 작은 선물을 택배로 보냅니다. 온라인 쇼핑이 일상 생활 속에 깊게 자리 잡으면서 소비자들은 이전보다 더 편리하고 다양한 소비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다가오는 블랙프라이데이(Black Friday: 11월 셋째주 금요일로, 미국 추수감사절 다음날의 대규모 세일 행사)를 앞두고, 떠오르는 3대 이커머스 이슈와 새로운 소비 문화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역대급 블프, 3대 이슈는?
올해 블랙프라이데이는 사상 최악의 대혼란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어도비(Adobe)의 이커머스 보고서에 따르면 거래액이 전 세계 9100억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만큼 온라인 쇼핑은 급격히 증가하고 있지만, 이를 받혀줄 글로벌 공급망이 부족하기 때문이죠. 이에 따른 배송 지연, 가격 상승 및 저조한 할인율도 문제로 꼽힙니다. 역대급 할인율을 자랑하던 블랙프라이데이의 명성은 이제 옛말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회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더밀크는 최대 할인율을 자랑하는 ‘제품별 최적의 쇼핑 시기’를 찾아냈습니다. 어도비 보고서에 따르면, 장난감을 가장 싸게 사려면 추수감사절(11월 25일), TV는 사이버먼데이(11월 29일)를 노리는 게 좋습니다.
한편 새로운 쇼핑 트렌드도 나타나고 있는데요. 이제는 물건만이 선물의 대상이 아닙니다. 스파 이용권이나 쿠킹 클래스같이 상대의 관심사를 고려하여 행복하고 소중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경험’을 선물하는 트렌드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또 다른 구매 트렌드로 소비자들의 BNPL(Buy Now Pay Later: 선구매 후지불) 이용과 커브사이드 픽업(Curbside Pickup: 온라인으로 제품을 구매하고 매장 앞에서 픽업)도 있습니다.
새로운 이커머스 트렌드 3가지, 여기에서 만나보세요.
'쿨하고 착한' 중고 쇼핑
10대 환경 운동가로 '행동하는 Z세대'의 아이콘인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는 지난 8월 보그 표지에 등장해 버려진 코트를 재활용한 업사이클링(Up+Recycling: 재활용 소재로 새로운 것을 만드는 일) 트렌치 코트를 입고 패스트 패션을 저격했습니다. 툰베리는 "셀 수 없는 노동자와 공동체가 패스트 패션 산업에 착취당하고 있다"며 "패스트 패션은 의류를 일회용품처럼 취급하며 기후위기 및 생태위기를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물건을 산 것은 3년 전이다. 그마저도 중고다. 그냥 아는 사람들한테 빌려서 쓴다"고 언급했습니다.
패스트 패션 산업의 지나친 대량생산이 낳은 획일화된 패션과 환경 파괴의 부작용을 느낀 Z세대가 중고 쇼핑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개성 있는 패션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환경 보호를 추구하며 패션 산업의 판을 바꾸고 있죠. 이처럼 중고 거래는 ‘쿨하고 착한 쇼핑' 이미지를 획득하며, 시장 가치가 급격히 상승하고 있습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국 중고 의류 시장 규모는 4년 내로 764억달러에 도달, 지금보다 두 배 이상 커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미국의 다양한 대형 브랜드들도 중고 의류 스타트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투자를 하고 있는데요. 각 기업별 활동을 여기에서 확인해보세요.
파타고니아가 와인을 판다?
MZ세대가 사랑하는 글로벌 친환경 패션 브랜드 ‘파타고니아'가 내추럴 와인과 사과주(Cider) 그리고 사케와 같은 주류를 출시했습니다.
유기농 면으로 지속가능한 아웃도어 의류과 재활용 원단으로 기능성 백팩 등을 만드는 패션 브랜드가 주류 영역까지 사업을 확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답은 '지역사회 연결'과 '환경'에 있습니다. 파타고니아는 패션 기업이 아닌 '환경 보호 기업'으로 의류 사업을 넘어 그들의 철학과 가치를 뿌리에 두고 다양한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발효 음료 콜렉션은 단순 주류 판매 목적이 아닌, 그 지역의 특색과 얼을 담은 자연의 철학을 함께 알리고자 출시한 것입니다. 이는 지역사회와 상생하며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윤리 기업에 관심이 많은 Z세대의 '착한 소비'에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파타고니아는 어떻게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정신을 진정으로 구현하며 농업과 와인 양조 업계를 발전시키고 있을까요? 여기에서 확인해보세요.
더밀크의 시각
걸음마를 뗀 순간부터 하루도 쉬지 않고 계속 걸어온 날들이 무색하게, 한 달간 깁스로 묶어 놓은 발이 마음 같이 잘 걸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다시 천천히 걷는 법을 배우는 중입니다.
“어떻게 걸어요?”
재활치료사는 제게 뒤꿈치부터 딛고, 그 다음에 중간 아치를, 그리고 발가락으로 밀어주라고 합니다. 별 생각 없이 자연스럽게 걷던 동작 하나에도 순서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순서에 맞게 걷는 게 다친 저한테는 마냥 부자연스럽기만 합니다. 그래서 자꾸 아픈 부위를 피해 몸이 쉬운 방법으로, 즉 편법을 써서 걸으려고 합니다. 한 걸음, 한 걸음 잘 걷는 게 중요한데 마음만 앞서서 절뚝 거리며 뒤쳐지지 않으려고 합니다. 방법보다는 속도에 신경 썼던 것이죠. 그러다보니 전반적인 자세가 흐트러지고, 골반부터 중심 축이 점점 무너지는 걸 느꼈습니다.
재활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잘못된 자세가 굳어진 채로 살아가게 될 수 도 있다고 합니다. 그러면 원래 없던 몸의 이상들이 발생하고 또 다른 부작용들도 도미노처럼 생긴다고 하죠.
저의 무게를 싣고 있는 작은 두 발이 몸 전체에 끼치고 있는 영향을 몸소 실감하며, 인간의 마음과 욕망을 싣고 움직이는 이 세상이 지구에 끼치고 있는 영향들에 대해서 생각해봤습니다. 끊어진 인대로 인해 무너진 몸의 밸런스가 병든 세상이라면, 재활을 통해 복원하려는 노력이 ESG를 실천하는 기업에 대한 이야기 같았습니다.
아무리 기술이 발달한 시대에 살고 있다지만, 참 많은 것들이 자연의 흐름 속에서 발견되고 만들어집니다. 산을 타기 위한 등산화, 물 놀이를 하기 위한 서핑복, 땅 위에 머물기 위한 캠핑 장비 등이 있죠. 파타고니아는 자연과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솔루션을 내놓는 환경 보호 기업입니다. 이런 ‘자연’스러운 파타고니아의 행보가 특별하게 느껴지는 건 우리가 부자연스러운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쉽게 이익을 추구하고자 하는 마음의 편법이 지구에 어떤 부작용을 초래할지 모를 일입니다. 오늘 내가 먹은 마음 한 줌과 내가 걷는 한 걸음이 틀어져 있는 나의 삶의 중심을 바로 잡을 수 있듯이, 자연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는 기업들의 올바른 행보가 지구의 미래를 바꿀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방향은 건강한 소비자들의 가치가 만들어 갈 것입니다.
내가 사는(buy) 것이 나의 사는(live) 모습이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