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에서 대기업 임원으로... 두 가지를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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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학 2023.05.27 19:15 PDT
스타트업에서 대기업 임원으로... 두 가지를 기억하라
(출처 : Shuttetstock)

[커리어 아카데미]③ 김병학 전 아카사 AI 기술 총괄 기고문
스타트업 성공 정점에서 다음 커리어 고민
기술·리더십 필수... 꾸준히 노력해야
자기 전 ‘60분 공부’... “중간 리더 경험 중요”

필자는 지난 20년 동안, 스리랑카와 캄보디아를 거쳐 미국 텍사스에서 유학 후 대부분의 커리어를 실리콘밸리에서 보냈다. 특별히 실리콘밸리 대기업과 여러 스타트업들에서 일한 지난 12년은 험한 도전과 함께 귀한 경험과 배움의 시간이었다. 실리콘밸리에 와서 처음 스타트업을 만난 후 이제는 투자와 자문까지 하면서, 누군가 나에게 해주었으면 바랬던 이야기들이 있었다. 

이에 대해선 나의 ‘스타트업 시간’도 정리하면서 일 년 전 ‘실리콘밸리 유니콘 기업 AI 기술 총괄이 알려주는 스타트업에서 커리어 키우기’ 형태의 오피니언 시리즈(#1, #2)로 자세히 다루었다. 스타트업이라는 세계에 처음으로 발을 들여놓은 분들, 그리고 익숙한 ‘평생직장’이 아닌 아직은 낯선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거나 도전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스타트업 성공 정점에서 다음 커리어 고민

지난 시리즈에서 잠깐 언급했지만, 필자의 마지막 스타트업 여정은 성공적이었다. 네 명의 창업자와 나를 포함 총 다섯 명의 작은 팀으로 시작한 AKASA는 실리콘밸리에서도 보기 드문 성장 속도로 3년여 만에 시리즈 C펀딩까지 유치하면서 10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지닌 유니콘 기업이 되었다.

전체 직원 수가 300명 이상으로 성장하였고, CTO와 함께 시작한 AI팀 미국 동부부터 서부까지 전지역에서 사람을 채용하면서 더욱 강해졌다. 사업 규모도 미국 전체 병원 중 15% 이상의 병원에서 회사 솔루션을 사용할 정도로 성장했다. 

그러자 커리어의 다음 단계를 생각하는 시간이 찾아왔다. 결과만 보면 쉽게 회사와 팀의 빠른 성장을 누린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성장이 이전과는 다른 코로나 팬데믹 기간동안 완전 재택근무(fully-distributed and remote work) 환경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엔지니어링 리더십으로 중간 리더(mid-level leader) 역할을 적극적으로 해야 했던 이 시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코로나로 아프거나, 이별을 경험하거나, 우울증을 겪는 팀원들을 회사의 압축적인 성장 과정 속에서 어떻게 원격으로 지원할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이 있었다. 때로는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어야만 하는 상황도 여러 번 있었다.

또한 회사에 합류한 지 한 달 만에 태어난 딸 해듬이의 집중적인 육아도 아내와 둘이 해야 하는 시기였기에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결코 쉽지 않았다. 이 시기에 신수정 KT부사장님께서 “이러한 변화의 시기에 요구되는 새로운 중간리더 역할을 힘들지만 성공적으로 학습한 사람들이 임원으로 성장할 기회가 크고, 또한 이렇게 성장해서 임원이 된 리더들이 기존 또는 현재의 임원들보다 좋은 영향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라고 해주신 이야기가 나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다음 커리어 단계로 임원이 되는 것에 대한 고민을 주변에 처음 나누었을 때, 격려도 있었지만 “사람 망가진다, 가족을 희생한다, 사람을 갈아넣는다, 술, 담배, 골프 해야한다” 등의 우려 또한 많았다. 지금 돌이켜보면, 우려 및 조언을 해주셨던 많은 분들도 사실은 한국 대기업의 임원이 된다는 게 어떤 것인지 생소하고 낯설어했던 것 같다.

마치 대기업에 취직하는 것에 비해 극초기 스타트업 또는 창업팀에 어떻게 합류해야 하는지 정보가 많지 않은 것처럼, 상무(VP) 이상의  임원은 부장급(director 또는 manager of managers) 중간 리더와 비교해서도 채용공고 또는 참고할 자료가 상대적으로 드물고 또한 회사마다 채용 경로가 매우 다르기 때문에 이를 탐색하기도 어렵다. 

필자도 처음에는 다음 리더십 단계로 계속 성장해 가고 새롭고 더 도전적인 역할로 나아가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시작했지만, 커리어를 임원으로 발전시키는 길을 탐색하는 데 시간이 꽤 필요했다.

물론 모든 임원의 경력은 각기 다르고, 그에 따라 겪게되는 도전의 수준과 경험의 차이도 각기 다르다. 하지만 다음 단계로서의 임원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경험과 지식 그리고 관점을 잘 이해하고 탐색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돕는 하나의 지도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나의 경험을 나누고자 한다.

기술·리더십 필수... 자기 전 ‘60분 공부’

Korn Ferry 연구는 개인전문가(individual contributor), 실무관리자(front-line manager), 중간 리더(manager of managers), 임원 그리고 최고경영진(C-level)까지 리더의 역할과 책임이 많아질수록 리더십이 어떻게 성장하는지 잘 보여준다.

그중에서도 중간 리더에서 임원으로 성장하는 단계가 평균적으로 커리어가 가장 큰 폭으로 성장하고 도약하는 시간이다. 잘하는 업무에만 집중하고 자신을 가두는 것이 아닌 역량을 큰 폭으로 확장하며 쌓아가는 기회를 누리는 임원이 되려면, 과연 어떠한 준비와 변화 그리고 노력이 필요한 것일까?

물론 아래에 나눌 준비들이 하루아침에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꾸준한 노력과 훈련이 계속된다면 임원 이후에도 리더로서 계속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기술이다. 우선적으로 최신 기술의 빠른 발전을 이해할 뿐만 아니라 흐름을 볼 수 있어야 한다. (특별히 AI 분야는 더욱 그렇다). 한 기술 분야의 독보적인 전문가일 뿐 아니라, 기술과 관련된 이해관계자 모두를 볼 수 있는 넓은 시야와 함께 기술 적용의 타이밍을 함께 볼 수 있다면 임원의 가치는 더욱 올라가게 된다.

다시 말해서, 고객이 선택하고 싶은 기술인지, 회사의 이익에 기여하는 기술인지를 살피고, 회사에 없는 지식이라면 회사의 이익 관점에서 열심히 일과 공부를 함께 하고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관점으로 기술을 보기 시작하면, 회사에 지속적인 성과를 창출해 낼 수 있는 일들을 계속해서 끊임없이 찾아낼 수 있다. 더 나아가 자기 업무에 대한 능력을 보일 뿐 아니라 회사의 조언가로서의 능력도 키울 수 있게 된다. 더불어,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에서 해당 분야에 대한 기술 전문성을 갖춘다면, 시장의 크기가 커짐에 따라 현재 회사뿐만 아니라 다른 회사에 임원으로 영입이 될 수 있는 기회 또한 많아지게 된다.

필자는 잠자리에 들기 전 ‘60-min student’이름의 시간을 갖는다. 1시간 정도 시간을 이용해 관심과 의욕이 있지만 바쁜 낮시간에 읽을 수 없었던 새로운 논문과 책등을 매일 꾸준히 공부하는 시간이다.

두 번째는 리더십이다. 필자는 한 단계 위 직급의 CTO와 수년간 일하다 보니, CTO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생각하고 고민하는 연습을 계속하게 되었다. 이 연습을 꾸준히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조직을 바라보는 관점과 사고방식이 넓어짐을 느끼게 된다.

또한 나의 신념에 따라서만 일하는 것이 아니라, 최고 경영진과 조직의 가치를 공유하는 방법 또한 몸으로 배우게 된다. 예를 들어, 내가 수립한 목표가 반대에 부딪쳤을때, 어떻게 의견을 조율하는지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필자도 마지막 스타트업에서 CTO를 포함한 최고경영진이 매우 힘든 목표를 제시해서 굉장히 힘들었던 분기도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이 과정을 통해 항상 최고경영진의 의지가 20-30% 정도 반영되도록 계획을 세울 뿐만 아니라, 팀 구성원 개인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각자의 가치를 알아보고 배우며 함께 성과를 내는 역량도 쌓게 되었다.

사실 팀 구성(team building)부터 시작해서 팀 단위의 프로젝트를 여러 번 성공시키는 경험은 개인전문가일때에는 경험하기 힘든 전혀 다른 역량의 근육이 필요하기에 최소 1년 이상의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 필자도 100회 이상의 인터뷰 그리고 수천 개의 이력서를 검토하면서 채용부터 팀관리 그리고 해고까지 경험하는 과정 속에서 필요한 역량들을 강화할 수 있었다. 

여기서 중요한 한 가지는 이러한 중간급 리더십의 경험 없이 개인전문가 트랙에서 바로 임원으로 뛰어들지 않았으면 한다. 이전 단계 또는 회사에서 보여준 역할의 폭과 성과의 깊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실리콘밸리 회사들에서는 이렇게 바로 승진하거나 영입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지만, 한 회사에서의 근속연수와 나이를 중요시하는 한국 대기업의 해외 임원의 영입 과정에서 이 부분을 놓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역량과 학습능력이 뛰어나서 중간급 리더십 경험을 건너뛸 수도 있겠지만, 관련 리더십경험이 부족한 리더는 결국 임원이 된 후에 임원에 필요한 새로운 리더십과 업무로의 빠른 변화 속에서 동시에 관련 경험도 추가로 해야 하는 부담을 가지게 된다.

4편에선,

임원이 되는 여정에서 준비해야할 것, 실제로 경험한 임원 채용 프로세스, 새로운 도전의 시작을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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