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아직 시작도 안 했다"... CES 2026 차이나 쇼크, 그리고 한국의 선택
[CES2026 K-이노베이션 나이트]
“피지컬 AI·버티컬 AI·레고"… CES 2026이 말하는 새 혁신 코드
“CES 2026 핵심 키워드: 하이브리드·제조·목적, 기술의 방향이 바뀐다
한국의 세가지 대응법: 글로벌, 버티컬, 반복(iteration)
이번 CES에서 중국이 보여준 건 빙산의 일각이다.CES2026 K-이노베이션 나이트 패널토론 중에서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 더밀크가 7일(현지시간) 개최한 기술 포럼 ‘K-이노베이션 나이트’의 키워드는 단연 ‘중국’이었다. AI가 산업 현장과 일상으로 깊숙이 들어오며 ‘피지컬 AI’로 진화하는 지금, 글로벌 산업 지형이 얼마나 빠르게 중국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지를 보여줬다.
이날 포럼에는 주영섭 서울대 특임교수(전 중소기업청장), 최형욱 퓨처디자이너스 대표, 정지훈 A2G 캐피털 파트너, 정구민 국민대 교수가 패널로 참여해 ‘CES 2026에서 본 한국의 AI 파워하우스 전략 실행 로드맵’을 주제로 토론을 펼쳤다. 사회는 전진수 볼드스텝 대표(전 SK텔레콤 부사장)가 맡았다.
패널들은 CES 현장에서 본 ‘중국’을 한목소리로 “쇼크”라고 표현했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장난감 수준의 로봇을 내놓던 중국 기업들이 이제는 휴머노이드와 산업용 AI로 CES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최형욱 대표는 “불과 1~2년 전까지만 해도 ‘혁신이 없다’고 평가받던 중국 기업들이, 그사이 강력한 혁신의 동력을 축적해왔다”며 “CES 2026에서 포착된 중국의 시그널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겉으로 드러난 휴머노이드나 전기차는 거대한 생태계 속 빙산의 일각이라는 것이다.
정지훈 파트너는 중국 혁신의 속도를 이렇게 설명했다.
“중국은 좋은 걸 보면 곧장 베낍니다. 하지만 단순 복제가 아니라, 더 싸게 만들고, 기능을 더하고, 품질을 빠르게 끌어올립니다.”
그는 “한국 기업이 80~90% 완성도를 위해 시간을 쏟는 동안, 중국과 미국은 50~60% 수준의 제품을 시장에 먼저 내놓고 즉각 개선한다”며 '퍼페추얼 베타(perpetual beta)' 전략을 강조했다. “우리가 완성도를 고민하는 사이, 그들은 이미 시장을 한 바퀴 돌아버린다”는 것이다. 정 파트너는 “중국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공개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 태도가 지금의 속도를 만든다”고 덧붙였다.
“피지컬 AI·버티컬 AI·레고"… CES 2026이 말하는 새 혁신 코드
올해 CES 2025 현장에서 전문가들이 꼽은 ‘가장 주목할 만한 전시’는 로봇부터 농업, 건설, 장난감까지 산업의 경계를 가로지르는 혁신 사례들이었다.
정구민 국민대 교수는 싱가포르 로봇 기업 ‘샤르파(SHARPA)’를 가장 인상 깊은 전시로 꼽았다. 그는 “카드를 한 장 뽑아낼 정도의 정밀 제어를 하는 로봇 손은, 이제 피지컬 AI가 쇼를 넘어 제조 현장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이어 “테슬라도 비슷한 수준의 다자유도 로봇 손을 준비하고 있다”며 “이 흐름은 결국 로봇이 산업의 일부가 되는 단계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소기업청장을 지낸 주영섭 서울대 특임교수는 농기계 기업 존디어(John Deere)를 꼽았다. 그는 “CES가 제시한 ‘휴먼 시큐리티 포 올(Human Security for All)’이라는 주제에 가장 부합하는 기업”이라며 “인류의 식량 위기를 해결하겠다는 목적 지향적 비전과 탄탄한 사업 역량을 동시에 갖춘 점이 인상적”이라고 평가했다.
정지훈 파트너는 최초의 기조연설로 주목을 받은 캐터필러(Caterpillar) 전시를 가장 높게 평가했다. 그는 “올해는 존디어보다 캐터필러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며 “AI 에이전트 서비스가 거의 모든 장비의 유지·보수를 지원하고, 부품 관리까지 수행하며, 실시간 라이브 대시보드를 통해 무인 채석장 운영 현황을 보여줬다. 무인 트럭이 누적 주행한 거리가 지구 한 바퀴를 돌 만큼 쌓여 있었고, 작업량에 따라 과금을 책정하는 등 렌털 서비스형 모델도 선보였다. 버티컬(산업 특화형) AI 에이전트의 정석을 보여준 좋은 사례였다”고 덧붙였다.
최형욱 퓨처디자이너스 대표는 레고(LEGO)를 눈여겨봤다. 그는 “사실 레고는 요즘 경영 상황이 좋지는 않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 새로운 혁신을 선언하며 CES 기조연설 무대에 섰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모든 산업이 AI와 기술로 덮여가는 시대지만, 레고는 자신들의 물리적 제품 안에 보이지 않게 기술을 녹여냈다"며 "조립하면 비행기 소리가 나고, 날리면 스토리텔링까지 가능하게 만든 스마트 레고 브릭이 대표적이다. 기술을 잘 활용하면서도 ‘손으로 만드는 즐거움’을 유지했다는 점이 특히 감동적이었다”고 강조했다.
“CES 2025 핵심 키워드: 중국·하이브리드·제조·목적, 기술의 방향이 바뀐다
패널들은 CES2026을 꿰뚫는 핵심 키워드로 ‘하이브리드’, ‘제조’, 그리고 ‘목적(Purpose)’을 꼽았다.
정지훈 A2G 캐피털 파트너는 올해 키워드를 ‘하이브리드(Hybrid)’로 제시했다. 그는 “전기차를 떠올릴 수 있지만, 이제 하이브리드는 기술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 전환기에는 언제나 ‘하이브리드’가 뜬다"고 설명했다. 이어 “엔비디아가 이번 CES에서 양자 컴퓨터를 선보였는데, 그것은 양자 전환의 선언이라기보다 AI와 양자 컴퓨팅이 결합하는 ‘AI-양자 하이브리드 컴퓨팅’의 시그널”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지리자동차처럼 엣지와 클라우드 처리를 동시에 수행하는 시스템도 일종의 하이브리드 AI 컴퓨팅 사례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구민 국민대 교수는 올해 CES의 의미를 ‘제조(Manufacturing)’에서 찾았다. 그는 “피지컬 AI와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이 단기간에 가장 큰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가 제조산업”이라며 “예컨대 샤오미가 스마트폰과 자동차에 이어 에어컨 제조에 뛰어들면서, 자동화된 생산라인으로 원가를 크게 낮춰 삼성·LG전자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역시 보유한 제조 데이터를 적극 활용해 새로운 경쟁력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영섭 서울대 특임교수(전 중소기업청장)는 ‘목적(Purpose)’을 강조했다. 그는 “2023년부터 이어진 변화는 기술 중심에서 ‘목적 중심’으로의 전환"이라며 "기술을 위해 기술을 만드는 시대에서, ‘이 기술이 무엇을 위한 것인가’라는 질문이 중심이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세 가지 생존 전략
그러면 한국은 이제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기술 추격의 해법으로 글로벌·버티컬 전략, 명확한 타깃 설정, 그리고 빠른 이터레이션과 사용성 중심의 AI 전환을 제시했다.
1. 데이원부터 글로벌, 버티컬로 승부하라
한국이 AI 주도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초반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전략이 필요하는 분석이 나온다. 정지훈 파트너는 “기술 기업은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해야 한다”며 “국내 시장에 안주해 기회를 놓치면 이후 진출이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는 글로벌 시장 진입 타이밍을 놓치는 순간 기술 격차가 단숨에 벌어진다고 지적하며, “빅테크가 고속도로를 깔고 달린다면, 한국 스타트업은 그 옆의 휴게소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비유했다.
정 파트너는 특히 버티컬 시장의 가능성에도 주목했다. “산업별로 특화된 분야, 즉 버티컬 AI 영역에서 글로벌 1등이 되면 그것만으로도 유니콘이 될 수 있다”며 “최근 실리콘밸리 VC들이 한국의 매뉴팩처링 AI, 피지컬 AI 기업에 먼저 연락을 취하기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AI 플랫폼이 산업별 버티컬 구조로 전환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범용형 AI 플랫폼 시대는 끝나가고, 산업별로 특화된 파운데이션 모델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문화, 바이오, 조선, 제조 등 강점을 가진 분야에서 버티컬 AI 플랫폼을 구축하면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최형욱 대표도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며 자기 삶 속 문제에서 출발한 혁신이 가장 강력한 경쟁력을 만든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행하는 기술만 좇기보다, 현실적 문제를 꾸준히 해결하며 작은 혁신을 축적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영섭 전 청장도 이에 공감하며 “한국은 콘슈머 AI로는 미국·중국을 이길 수 없다”며 “승부처는 도메인 노하우가 녹아 있는 버티컬 AI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암묵지(implicit knowledge)를 표준화해 AI 모델에 학습시키는 것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2. 명확한 타깃이 승부를 가른다
주영섭 전 중소벤처기업부 청장은 AI 기업의 성공 조건으로 ‘명확한 타깃 설정’을 꼽았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접근이 가장 위험하다는 분석이다. 그는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는 접근이 가장 나쁘다. 타깃 시장을 분명히 정하고, 그 시장에서 필요한 기술이 무엇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술은 수단일 뿐, 목적은 시장이라는 것이다.
주 전 청장은 “대기업이 노리는 대규모 시장을 굳이 겨냥할 필요는 없다”며 “작은 시장에서 1등이 되면 그것만으로 유니콘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시장은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에, “CES에서 말하는 ‘Pivot or Die(피봇 오어 다이)’ 정신으로 지속적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3. 반복과 개선으로 사용성을 확보하라.
최형욱 대표는 중국의 혁신 성공 비결을 “빠른 모방과 신속한 개선, 그리고 반복(iteration)”으로 요약했다. “중국 기업은 좋은 걸 보면 바로 베끼되, 더 싸고 더 많은 기능을 추가해 시장에 내놓습니다. 그런 다음 품질을 빠르게 올려 주류로 들어갑니다.”
그는 한국의 완벽주의적 접근을 경계하며 “제품 완성도를 80~90%까지 끌어올리느라 3~4년을 허비하면 이미 세상은 바뀌어 있다”며 “60% 수준에서 출시하고 고객 피드백으로 빠르게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지훈 파트너는 전략의 방향성을 기술과 시장, 두 축으로 요약했다. “기초 기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응용 기술만으로는 따라잡을 수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기초 기술만으로는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어렵다. 지금은 시장 중심으로 제품과 서비스로 구현되는 단계”라고 진단했다.
그는 AI 상용화의 핵심으로 '사용성(Usability)'을 강조했다. “AI는 이제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사용자와 상호작용하는 제품과 서비스로 존재합니다. 중요한 것은 모델의 성능이 아니라 사용자가 얼마나 쉽게, 오랫동안 쓸 수 있느냐입니다.”
한편, 더밀크가 주최한 ‘K-이노베이션 나이트’는 ‘한국이 만드는 AI의 미래’를 주제로 열렸다. 150여 명이 참석한 이번 행사에는 이준석·최형두 국회의원, 이향숙 이화여대 총장 등 정부, 학계, 기업, VC, 스타트업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CES 기술 포럼으로 자리매김했음을 보여줬다.
1부 포럼에서는 프라브 벨라가푸디 어질리티 로보틱스 CTO가 ‘일하는 휴머노이드 시대’를 주제로 기조 강연을 진행했으며, 앤디 정 제너럴리스트 공동창업자가 ‘피지컬 AI의 글로벌 방향’을 제시했다.
2부 패널토론에서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 CTS 프로그램에 참여한 노을, 엔젤스윙, 캐스트, 태그하이브 등 4개 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해 K-기술의 글로벌 진출 전략과 향후 발전 방향을 논의했다.
또한 한국과 글로벌 인사들이 함께한 이날 행사에서는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AI 동시통역 서비스 기술을 보유한 XL8(대표 정영훈)이 자사 플랫폼 ‘이벤트캣(EventCAT)’ 서비스를 제공, 참석자들의 실시간 소통을 지원했다.
참석자 전원에게는 게리 샤피로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 CEO의 친필사인이 적힌 저서 '피봇 오어 다이'가 제공됐다. 더밀크는 올해로 3년 째 CES를 주관하는 CTA의 미디어 파트너로 활약하면서 한국과 한국 기업들의 기술 협력과 글로벌 진출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