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디어는 어떻게 기술의 미래, 인류의 희망이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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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주 2022.06.26 09:17 PDT
존 디어는 어떻게 기술의 미래, 인류의 희망이 됐나?
CES2022에서 처음 공개된 존 디어의 완전자율주행 트랙터 (출처 : John Deere )

[CES2023의 선택 : 존 디어 집중 분석(1)]
21세기 농업은 물과 흙 그리고 테크놀로지가 경쟁력
러시아도 우크라이나에서 존 디어 트랙터 사냥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비롯된 애그플레이션의 해법은 존 디어의 테크놀로지
남북전쟁에서 흥한 레거시 기업이 글로벌 식량 전쟁에서도 인류를 구할까?

작전명 : 사슴 사냥

중무장한 러시아 군인들은 백색 Z문양이 선명한 평판 트레일러들을 이끌고 멜리토폴의 존 디어 대리점을 습격했다. 지난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였다. 러시아군은 개전 이튿날인 2월 25일 멜리토폴을 기습 공격했다. 하루 만에 도시를 점령했다. 멜리토폴은 우크라이나 남부의 작은 농업 도시다. 인구는 15만 명에 불과하다. 우크라이나 동부의 국경 도시 하르키우나 남부 흑해 연안의 항구 도시 마리오폴과는 달리 군사적 요충지가 아니다. 우크라이나군이 전원 도시 멜리토폴 대신 우크라이나 최대 항구 도시인 오데사로 이어지는 거점 도시 헤르손에 방어선을 구축했던 이유다. 멜리토폴엔 러시아가 노릴만한 게 없어 보였다.

러시아가 노린 건 다름아닌 '존 디어'였다. 존 디어는 미국의 최첨단 농기계 제조사 디어앤컴퍼니의 상표명. 농민들 사이에선 디어라는 애칭으로도 불린다. 존 디어는 미국 뿐만 아니라 글로벌 농업 혁명의 대명사로 꼽힌다. 존 디어는 트랙터와 콤바인 같은 농사용 중장비에 자율 주행과 자동 분무 같은 첨단 기능을 더한 혁신적인 농기계를 만든다. 멜리토폴의 존 디어 대리점엔 최신형 트랙터와 콤바인이 즐비했다. 러시아군은 존 디어 대리점에서 약탈한 트랙터와 콤바인을 트레일러에 실어갔다. 평판 트레일러는 군에선 보통 탱크나 장갑차를 대량 수송하기 위해 쓰인다. 러시아군은 검은색 탱크와 장갑차 대신 그린색 트랙터와 콤바인을 싣고 떠나갔다. 녹색은 존 디어의 상징색이다. 목적지는 알 수 없었다.

멜리토폴 주변 일대는 체르노젬으로 그득한 우크라이나의 곡창지대다. 체르노젬은 우크라이나어로 흙토를 뜻한다. 풀이나 잎이 쌓이고 썩으면서 생성된 검은 흙을 말한다. 기름지고 비옥하다. 밀 농사엔 최적이다. 우크라이나는 2020년에만 2400만 톤의 밀을 수확했다. 1800만 톤을 수출했다. 세계 밀 소비량의 4분의 1에 달한다. 전쟁 상황이라 정확한 통계 작성이 불가능하지만 계획상으론 2021년엔 무려 2500만 톤 수출이 목표였다. 파랗고 노란 우크라이나 국기는 푸른 하늘과 노란 밀밭을 상징한다. 밀밭을 짓밟으면 우크라이나를 짓밟는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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