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술은 충분하다… 문제는 느린 의사결정과 낡은 조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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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우 2026.07.12 04:56 PDT
AI 기술은 충분하다… 문제는 느린 의사결정과 낡은 조직이다
손재권 대표가 유데미 주최 포워드 코리아 2026에서 강연하고 있다. (출처 : 유데미 )

[손재권 대표, 유데미 포워드 코리아 2026 강연]
2026년은 산업의 변곡점… 반도체·피지컬 AI·데이터센터 투자 경쟁 본격화
DX 이후가 아닌 새로운 운영 체계… 에이전트 경제와 토큰 자본의 등장
매니저 모드에서 도시(Dorsey) 모드까지… AI가 조직 구조를 다시 설계
AI 교육보다 중요한 것은 실행 속도… "한국 기업의 병목은 운영 체계"

의사결정 속도가 빨라졌습니까. 조직 구조가 바뀌었습니까. 매출 구조가 달라졌습니까.
손재권 더밀크 대표, 유데미 포워드 코리아 2026 강연 중에서

지난 7일 서울에서 열린 유데미(Udemy)의 '포워드 코리아 2026' 컨퍼런스 무대에 오른 손재권 더밀크 대표는 청중들을 향해 이런 질문을 던졌다. 손 대표는 이 질문에 "회사는 달라지지 않았다"고 답했다. 한국 기업들이 AI 교육과 도입에 적지 않은 예산과 시간을 투자했지만, 정작 조직 운영 방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진단이다. AI 활용 역량은 높아졌지만 의사결정 구조와 실행 방식은 여전히 과거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손 대표는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나타나는 변화의 방향을 소개하며 경쟁의 축이 달라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제 기업들이 경쟁하는 대상은 AI를 활용해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고 실행 체계를 바꾸는 조직이라는 것이다. 기술 경쟁의 중심이 모델 성능에서 조직 운영 방식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손 대표는 이날 유데미 비즈니스가 개최한 연례 HR·AI 콘퍼런스 'FWD Korea 2026'에서 '2026년, 실리콘밸리는 무엇에 올인하나'를 주제로 강연했다. 올해 행사의 주제는 '인간의 스킬, AI의 스케일(Human Skills, AI Scale)'. 우주연 유데미 비즈니스 코리아 대표를 비롯해 앤서니 살시토 코세라 SVP, 강병관 신한EZ손해보험 대표, 김홍기 서울대 교수 등이 무대에 올랐다.

이번 행사는 유데미와 코세라(Coursera)의 통합 이후 한국에서 처음 열린 공식 행사다. 손 대표는 실리콘밸리에서 두 회사와 주요 AI 기업들을 장기간 취재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AI 경쟁의 무게중심이 모델 개발에서 조직 혁신으로 이동하고 있는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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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데미 주최 포워드 코리아 2026에서 우주연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출처 : 유데미 )

2026년 변곡점의 해... 산업의 기준이 바뀌기 시작했다

손 대표는 2026년을 "10년 뒤인 2036년에 돌아봤을 때 가장 중요한 변곡점 가운데 하나로 기억될 해"라고 표현했다.

근거는 현장에서 확인한 변화였다. 그는 올해 CES와 MWC, 엔비디아 GTC, 구글 I/O를 모두 직접 취재했다. 네 개의 글로벌 기술 행사를 한 해 동안 모두 현장에서 취재한 사례는 국내에서도 많지 않다.

행사마다 발표된 기술은 달랐지만 공통점이 있었다. AI 모델의 성능 경쟁보다 산업 구조 자체가 다시 설계되고 있었다는 점이다.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로보틱스, 통신, 소프트웨어가 각각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생태계로 결합하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이런 변화는 한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손 대표는 최근 정부가 발표한 반도체·피지컬 AI·AI 데이터센터 중심의 초대형 투자 계획을 대표적인 사례로 제시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분야에는 895조원이, SK와 GS, 네이버 등이 참여하는 AI 데이터센터에는 약 550조원이 투입돼 총 18.4GW 규모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계획이다.

그는 강연에서 "거의 한국 GDP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라고 표현하며 액수보다 방향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세대만의 투자가 아니다. 자녀 세대의 산업 구조까지 바꾸는 결정이 지금 내려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변화는 미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핵심사례로 스페이스X를 꼽았다. 6월 나스닥에 상장한 스페이스X는 상장 첫날 19% 넘게 급등하며 시가총액 약 2조1000억달러를 기록했다. 단숨에 알파벳과 아마존에 버금가는 규모가 됐다. 창업자 일론 머스크 역시 세계 최초로 자산 1조달러를 넘어선 '조만장자'가 됐다.

손 대표는 "스페이스X는 로켓 기업인 동시에 스타링크를 운영하는 통신회사이며, AI 컴퓨팅 인프라 기업이고 거대한 자본시장을 움직이는 플랫폼"이라며 서로 다른 산업을 하나의 기업 안에서 융합한 첫 사례라는데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AI 역시 하나의 기술이 아니라 산업과 조직, 비즈니스 모델이 함께 움직이는 현상"이라며 "2026년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큰 변화는 기술보다 산업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손재권 대표가 유데미 주최 포워드 코리아 2026에서 강연하고 있다. (출처 : 더밀크 )

DX 다음이 AX가 아니다…에이전트 경제가 만드는 새로운 기업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기업들도 변화를 따라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만 손 대표는 한국 기업들이 가장 많이 오해하는 부분으로 AI 전환(AX)을 디지털 전환(DX)의 다음 단계로 이해하는 점을 지적했다. 'AI 전환은 DX 이후의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운영 체계가 만들어지는 과정'이라는 지적이다.

가령 인터넷 시대의 핵심은 사람의 행동을 데이터로 바꾸는 일이었다. 클릭 수와 페이지뷰, 체류시간 같은 지표가 기업 경쟁력을 결정했다.

그러나 에이전트 경제에서는 전제가 달라진다. 사람이 검색하고 클릭하는 대신 AI가 목표를 이해하고 필요한 에이전트를 호출한다. 여러 도구를 사용해 업무를 수행한 뒤 결과를 검증하는 과정까지 담당한다.

손 대표는 이를 "사람과 기계가 대화하는 시대에서 기계와 기계가 협업하는 시대로 이동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AI의 역할도 달라진다. AI는 단순한 업무 도구가 아니라 고객이 되고, 직원이 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관리자 역할까지 수행하게 된다. 손 대표는 "AI는 툴이 아니라 회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에이전트가 늘어날수록 컴퓨팅 토큰 소비 역시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그는 이를 기존 인적 자본(Human Capital)에 대응하는 새로운 생산 요소인 '토큰 자본(Token Capital)'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사람만 교육한다고 해결되지 않고 AI만 도입한다고 성과가 나오는 것도 아니다. 사람의 판단력과 AI의 실행력이 결합될 때 기업은 시간이 갈수록 생산성이 복리처럼 증가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손재권 대표는 유데미가 행사의 주제로 내세운 '휴먼 스킬, AI 스케일'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했다. 사람의 역량은 원래 확장하기 어려웠으나 AI가 실행을 담당하면서 인간의 판단과 창의성을 훨씬 넓은 범위까지 확장할 수 있는 시대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출처 : 손재권 대표 )

AI가 조직의 실행 구조를 바꾼다

AI가 실행을 맡기 시작하면 조직도 달라진다.

손 대표는 기존 경영학이 전제로 삼았던 '매니저 모드(Manager Mode)'가 흔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조직은 혼자 처리할 수 없는 업무를 위임하기 위해 계층을 만들었다. 하지만 AI가 반복적인 실행 업무를 맡게 되면 사람을 늘려 관리할 필요가 줄어든다.

"엔트리 레벨 업무 상당 부분을 AI가 담당하면, 경험이 부족한 직원도 훨씬 빠르게 숙련될 수 있습니다."

그 결과 조직은 자연스럽게 압축된다.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창업자가 다시 의사결정 중심으로 돌아오는 '파운더 모드(Founder Mode)'가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일론 머스크를 들었다. 그는 여러 회사를 직접 운영하면서 핵심 의사결정을 창업자 중심으로 가져가고 있다.

여기에 더 나아간 사례로 잭 도시가 이끄는 블록(Block)을 언급했다. 블록은 회사를 하나의 '스몰 AGI(Small AGI)'처럼 운영하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다섯 단계에 이르던 의사결정 구조를 세 단계로 줄이고, 궁극적으로는 CEO와 직원이 직접 연결되는 구조를 지향한다. 손 대표는 이를 '도시 모드(Dorsey Mode)'라고 표현했다.

아직 성공 여부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실리콘밸리에서는 "AI가 실행을 담당하는 시대에도 지금의 조직 구조가 필요한가"라는 질문이 실제 기업 운영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그는 설명했다.

(출처 : 손재권 대표 )

한국 기업의 병목은 운영체계다

한국은 실리콘밸리의 변화를 어떻게 쫓고 있을까? 손 대표는 현재 한국 기업의 병목이 '운영 체계'에 있다고 진단했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AI를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고 조직을 단순화하며 실행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한다. 반면 국내 기업은 AI 교육과 도구 도입은 활발하지만 보고 체계와 회의 문화, 수직적 의사결정 구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AI는 충분합니다. 지식도 충분합니다. 의사결정이 느리고, 회의가 많고, 실패를 두려워하는 문화가 그대로라면 AGI를 도입해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습니다."

그는 인간의 역량 역시 다시 정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AI 시대 창의성은 AI가 만든 수많은 결과 가운데 가장 적절한 답을 선택하는 능력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또 비판적 사고는 AI의 답을 검증하고 전제를 의심하는 역량이며, 커뮤니케이션은 사람뿐 아니라 AI 에이전트에게 명확하게 업무를 지시하는 능력으로 확장되고 있다.

손 대표는 "리더십 역시 사람과 AI가 함께 일하는 조직을 운영하는 능력으로 재정의되고 있다"며 "학습 능력은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자신의 역할을 계속 다시 설계하는 역량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 대표는 청중들을 향해 다섯가지 질문을 던지면서 발표를 마무리했다.

1. 우리 회사의 존재 이유는 AI 시대에도 유효한가.

2. 업무는 AI가 실행할 수 있는 단위로 재설계돼 있는가.

3. 직원의 AI 활용 능력을 성과로 측정하고 있는가.

4. 무엇이 우리 조직의 병목인가.

5. 지금 방식대로라면 10년 뒤에도 같은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는가.

그는 AI 전환의 성과는 교육 이수율이나 도구 사용량으로 측정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신 "의사결정 속도와 조직 구조, 그리고 매출 구조가 실제로 달라졌는지가 기업 경쟁력을 가르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출처 : 손재권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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