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중장비 회사가 CES에 뜬 이유: '보이지 않는 레이어'에 주목하라
“왜 포크레인 회사가 CES에?”…중장비 기업이 무대에 선 이유
캐터필러가 말한 AI 인프라의 본질: 채굴, 건설, 전력
캐터필러, 산업용 에이전틱 AI 공개…포크레인이 말하는 AI?
클라우드 다음은 엣지…캐터필러가 증명한 산업 AI의 진화
“왜 포크레인 회사가 CES에?”…중장비 기업이 무대에 선 이유
1월 8일(현지시각), 세계 최대의 테크 박람회인 CES2026 무대에서 100년 역사의 중장비 제조사인 캐터필러의 CEO인 조 크리드가 올랐다. 그는 청중에게 물었다.
"왜 노란 중장비 회사가 여기 있을까?"
많은 청중들이 궁금해할만한 의문이었다. 왜 포크레인을 파는 중장비 회사의 CEO가 AI와 같은 최첨단 기술을 소개하는 테크 박람회에 기조 연설자로 섰을까?
"디지털 세계는 물리적 기반 없이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크리드 CEO의 답은 현재 AI 인프라 시장이 처한 핵심 키워드를 꽤뚫는다. 실제 AI 칩이 늘어날수록 구리와 리튬과 같은 원자재 채굴이 증가한다. 데이터센터가 확장될수록 건설과 전력 공급이 병목이 된다. 지난 샌프란시스코에서 발생한 연쇄 정전은 물리적 기반의 병목이 초래하는 충격을 그대로 드러냈다.
그동안 시장은 엔비디아와 오픈AI에 집중했다. 하지만 크리드는 "오늘날 기술의 가장 큰 병목은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물리적 세계에 있다"며 2026년 AI 시장이 처한 현실을 명확히 짚어낸다.
캐터필러는 이 물리적 기반을 '보이지 않는 레이어(Invisible Layer)'라고 정의했다.
채굴, 건설, 전력.
이 세 가지 영역 없이는 AI 혁명은 멈춘다. 그리고 이 영역은 이제 AI와 자율성이라는 기술의 도움으로 점점 지능화되고 있다. 자본은 이제 소프트웨어에서 하드웨어로, 클라우드에서 땅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중장비 기업 캐터필러가 CES 무대에 선 이유다.
캐터필러가 말한 AI 인프라의 본질: 채굴, 건설, 전력
조 크리드 CEO는 캐터필러의 사업 구조가 현재 AI 인프라 구축을 원하는 디지털 경제의 필수 조건인 물리적 토대와 정확히 겹친다고 강조했다.
채굴: AI 칩의 출발점
모든 반도체는 구리를 필요로 한다. 모든 배터리는 리튬을 필요로 한다. 모든 전기차는 희토류를 필요로 한다. 캐터필러의 자율 광산 트럭은 이미 110억 톤의 광물을 운반했고, 3억 8500만 킬로미터를 무사고로 주행했다. 이는 자동차 산업 자율주행 거리의 2배다.
채굴 능력은 반도체 공급망의 최상위 체인이다. 광물 채굴이 막히면 칩 생산도 멈추기 때문이다. 이는 소프트웨어로 해결할 수 없다. 말 그대로 물리적 제약, 즉 채굴이 없다면 AI도 없다는 의미다.
건설: 데이터 센터를 짓는 힘
AI 데이터 센터는 건설되어야 존재한다. 5G 기지국, 송전망, 항구도 마찬가지다. 캐터필러는 이번 행사에서 5종의 자율 건설 장비(휠 로더, 불도저, 덤프트럭, 굴삭기, 콤팩터)를 공개했다.
크리드는 미국 노동력의 5%만이 건설업에 종사하지만, 전체 산업재해 사망의 20% 이상이 이 분야에서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 분야에서 자율화는 효율성이 아니라 생존 문제라는 의미다. 숙련 인력은 줄고, 안전 규제는 강화되며, 프로젝트 규모는 커진다.
자율 장비 없이는 건설 속도를 유지할 수 없는 시대가 오고있다.
전력: 그리드의 한계를 넘어서
크리드는 "데이터 센터는 현재 그리드가 제공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전력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AI가 소비하는 전력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서 캐터필러의 역할이 커진다. 캐터필러의 터빈과 엔진은 이미 전 세계 병원, 데이터 센터, 필수 서비스에 전력을 공급한다.
전력 공급은 단순히 발전소를 늘리는 문제가 아니다. 송배전망, 예비 전력, 냉각 시스템 전체가 재설계되어야 한다. 이는 수년이 걸리는 물리적 프로젝트다.
캐터필러, 산업용 에이전틱 AI 공개…포크레인이 말하는 AI?
AI 인프라의 물리적 토대를 만드는 캐터필러의 역할은 AI로 인해 더 지능화되고 자동화되고 있다.
캐터필러 최고 디지털 책임자 오지 레드직은 CES 무대에서 캐터필러의 에이전틱 AI 플랫폼인 캣 AI 어시스턴트(Cat AI Assistant)를 공개했다. 이 플랫폼은 150만 대 이상의 연결된 자산에서 생성되는 16페타바이트 이상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동한다. 음성, 텍스트, 이미지, 비디오로 상호작용하는 능력을 갖췄다.
실제로 에이전틱 AI를 시연하는 상황은 상당히 구체적이었다.
지난 7일간 연료 효율성을 묻자 AI는 총 가동시간 7.8시간, 유휴 시간 1.8시간(23%), 연료 소비 13갤런을 즉시 제시했다. 유지보수에 필요한 부품을 묻자 표준 효율 엔진 오일 필터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또한 활용률이 목표치(70%)에 미달하는 장비를 자동으로 플래그했다. 사용자가 경고등의 의미를 묻자 유압 시스템 이상 가능성을 설명하고 딜러 서비스 예약을 제안했다.
레드직은 "이 AI 비서는 지난 100년 간의 산업 전문가 지식을 제공해 사용자가 느낄 수 있는 기술 격차를 해소한다"고 설명했다. 신규 운전자에게는 작동법을, 기술자에게는 수리 단계를, 플릿 관리자에게는 실시간 분석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 플랫폼은 이번 분기 내 출시 예정이다.
캐터필라의 AI 에이전트는 단순한 챗봇이 아니다. 산업 현장의 인력 부족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하는 도구다. 숙련 기술자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AI가 그 격차를 메운다. 이는 생산성뿐 아니라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는 트리거다.
클라우드 다음은 엣지…캐터필러가 증명한 산업 AI의 진화
캐터필러는 왜 스스로가 AI 인프라의 다음 단계로 인식되는 엣지 AI 기술의 총아가 될 수 있는지도 증명했다. 엣지 AI는 클라우드 서버가 아닌 기기 자체에서 AI 연산을 수행하는 온디바이스 AI를 의미한다.
클라우드 AI와 엣지 AI와의 결정적 차이는 지연 시간이다.
클라우드는 데이터를 서버로 보내고 답을 받는 왕복 시간이 필요하다. 도심에서는 이 차이가 0.1~0.2초 차이지만 원격 광산이나 건설 현상에서는 수 초가 걸리거나 아예 인터넷 연결이 없기도 하다.
중장비 업체인 캐터필러가 엣지 AI 기술의 핵심이 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엣지 AI는 세 가지 조건에서 필수인 기술이다. 첫째, 생명과 직결된 안전 상황. 둘째, 인터넷 연결이 불안정한 환경. 셋째, 데이터 프라이버시가 중요한 경우다. 캐터필러는 이 세 조건을 모두 충족한다.
조 크리드와 함께 무대에 오른 엔비디아의 로보틱스 및 엣지 AI 부사장 디푸 탈라는 "안전에 중요한 연결성과 최저 지연 시간은 매우 중요하다. 이것이 엣지 AI가 중요한 이유다."라며 캐터필러와의 협력 핵심을 강조했다.
캐터필러는 엔비디아의 토르(Thor) 플랫폼을 통해 음성 인식과 AI 모델, 그리고 제어 논리를 기계에서 직접 실행한다. 탈라는 "엣지에서 실행하면 실시간 피드백이 보장되며 안전에 타협이 없다"고 설명하며 온디바이스 AI의 강점을 설명했다.
클라우드 연결이 불안정한 원격지나 악천후에서도 AI 비서가 작동하는 것이다.
탈라는 캐터필러의 캣 AI 어시스턴트를 "소프트웨어 정의(Software-Defined)의 산업 비전"으로 평가했다. 그는 "이 비서는 그 자체로 로봇이며, 인식, 추론, 계획, 행동을 수행한다. 이는 가동 시간 증가, 안전 향상, 실수 감소를 의미한다."며 캐터필러의 엣지 AI 기술이 산업 현장의 생산성과 안전을 모두 향상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캐터필러, AI 시대의 일자리 전환 전략…기술은 빠르게, 사람은 지키며
크리드는 "보이지 않는 레이어가 스마트해질수록, 그것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사람들은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 눈에 띄게 된다"고 강조했다. AI 기술의 진화가 인간의 노동력과 가치를 침해할 것이란 주장에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실제 캐터필러는는 1000만 달러를 투자해 최신 기술로 생성된 새로운 역할로 인력을 전환시킬 계획이다. AI와 인간 노동자의 공존을 위한 결정이다.
이는 단순한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을 위한 보여주기식 행정이 아니다. 자율화로 인한 일자리 대체 우려는 규제 강화와 사회적 반발을 초래할 수 있다. 캐터필러는 인력을 새로운 역할로 전환시킴으로써 이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한다는 것이다.
크리드는 "기술 세계의 모토인 '빨리 움직이고 부수기'와 달리, 캐터필러는 신속한 혁신과 안전, 신뢰성을 결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술 도입이 정치적 저항 없이 진행될 수 있다면 규제 리스크는 낮아지고 시장 확대 속도는 빨라진다. 이는 '기술 변화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모델이다.
더밀크의 시각: AI가 아닌 사람, 기술이 아닌 땅…AI의 ‘보이지 않는 레이어’
캐터필러는 어쩌면 산업의 가장 가장자리에 있는 기업이다.
광산 채굴 현장, 건설 현장은 언뜻 보기에 최첨단 기술과는 거리가 먼 곳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 현장은 최첨단 기술의 총합이 될 수도 있다.
캐터필러는 최첨단 기술 박람회인 CES 2026의 무대 한 가운데에서 "중장비 회사가 왜 여기에 있지?'라는 청중의 질문에 확실한 답을 제시한다.
첫째, AI는 물리적인 실체없이는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떤 최첨단 기술의 AI 인프라도 실질적인 원자재와 전력 공급 없이는 무용지물이다. 기술은 증가하지만 아웃풋이 사라지는 병목이 되는 것이다. 캐터필러는 이 병목을 해결할 최전방에 있는 기업이다.
둘째, 자율주행 기술의 상용화는 로보택시가 아니라 산업 현장이 먼저다. 실제로 캐터필러는 30년 이상 자율주행 시스템을 개발했고 이미 3억 8500만 킬로미터를 무사고로 주행했다. 실제 럭스톤 채석장의 완전 무인 플릿은 1년여간 200만 톤을 운반하며 수익화를 입증했다.
셋째, AI 기술의 다음 단계는 엣지 AI와 에이전틱 AI다. 모든 AI가 클라우드로 향하지는 않는다. 우주 기술, 건설 현장 등 최첨단의 기술이 필요한 곳일수록 온디바이스 AI, 즉 엣지 AI의 효용성은 더 커진다. 또한 AI 챗봇의 최종 진화는 결국 에이전트화이다. 캐터필러는 이 두 단계에서 모두 가장 선두에서 활용하고 있는 기업이다.
CES 2026에서 발견한 AI의 핵심 키워드는 이제 '보이지 않는 것'에 있다.
딜로이트와 세일즈포스, 그리고 하바스 등 세계 최고의 기업들은 CES 현장에서 AI의 기술만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들은 AI를 마주하는 사람들, 즉 직원들의 당혹감과 두려움, 그리고 위협을 이야기한다. 사람들이 AI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성장도 없다는 것을 강조한다.
AI가 아닌 사람을 이야기한 것이다. 기술이 아닌 '보이지 않는 투자' 개념이 여기에 있다.
캐터필러도 마찬가지다. 시장은 화려한 것에 매혹된다. 소프트웨어와 반도체, 클라우드는 AI에서 즉각적이고 가시적이다. 한 눈에 보인다. 하지만 진짜 가치는 '보이지 않는 곳'에 있다.
땅 아래의 광물, 하늘을 가로지르는 송전망. 이 '보이지 않는 레이어' 없이는 AI 혁명은 작동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