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스타트업·VC 투자 5대 트렌드는?
벤처 투자 ‘역대 최대’ 흐름 지속 전망
중국 스타트업 빠지면 한국에 기회
ESG, 긱이코노미·크리에이터 이코노미, Crypto·NFT 주목
2021년은 글로벌 스타트업·벤처캐피털(VC) 업계에 있어 기록적인 한 해였다.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이 413개 탄생해 역대 최다(3분기 말 기준)를 기록했고, 분기 별 글로벌 VC 투자 금액은 최초로 1000억달러를 돌파했다.
벤처투자금 회수(IPO 포함) 척도가 되는 기업 엑시트 밸류(Overall exit value) 역시 5820억달러(미국, 3분기 말 기준)를 기록, 사상 최대 수준에 도달했다. 타이거 글로벌 매니지먼트 같은 월가 헤지펀드가 스타트업에 투자하려고 미국 역사상 두 번째(올해 단일 펀드 규모 1위)로 큰 초대형 펀드(67억달러 규모)를 조성하기도 했다.
투자 규모 대형화, IPO 활황, 핀테크 투자가 두드러진 2021년에 이어 다가올 2022년에는 어떤 트렌드가 부상할까?
벤처 투자 ‘역대 최대’ 흐름 지속
벤처투자 업계 전문가들은 2022년에도 벤처 투자 확대, 투자 규모 대형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이 예고돼 있긴 하지만, 여전히 글로벌 투자 시장에 풀려 있는 유동성이 풍부하고, 올해 VC 펀드가 모집한 투자금이 많기 때문에 투자회사들이 2022년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할 것이란 관측이다.
투자 정보 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2021년 3분기 말 기준 미국 벤처 펀드 자금 조달액은 1000억달러(526개 펀드가 960억달러 조달)에 근접,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타이거 글로벌 외에도 미국 사모펀드 TPG가 지난 7월 대형 기후 관련 투자 펀드(54억달러 규모)를 론칭, 70억달러까지 키울 계획이라고 밝혔고, 캐나다 대체 자산 운용사인 브룩필드 에셋 매니지먼트도 올해 70억달러 규모의 초대형 펀드를 만든 바 있다.
투자회사들의 자금 조달(fund raising)은 스타트업 투자에 앞서 이뤄지는 일종의 선행지표라고 할 수 있다. 투자금 확대에 따라 유니콘, 데카콘(기업가치 100억달러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 헥토콘(기업가치 1000억달러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이 더 많이 나오는 이른바 ‘드래곤의 시대’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중국 스타트업 빠진다...한국에 기회
두 번째는 미국과 중국의 마찰이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3연임과 미중 관계 악화는 자본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중국 공산당의 규제로 미국 내 중국 자본이 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소프트뱅크를 필두로 한 스마트 머니(smart money)의 성공 방정식이었던 ‘중국 스타트업 투자 후 미국 시장 상장’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중국은 자국 스타트업의 미국 증시 상장을 막기 위해 지난 11월 15일 베이징에 증권거래소를 개장했다. 상하이와 선전에 이은 세 번째 자국 증권거래소다.
중국 스타트업의 빈자리는 새로운 누군가에게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특히 한국 스타트업은 2021년 3월 쿠팡의 성공적인 상장으로 존재감을 드러낸 바 있다. 2022년에도 한국 스타트업에 더 큰 기회가 열릴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ESG 투자 계속될 것
올해 급격히 부상한 ESG(환경, 사회, 지배 구조) 트렌드와 소셜 임팩트 투자(social impact investment)가 2022년에 더 중요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전기차 확대, 탄소 감축 등 ESG 가치를 강하게 앞세우고 있으며 주요 글로벌 LP(Limited Partner, 연금, 국부 펀드 등) 역시 VC에 자금을 출자할 때 ESG 요건을 더 중요하게 따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은 2021년 초 기업 CEO들에게 보낸 연례 서한에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부정할 수 없다. 전 세계 정부, 기업, 그리고 주주들은 반드시 기후변화에 대처해야 한다”고 밝히며 탄소 중립과 양립할 수 있는 사업구조 계획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기업의 목적의식이 장기 수익의 원동력이 되기 때문에 ESG를 모든 투자 전략에 반영하겠다는 선포였다. 유럽 최대 행동주의 펀드인 세비앙 캐피털은 “ESG를 준수하지 않는 기업에 페널티를 주겠다”는 강력한 투자 철학을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세계 곳곳에서 이상 기후 문제, 자연 재해가 발생하고 있어 ESG 투자 트렌드 및 관련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긱이코노미·크리에이터 이코노미 각광
Z세대의 부상에 따른 ‘긱이코노미(gig economy, 비정규 프리랜서 근로 형태가 확산하는 현상)’, ‘크리에이터 이코노미(creator economy, 온라인·모바일 플랫폼에서 콘텐츠를 활용해 수익을 올리는 경제 활동)’ 강화도 주요 트렌드 중 하나다.
자기주장이 강한 Z세대는 한 직장에 풀타임(full time, 정규직)으로 묶여 있기보다 재밌는 파트타임(part time, 비정규직) 일을 여러 개 하는 걸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이와 관련한 서비스, 제품을 만드는 스타트업에 더 많은 투자가 이뤄질 것이란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최근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이 성인 124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긱 워커가 될 의향이 있냐”는 물음에 응답자 58.4%가 “그렇다”고 답했다.
유튜브, 틱톡 등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인플루언서 마케팅 전문기업 미디어킥스에 따르면 6~17세 학생 중 약 75%가 크리에이터, 인플루언서가 되고 싶다고 답했다. 10만달러 이상 버는 크리에이터가 200만 명에 달하며 카일리 제너(Kylie Jenner) 같은 뷰티 유튜버들이 팬덤 기반 화장품 사업으로 큰돈을 벌고 있다.
Crypto(크립토, 암호화폐)·NFT 관심 지속
NFT(대체 불가능 토큰), 암호화폐 분야에 대한 관심과 투자도 계속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NFT 기반의 온라인 비디오 게임 엑시 인피니티(Axie Infinity)를 개발한 '스카이 마비스(Sky Mavis)’가 2021년 10월 안드레센호로위츠(a16z)가 주도한 투자 라운드에서 기업가치 30억달러(약 3조6000억원)를 인정받은 게 대표적인 사례다. 2021년 부자 순위인 ‘포브스400’에 새롭게 포함된 44명 중 7명이 암호화폐 분야 기업가일 정도로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2021년 11월 9일 세계 최대 경매장인 크리스티 경매에서는 ‘비플(Beeple)’로 알려진 미국 디지털 아티스트 마이크 윈켈먼(Mike Winkelmann)의 ‘휴먼 원(Human One)’이라는 NFT 기반 작품이 2890만달러에 낙찰되기도 했다. 트위터와 디스코드, 레딧 등 실리콘밸리 소셜미디어 기업들 역시 암호화폐팀을 만들며 관련 산업에 뛰어드는 추세다.
금융 데이터 업체 피치북(PitchBook)에 따르면 글로벌 암호화폐 스타트업은 2021년에만 200억달러(약 23조5200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작년 전체 투자 유치 규모 65억달러(약 7조6000억원)에서 세 배가량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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