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K에서 본 K-피지컬 AI의 실체... 휴머노이드·공간지능·스마트 안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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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수 2026.06.21 04:17 PDT
STK에서 본 K-피지컬 AI의 실체... 휴머노이드·공간지능·스마트 안경
STK2026 부대행사인 대한민국가상융합대전 둘째날 기조강연을 하고 있는 전진수 볼드스텝 대표. (출처 : 전진수 대표 )

[전진수 볼드스텝 대표 기고] STK 2026에서 본 피지컬 AI와 공간지능의 부상
현실로 들어온 AI: 피지컬 AI와 휴머노이드의 임계점
다음 인터페이스 전쟁, 공간컴퓨팅과 스마트 글래스
STK2026이 남긴 네 가지 결론 ... "승부는 실행과 속도"

AI는 더 이상 스크린 안에 머무르지 않는다.
전진수 볼드스텝 대표

2026년 6월 코엑스에서 열린 스마트 테크 코리아(STK 2026)는 기술융합(The Tech Nexus)을 주제로 16개국 620여 개 기업, 1,800여 개 부스 규모로 열렸다.

역대 최대 규모라는 수식어보다 주목할 부분은 전시의 무게중심이 이동했다는 사실이다. 2025년 행사가 헬스케어·웨어러블·XR 영역에서 AI가 일상의 배경으로 스며드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2026년의 STK는 AI가 스크린 밖으로 나와 물리적 공간을 이해하고 행동하는 단계로 진입했음을 증명했다. AI, 빅데이터, 로보틱스, 스마트 물류, 보안, XR·공간컴퓨팅이 하나의 기술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묶이며 제조·유통·소비 전 영역의 AI 전환을 한자리에서 보여준 셈이다.

같은 시기 열린 코리아 메타버스 페스티벌(KMF 2026) 역시 XR·공간컴퓨팅·디지털트윈·AI가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필자는 기조강연에서 "AI는 더 이상 스크린 안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그 메시지를 가장 생생하게 증명한 것은 강연장이 아니라 전시장 그 자체였다. 층마다 펼쳐진 부스들은 AI가 어떻게 현실의 몸을 입고 있는지를 데이터가 아닌 실물로 보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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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K2026 현장에서 펼쳐진 더밀크의 혁신원정대 라이브 방송. 전진수(가운데) 대표가 현장 트렌드를 주제로 대담을 나누고 있다. (출처 : 더밀크 )

현실로 들어온 AI: 피지컬 AI와 휴머노이드의 임계점

STK 2026 로보테크쇼 현장에서 감지된 변화는 기술 자체보다 방문객들의 질문이었다. 지난해 방문객들이 '로봇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는 막연한 기대를 표현했다면, 올해는 공장 도입을 전제로 한 구체적인 질문이 오갔다. 전시장의 성격이 '관람'에서 '도입 검토'로 바뀐 것이다.

중국 로봇 기업들의 라인업은 그 변화의 속도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애지봇(AGIBOT)은 풀사이즈 휴머노이드부터 휠형 로봇, 고정밀 로봇 핸드까지 갖춘 라인업으로 한국어 상호작용까지 시연했다. 유니트리(UNITREE)는 휴머노이드 G1의 백덤블링과 격투기 시연으로 관중을 모았고, 갤봇(GALBOT)·엔진AI(EngineAI)·림엑스다이나믹스(LIMX Dynamics) 등이 가세했다.

파시니(PAXINI)는 시각·청각 중심이던 기존 로봇과 달리 강도·무게·질감을 스스로 감지하는 고정밀 촉각 센서로 차별점을 보였다. 운동성, 조작 지능, 감각 기술의 통합 속도에서 중국 기업들은 분명한 우위를 보여주고 있었다.

한국 기업들의 접근은 결이 달랐다. 티로보틱스는 높이 180센티미터(cm)·무게 180킬로그램(kg)의 산업용 휴머노이드 '티알-웍스(TR-WORKS)'를 시연용이 아닌 즉시 현장 투입이 가능한 로봇으로 제시했다. 알지티는 서빙 로봇 '써봇'을, 로아스는 AI 음향진단과 피지컬 AI를 결합한 무인 다크플랜트 플랫폼을 선보였다.

퓨처이모텍의 감성표현 휴머노이드 헤드 '하론(HARON)'은 시선 처리·눈 깜빡임·표정·대화형 AI를 결합해, 로봇을 작업 기계가 아닌 감성적 소통의 대상으로 제시했다. 제조 자동화, 물류센터 상하차·분류, 서비스 안내·돌봄까지 휴머노이드가 떠맡을 수 있는 영역이 구체화되고 있다.

'범용 기술의 규모' 경쟁에서 중국을 따라잡기는 어렵다. 그러나 '현장 맞춤형 솔루션'과 '인간 친화적 인터페이스'라는 축은 다른 게임이다.

티알-웍스의 실용적 접근과 하론의 감성 인터페이스는 한국 기업들이 파고들 수 있는 영역이 여전히 존재함을 보여준다. 관건은 이 틈을 인지하는 것이 아니라, 그 틈으로 얼마나 빠르게 들어가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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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K2026에서 참관객들이 휴머노이드 로봇들의 시연을 관람하고 있다. (출처 : 엑스포럼 )

보이지 않는 인프라, 공간지능

몸을 가진 AI가 현실에서 작동하려면 공간을 이해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식탁 위 고양이가 컵을 건드리면 컵이 떨어지고 우유가 쏟아진다는 인과를 인간은 본능적으로 안다. 기계가 같은 판단을 하려면 3차원 공간과 마찰·중력·관성 같은 물리 법칙을 미리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자율주행차, 휴머노이드, 촉각 센서 모두 결국 이 공간지능 위에서 작동한다. 공간지능은 피지컬 AI의 운영체제에 해당하며, 이것 없는 몸은 눈을 감고 걷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런데 공간지능을 깊이 파고들수록 하나의 질문에 도달한다. 기계는 어떻게 현실을 '미리' 알 수 있는가. 그 답이 월드 모델(World Model)이다. AI가 내부에 세계의 작동 방식을 시뮬레이션하고, 행동하기 전에 결과를 먼저 그려보는 것. 공간지능은 결국 월드 모델을 만드는 일이었다.

문제는 데이터다. 텍스트와 이미지는 인터넷에 이미 쌓여 있지만, 현실 공간의 데이터는 정리되어 있지 않다. 2D 시대를 이끌었던 두 연구자가 지금 이 문제의 최전선에 서 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CNN으로 이미지 인식 시대를 연 얀 르쿤은 AMI 랩(Lab)을 통해 인간처럼 세상을 예측하는 차세대 AI를 연구하고 있다. 그가 오래전부터 주장해 온 핵심 개념이 바로 월드 모델이다. 이미지넷(ImageNet)으로 딥러닝 혁명의 기반을 닦은 페이페이 리는 월드 랩스(World Labs)를 통해 공간지능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회사 이름 자체가 이미 세계를 모델링하겠다는 선언이다.

두 회사 모두 설립 초기 유니콘 평가를 받으며 자본과 인재가 동시에 몰려들고 있다. 인터넷 데이터가 LLM을 만든 것이 'AI의 첫 번째 빅뱅'이었다면, 현실 공간의 데이터로 물리적 상식을 학습시키는 지금의 흐름은 '두 번째 빅뱅'이라 부를 만하다.

이 연구가 해외 전유물만은 아니라는 점도 확인됐다. 카이스트(KAIST) 메타버스대학원의 차세대 공간 AI 연구는 현실 공간을 인식·이해하고 사람과 사물의 위치·움직임을 분석해 상호작용하는 기술로, 올해 'IEEE VR 2026'에서 전 세계 대학·연구기관 중 두 번째로 많은 12편의 구두 논문을 발표하며 경쟁력을 입증했다.

디지털 트윈, 몰입형 인터랙션, 실시간 3D 아바타로 이어지는 연구 인프라가 국내에 축적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한 자산이다. 공간을 이해하는 것이 세계를 모델링하는 일로 이어진다면, 이 역량을 산업으로 전환하는 실행 속도가 다음 과제로 남는다.

STK2026에서 한 참관객이 AI 글래스를 체험하고 있다. (출처 : 엑스포럼 )

다음 인터페이스 전쟁, 공간컴퓨팅과 스마트 글래스

공간지능은 기계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AI를 만나는 방식, 곧 인터페이스도 바꾼다. 그 격전지 중 하나가 바로 필자의 저서 '넥스트 AI, 공간 컴퓨팅'을 통해 소개한 공간 컴퓨팅이다.

애플은 비전 프로와 '비주얼 인텔리전스'로 사용자가 보는 현실을 입체적으로 해석하고, 메타는 10년 넘게 다져온 혼합현실 기술과 에실로룩소티카와의 협력으로 누적 약 900만 대 이상 판매된 AI 글래스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여기에 구글은 삼성·젠틀몬스터·와비파커를 묶은 안드로이드 XR로 생태계 확장을 노린다. 스마트폰 시대의 iOS·안드로이드 구도가 그랬듯, 이 경쟁의 승자가 다음 10년의 플랫폼을 쥘 가능성이 높다.

이 경쟁의 축소판이 KMF 2026의 'XR 스마트글래스 체험존'에 압축돼 있었다. 갤럭시XR, 애플 비전프로, 레이밴 메타, X리얼(XREAL), 인모 고(INMO Go), 메타렌즈2 등 10종의 기기를 관람객이 직접 착용하며 실시간 번역·길 안내·AI 비서 기능을 체험했다. 행사 종료 시점까지 체험존을 떠나지 않는 모습은 불과 1~2년 전과 달라진 완성도를 보여주는 방증이었다.

국내 기업들의 위치도 눈에 띄었다. 피앤씨솔루션과 시어스랩은 자체 스마트글래스를, 레티널은 AR 글래스 핵심 부품인 광학 모듈 기술을, 비햅틱스는 콘텐츠의 충격과 진동을 체감시키는 햅틱 슈트를 선보였다. 디스플레이·광학·부품·액세서리 영역에서 오랫동안 버텨온 기업들에게 다시 기회가 다가오고 있다.

시장은 이미 움직이고 있다. 중국 선전의 백화점에서는 소비자가 안경 매장에서 AI 글래스를 사는 모습이 낯설지 않았고, 디스플레이 없이 음성으로 묻고 답하며 실시간 통역까지 작동한다. 메타의 레이밴 스마트 글래스는 2025년 700만 대 이상 판매됐다. IDC 자료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AI 글래스 시장은 2026년 1,300만 대 이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2013년 조롱의 대상이었던 구글 글래스가 10여 년 만에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소비자 하드웨어 카테고리가 된 셈이다. 그 배경에는 가격 대중화가 있고, 중심에는 중국 업체들의 공급 확대가 있다.

스마트 글래스의 진짜 변곡점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들이 실제로 쓰고 다니기 시작했다'는 사실에 있다. 플랫폼의 역사가 PC에서 모바일로 이동했듯, 다음 전환은 공간으로 향하고 있다. 시야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맥락을 이해하는 에이전틱 AI가 눈앞에 장착되는 순간, 인간은 스크린의 한계를 벗어나 인지적·업무적 역량을 확장하는 '슈퍼 개인'에 가까워질 것이다.

STK2026 전시장 전경 (출처 : 엑스포럼 )

STK2026이 남긴 네 가지 결론 ... "결국 승부는 실행과 속도다"

TK 2026이 남긴 메시지를 한 문장으로 압축하면 이렇다. AI는 대화를 끝내고 행동을 시작했다.

피지컬 AI는 더 이상 개념이 아니다. 코엑스 현장에서 휴머노이드는 한국어로 응답했고, 글로벌 빅테크의 스마트 글래스는 직접 쓰고 체험할 수 있었으며, 국내 연구진은 세계 최상위권 공간 AI 성과를 발표했다. 산업화의 변곡점이 왔다는 말은 이 장면들이 이미 증명하고 있었다.

공간지능 경쟁은 AI의 두 번째 빅뱅이다. 인터넷 데이터가 LLM을 만들었듯, 현실 공간의 데이터가 다음 세대 AI를 결정한다. 얀 르쿤과 페이페이 리가 먼저 뛰어든 월드 모델 경쟁의 본질은 기술이 아니라 데이터 선점이다. 누가 현실 공간을 먼저, 더 넓게 학습시키느냐가 피지컬 AI 시대의 판도를 가를 것이다.

인터페이스도 다시 설계된다. 스마트폰이 손안에서 삶을 바꿨다면, 스마트 글래스는 눈앞에서 일상을 다시 쓴다. 화면을 손에 쥐는 시대에서 세계를 눈에 입히는 시대로의 전환이다. 이것은 기기의 교체가 아니라 인간과 정보가 관계 맺는 방식 자체의 변화다.

한국의 승부처는 규모가 아니라 방향이다. 범용 기술의 규모에서 중국을, 플랫폼 장악력에서 미국을 따라잡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그 긴장감은 STK 2026 현장에서도 분명히 느껴졌다. 그러나 현장 맞춤형 솔루션과 인간 친화적 인터페이스라는 두 축은 규모로 가는 길이 아니라 깊이로 가는 길이다. 먼저 꽂고, 더 깊이 파고드는 쪽이 이긴다.

기술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준비된 자가 아니라 먼저 뛰어든 자가 기회를 만드는 시대라는 말은 이미 진부해졌지만, 그 진부함이 지금처럼 절박하게 들린 적도 없다. 스크린을 넘어 현실로 걸어 나온 AI가 더 자유롭고 풍요로운 삶으로 우리를 이끌 수 있으려면, 기술의 속도만큼 그 방향을 설계하고 실행하는 일이 지금 당장 필요하다.

전진수 대표는?

AI, XR, 공간 컴퓨팅을 중심으로 기술과 산업의 변화를 분석하는 전략가다. 삼성전자와 SK텔레콤에서 모바일, 플랫폼, 메타버스 분야의 개발과 사업을 이끌었으며, SK텔레콤 부사장으로 재직하며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 등 다양한 서비스를 상용화했다. 현재는 볼드스텝 대표이자 컴패노이드랩스 벤처 파트너, CES 혁신상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더밀크의 어드바이저 그룹 ‘밀크셰이커’ 멤버로서 CES, MWC 등 글로벌 테크 현장에서 AI, XR, 피지컬 AI 트렌드에 대한 인사이트를 전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혁신전파사’를 공동 운영 중이며, 저서로는 '넥스트 AI, 공간컴퓨팅'이 있다.

전진수 볼드스텝 대표 (출처 : 전진수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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