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얻은 AI, 캄브리안 모먼트가 시작됐다
[더밀크 CES 2026 디브리핑] 왜 지금 피지컬 AI였나?
캄브리안 모먼트: 피지컬 AI로의 진화, 종의 폭발이 시작됐다
엔비디아의 풀스택 전략: GPU 회사라는 착각을 버려라
레드 쓰나미: 중국이 그리는 새로운 질서, 그리고 삼성과 LG의 전략
풀스택 AI 인프라: 새로운 경쟁 지형이 등장한다
CES는 아이스크림을 설명하는 것과 같다. 맛이 어떤지 말할 수 있지만, 실제로 먹어봐야 한다.개리 샤피로, CTA 회장
CES 공식 미디어 파트너로서 3년째 현장을 취재해온 더밀크의 손재권 대표는 올해 전시회를 '아이스크림'에 비유했다. CES 주최 측인 게리 샤피로 회장이 현장에서 건넨 말을 인용한 것이다.
직접 먹어봐야 안다는 개리 샤피로 회장의 말을 손 대표는 어떻게 해석했을까?
손 대표는 "이 아이스크림은 아는 맛이 아니다. 이번 CES는 산업의 문법이 완전히 바뀌는 현장이었다"고 강조했다.
손재권 대표는 CES2026 디브리핑 웨비나의 서두에서 "이 세션을 듣고 안 듣고의 차이가 클 것"이라 단언했다. 그만큼 산업과 기술의 변화가 가파르고 이를 따라가지 못할 경우 뒤쳐질 수 있다는 경고였다.
실제 CES는 14만 8000명의 참가자 중 55%가 기업 의사결정권자였다. 이는 이 행사의 성격을 반영하는 가장 강력한 지표다. 손 대표는 이들이 AI 버블 논쟁에 종지부를 찍으러 왔고, 그 무기는 '물리적 AI' 였다고 전했다.
AI 버블 논쟁의 실체: CES2026, 왜 지금 피지컬 AI였나?
손재권 대표가 가장 먼저 짚은 것은 CES 직전까지 시장에 팽배했던 'AI 버블론'이었다.
실제 당시 시장에는 오픈AI를 비롯한 AI 기업들에게 쏟아진 천문학적인 투자금이 실질적 가치 창출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회의론이 강하게 확산되고 있었다.
손 대표는 CES가 시장의 '버블론'을 잠재우기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기업들이 버블 붕괴를 방어하기 위해 '현실 가치 창출'의 증거를 치열하게 제시했다"며 그것이 '물리적 AI' 였다고 강조했다.
손 대표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AI는 여전히 LLM(대화 모델)의 형태로 스마트폰과 PC 안에 머물러 있었다. 추상적인 언어 모델이 실체를 갖추지 못한 채 단지 '미래 가능성'으로만 존재했던 것이다.
하지만 CES2026을 통해 AI는 '말하는 것'에서 '행동하는 것'으로 진화했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빨래를 개고, 킥복싱을 하고, 탁구를 치는 장면은 단순한 기술 시연이 아니었다. AI가 물리적 세계와 접점을 만들어 냈고, 그 순간 버블 논쟁의 프레임 자체가 바뀐 것이다.
캄브리안 모먼트: 피지컬 AI로의 진화, 종의 폭발이 시작됐다
손재권 대표가 이번 CES의 핵심 키워드로 꼽은 것은 '캄브리안 모먼트'다.
손 대표는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가 현장에서 언급한 이 개념에 대해 "5억 4000만 년 전 캄브리아기에 눈이라는 센서가 생기면서 생물 종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며 지금 AI라는 두뇌가 물리적인 몸체를 얻으면서 피지컬 AI의 다양한 종이 출현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손 대표가 현장에서 목격한 피지컬 AI의 스펙트럼은 예상을 넘어섰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 같은 범용 휴머노이드부터, 공장 자동화 로봇, 가정용 컴패니언 로봇, 수영장 청소 로봇, 잔디 관리 로봇, 심지어 바디프렌드의 안마의자까지 '로봇'으로 재정의되고 있었다는 분석이다.
그는 "키오스크도 더 이상 단순한 기기가 아니다."라며 '로봇의 한 종으로 분류된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이어 "디지털 컨버전스가 기능의 조합이었다면, AI 컨버전스는 AI를 중심축으로 한 거대 생태계의 출현이다"고 단언했다.
엔비디아의 풀스택 전략: GPU 회사라는 착각을 버려라
손재권 대표는 "많은 투자자들이 여전히 엔비디아를 'GPU' 회사로 인식하지만 이는 치명적 오류"라고 지적했다.
그는 CES2026에서 엔비디아가 보여준 것은 'AI 산업의 전 밸류체인을 장악하려는 풀스택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엔비디아가 보여주는 제품 생태계는 전 영역에 걸쳐있다.
차세대 베라 루빈 GPU를 넘어, 엔비디아는 이미 자체 LLM과 다양한 파운데이션 모델을 보유하고 있다. 코스모스(월드 파운데이션 모델), 클라라(헬스케어·바이오 모델), 어스투(기후 모델), 네모트론(에이전틱 AI 모델), 그루트(로봇 모델), 그리고 올해 발표된 알파마요(자율주행·로보택시 플랫폼)까지 엔비디아의 생태계 지배력은 이미 광범위하다.
그가 본 엔비디아의 메시지는 명확했다.
"자동차를 만들든, 로봇을 만들든, 뭘 만들든 우리 거 쓰면 된다는 것이 바로 엔비디아의 포지션"이라는 것.
손 대표는 엔비디아의 최근 인사 이동에서도 중요한 시사점을 읽어냈다.
그는 "알파마요 팀의 핵심 리더였던 박민영 부사장이 현대자동차 42투자사장으로 이직했다. 엔비디아의 자율주행 플랫폼을 설계한 인물이 현대차로 간 것."이라며 향후 양사 협력의 방향성이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손재권 대표가 가장 주목한 기업은 현대자동차였다.
그는 "CES2026에서 가장 극적인 주가 반응을 보인 기업이 바로 현대자동차"라며 "발표 직후 주가가 순간 78% 폭등했고, 행사 이후에도 20% 이상 상승세를 유지했다"고 놀라움을 표현했다. 손 대표는 "한국 기업이 CES 발표 하나로 이런 주가 반응을 이끌어낸 것은 15년간 CES를 취재하면서 처음"이라며 시장이 반응한 이유를 제시했다.
손 대표는 시장이 반응한 건 현대자동차의 신차 발표때문이 아니라면서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 로봇이 구글 제미나이 로보틱스의 두뇌를 탑재해 아틀란타 공장에 투입된다는 발표, 그 한장의 이미지가 핵심이었다"고 강조했다.
현대차는 CES2026를 계기로 자동차 회사가 아닌 피지컬 AI 플랫폼 회사로 밸류에이션 카테고리 자체를 바꾼 것이다. 손 대표는 "정의선 회장이 원하는 것은 '현대모터스'에서 '모터스'를 떼는 것"이라며 "GM 등과 같은 전통 자동차 카테고리가 아닌 테슬라처럼 피지컬 AI 플랫폼 기업으로서의 재포지셔닝. CES2026은 그 전환점을 찍은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레드 쓰나미: 중국이 그리는 새로운 질서, 그리고 삼성과 LG의 전략
손재권 대표는 현장에서 웨이모와 죽스의 로보택시를 직접 경험한 후 흥미로운 변화를 감지했다고 밝혔다.
그는 "라이다 5개나 레이다 15개, 센서 30개와 같은 스펙 이야기는 더 이상 화제가 되지 않았다"라며 그것은 "이미 모두 알려진 정보"라고 일축했다. 대신 새로운 질문이 등장했다고 밝히며 "어떻게 사고 없이 도로를 돌아다니는가?"에 기업들이 더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손 대표는 이 질문의 전환이 갖는 의미에 대해 "샌프란시스코와 라스베이거스에서 실제로 운행 중인 차량들은 기술 시연이 아니라 오퍼레이션"이라며 "수백 대가 실시간으로 도시를 누비게 되면서 질문의 수준이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기술이 과연 가능한가'에서 '왜 우리 도시는 안 되는가'로 바뀐 것이 CES2026이 보여준 패러다임 전환의 본질이라고 평가했다.
손재권 대표는 CES2026에서 나타난 또 다른 핵심 변화로 중국 기업들의 약진을 꼽았다. 특히 중국 기업인 TCL이 15년간 삼성전자가 차지했던 센트럴홀의 최고 위치를 점령하고 외신들이 이를 '새로운 힘의 형세(New Power Layout)'가 나타났다고 한 점을 꼬집었다.
손 대표는 이를 산업의 세대교체로 해석했다.
그는 "10년 전 파나소닉이나 소니 등 일본 기업들이 차지했던 자리를 한국 기업들이 빼았았다."며 그 자리에 삼성과 LG가 들어갔지만 이제 중국 기업들이 똑같은 일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유레카파크 2층과 헬스 스퀘어, 스마트홈 가전 섹션의 60~70%가 중국 업체로 채워졌다. 손 대표는 이것이 모두 중국 정부의 큰그림이라 해석했다. 그는 "시진핑 주석의 2026년 신년사 메시지에서 올해부터 시작되는 제15차 5개년 계획의 핵심 키워드는 '고품질 발전'이다"라며 지금까지의 저가 저품질이 아닌 품질 좋고 가격 경쟁력 있는 제품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손 대표의 비유는 상당히 신랄했다.
그는 "가전 산업을 생애주기로 비유하면, 일본 기업들은 80대 초고령, 한국 기업들은 60대 노년기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중국 기업들은 30~40대 전성기."라며 삼성과 LG가 프리미엄 시장으로 올라가 방어에 나서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LG 시그니처 시리즈처럼 '슈퍼 하이엔드'로 포지셔닝하는 것 외에 선택지가 좁아지고 있는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다만 삼성전자 전시관에 대해서는 시장의 평가를 뒤집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지루하다' 혹은 '볼품없다'고 평가했지만 손 대표는 이것이 삼성의 의도된 기획으로 "AI를 드러내지 않는 것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AI가 존재하되 존재하지 않는 듯 보이게 하는 엠비언트 기술, 퍼베이시브하게 침투하는 AI, 이 모든 것이 AI에 대한 공포와 거부감을 의식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풀스택 AI 인프라: 새로운 경쟁 지형이 등장한다
손 대표는 CES2026에서 목격한 가장 중요한 변화 중 하나로 구글 제미나이와 다른 생태계와의 통합을 꼽았다. 삼성 갤럭시에도 제미나이가 탑재되고, LG 가전에도 제미나이가 들어간다. 웨이모든 제미나이 자동차, 아틀라스는 제미나이 로봇, 구글 생태계가 피지컬 AI의 전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그는 현재 시가총액 2위인 구글의 포지셔닝이 AI 생태계 전반에 걸쳐 더 강화될 수 밖에 없는 구조로 흘러가고 있다고 평가하며 구글 주가에 대한 긍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모든 기업들이 AI로의 대전환을 이루고 있지만 사람과 조직에 투자해야 한다는 공통된 메시지에도 주목했다. 그는 하바스와 맥킨지의 기조연설에서 "왜 AI에 투자하면서 사람에는 5%밖에 투자하지 않는가."라는 메시지에 대해 이는 기술 도입보다 조직 전환이 더 중요하다는 경고라고 평가했다.
손 대표는 이어 맥킨지의 사례를 인용하며 "소프트웨어 인력을 줄이면서 대면 인력을 늘리고 있다"고 밝히며 AI 도입으로 인한 조직 전환의 변화를 전했다. 특히 맥킨지 CEO가 3만 명의 직원 중 1만 명이 AI 에이전트로 "이들을 '직원'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밝힌 충격적인 운영 방식의 변화를 소개했다.
CES2026을 통해 풀스택 AI 인프라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손재권 대표는 "모델, 소프트웨어, 운영체제, 네트워크, 데이터센터, 전력, 냉각까지. 풀스택을 장악하려는 경쟁이 본격화됐다."고 평가하며 엔비디아가 그 선두에 있고 AMD가 추격 중이라고 정리했다. 특히 AMD의 리사 수 CEO가 "향후 5년 내 데이터 처리 용량과 속도가 지금의 100배 더 필요하다"고 선언한 부분을 강조했다.
손 대표는 지멘스의 움직임도 주목했다.
지멘스가 산업용 OS로의 진화를 선언하며 EDA 회사를 넘어 피지컬 AI 시대의 공장 운영체제를 장악하겠다는 전략을 제시한 점을 흥미롭게 바라봤다. 이 영역에서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팔란티어로 "물리적 현장과 디지털 현장을 결합해 실시간으로 운영할 수 있는 OS급 플랫폼인 고담의 보유가 핵심 경쟁력"이라 평가했다.
더밀크의 시각: CES는 이제 컴퓨팅 쇼다!
손재권 대표는 CES2026을 통해 미래를 어떻게 바라봤을까?
디브리핑을 마무리하며 2027년 CES를 전망한 그의 발언에서 그 단서를 찾을 수 있다. 그는 "CES는 더 이상 Consumer Electronics Show(소비 가전 박람회)가 아닌 'Computing Electronics Show(컴퓨팅 가전 박람회)' 혹은 'China Electronics Show(중국 가전 박람회)'로 재정의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는 AI가 산업 전반으로 침투하면서 컴퓨팅 파워의 발전이 더 중요해지고 중국의 기술력이 글로벌 시장 전반에 나서면서 영향력이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다. 손 대표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주인공이 되고, 중국 기업들의 영향력이 더 확대되는 그림"이라 명료하게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젠슨 황이 '로봇은 이민자'라고 한 발언을 인용하며 "정치적 메시지이자 산업적 예언"이라 평가했다. 미국이 이민자를 막으면 로봇이 그 자리를 채운다는 것이다. 손재권 대표는 "이 내러티브가 올 하반기가 되면 현실로 다가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손재권 대표는 "AI 버블 논쟁은 무의미하다"고 단언한다.
그는 AI가 물리적 세계와 접점을 만들어내면서, 가치 창출의 증거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음을 강조한다. AI 혁명은 시장으로 하여금 이제 기업들이 어떤 카테고리로 재포지셔닝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전환이 어떻게 인정받는지를 파악할 것을 요구한다.
손 대표의 말대로 캠브리안 폭발은 시작됐고, 종의 다양화는 이제부터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