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필요없다?"... 일자리 '대혁명' 시작
[뷰스레터플러스]
생성AI 발 '일자리 지형도' 변화 본격화
‘빅테크5’ 직원, 15년 만에 줄었다
美 전동화, 최대 걸림돌 '자동차노조’
인간은 필요 없다.제리 카플란 교수(스탠퍼드대 법학정보학센터) 신간 중에서
인공지능 분야의 석학으로 꼽히는 제리 카플란 교수(스탠퍼드대 법정보학센터)의 최근 신간 제목입니다. 다소 자극적이죠?
일찍이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를 예고했던 카플란 교수는 책에서 '자동화의 그늘'에 대해 언급합니다. 노동시장을 뒤흔든 인공지능, 직업을 빼앗은 인조지능과 인간의 경쟁과 같은 불편한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는데요.
카플란 교수는 지난 2015년 미국에서 같은 제목으로 책을 출간한 적이 있습니다. 올해 출간된 책은 개정판입니다. 8년이 지난 지금도 '현재 진행형'인 이야기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한 가지 의문이 듭니다. 카플란 교수의 예상만큼 인공지능 시대가 빨리 도래하지 않은 것일까요. 아니면 AI로 인해 우리 생활이 달라진 것이 없기 때문에 인지하지 못했던 것일까요. 7년 전에도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우리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방식이 달라졌을 뿐이죠.
저자는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이 결국 노동시장의 불안과 소득 불평등을 함께 가속화시킬 것이라고 꼬집습니다. 생성AI 등장으로 기술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2023년. 이제야 카플란 교수가 지적한 우울한 '일의 미래'가 다가오고 있는 걸까요? 8년 전처럼 우리의 일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을까요?일잘
생성AI발 일자리 혁명 시작됐다
미국 할리우드에서는 작가들의 파업이 100일 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놀랍도록 현실감 있는 기술을 장착한 AI가 작가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넷플릭스는 자사 AI제품 관리자 채용 공고에 연봉 90만달러를 내걸었습니다. AI로 인한 초상권 침해나 작가, 배우 등에 대한 처우는 소극적이었던 콘텐츠 제작사가 생성AI 분야 일자리에 돈을 쏟아붓는 것을 보면 화가 날 만도 합니다.
콘텐츠를 제작하는 입장에서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트렌드는 바뀌지 않을 것 같습니다. 생산성이 높아지기 때문이죠. 업무의 효율성이 높아지면 일자리가 사라집니다. 골드만삭스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3억 개 이상의 일자리가 AI로 인해 사라질 수 있다고 추정합니다.
단순히 사라지기만할까요? 새로운 일자리도 생깁니다. 세계경제포럼은 5년 동안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6900만 개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실직이 아닌 전환'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일자리 전환된다고 가정하더라도 문제는 여전히 있습니다. 무엇이 문제일까요. 해결책은 없는 걸까요?
빅테크 5대 기업, 15년 만에 직원 감소세 돌아섰다
일자리 시장의 변화? 멀리 갈 필요도 없습니다. 빅테크 기업만 봐도 어떤 변화를 경험하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미국의 5대 대형 기술 기업 직원 숫자가 지난 6월 기준으로 209만 9200명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전년 대비 3%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는데요. 15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 추세에 접어들었습니다.
이번 조사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구글 지주회사), 아마존닷컴, 메타 등 소위 '빅테크' 기업을 대상으로 이뤄졌습니다. 미국의 거시경제 환경과 같은 여러 요인들이 작용했는데요. 인공지능(AI)의 발달과 로봇 기반 자동화 적용이 확대된 탓도 있었습니다.
이런 변화 때문에 이제 빅테크 기업들의 고용 흡수력이 한계에 도달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번 조사에서 유독 한 기업에서 인원 감축이 두드러지게 이뤄졌는데요. 어떤 기업의 비중이 가장 컸을까요. 기술 기업들은 채용 규모를 계속 줄이기만 할까요?
美 전기차 열풍과 자동차 노조의 대응
최근 미국에서는 하와이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 소식이 연일 주요 뉴스를 차지했습니다. '지상 낙원'으로 불렸던 하와이가 잿더미로 변했기 때문인데요. 사망자는 최소 114명에 달했고, 경제적 손실만 최소 40억달러~60억달러, 우리 돈으로 최대 8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습니다. 산불의 정확한 발화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하와이에서 이런 화재가 발생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라는 지적과 함께 '기후변화가 이례적인 산불의 원인'이라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급진적인 전동화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EV를 빠르게 보급해 탄소배출을 줄이겠다는 겁니다. EV와 배터리 기술 개발을 위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대규모 펀드를 투입하고 있죠. 그런데 반기를 든 단체가 있습니다. 전미자동차노조(UAW)입니다.
반기를 든 이유는 역시 생존권 문제입니다. 일반적으로 EV 생산은 내연기관차보다 단순합니다. EV로 전환한다는 것은 노조원들이 할 일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기술의 진화가 가져온 일자리 생태계 변화의 단적인 예입니다. 노조의 이런 움직임에 바이든 정부도 딜레마에 빠졌습니다. 무슨 딜레마일까요?
치킨 윙 가게라도 차려야 하는 건 아닐까?
오랜만에 만난 지인이 이런 이야기를 불쑥 꺼냅니다. 지상사 주재원 출신의 지인은 몇 년 전 미국으로 이주해 동종 업계의 미국 기업에서 꽤 높은 급여를 받고 있습니다. '뜬금없다'는 듯이 쳐다보는 저에게 지인은 다시 이렇게 말합니다.
"며칠 전에 챗GPT를 한번 제대로 써봤는데, 나 같은 사무직은 진짜 할 일이 없어질 것 같아서 하는 말이야. 1~2년 안에는 변화가 올 것 같은데..."
40대 초중반에 접어든 누구나 생각해 봤을 법한 일일 텐데요. 카플란 교수의 지적처럼 AI와 기술의 발전이 노동시장의 불안을 가속화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카플란 교수는 교육을 개혁하고,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교육비를 대출해 주는 '직업 대출'과 같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데요. 정부나 기업 차원의 변화나 지원 말고,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딱히 정해진 답을 찾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최근 참석했던 여러 콘퍼런스와 웨비나에서 업계 전문가들의 일관된 목소리를 찾을 수는 있었습니다.
"현재 몸담은 분야에서 못된 직장 상사가 인턴을 부리듯, AI를 적극 활용하라."
그리고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고 소통하는 소셜 스킬에 집중하라."
AI를 활용할 수 있는 기술, 그리고 더 인간다운 모습이 불확실한 미래에 우리 본연의 모습을 지켜갈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