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성공 “문제 해결 경험에 있다”… 생성 AI 미래 5대 예측
이경일 솔트룩스 대표 인터뷰
미국 자회사 ‘구버’ 통해 새로운 검색 및 연구 경험(re:search) 제공
2025년 에이전트 서비스 꽃 필 것... “RAG·벡터 검색 역량 강점”
리포트 자동 생성... 개인 맞춤 콘텐츠 생성 ‘초개인화’ 목표
“예측 AI, 인지 AI 돌파구 생길 것”... 자율주행 분야 주목
‘챗GPT, 제미나이, 클로드, 코파일럿, 퍼플렉시티, 구버, 파이어플라이, 미드저니, 노션AI, 감마…’
2022년 11월 30일 대화형 AI ‘챗GPT’가 출시된 이후 수많은 생성형 AI 도구가 등장했다. 검색, 글쓰기, 요약, 번역, 이미지 생성, 슬라이드 생성, 코딩에 이르기까지 분야도 다양하다. 매일 같이 새롭게 쏟아져 나오는 AI 도구를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 생성형 AI 기술로 개인의 경쟁력을 높이고 조직의 성공을 이끌려면 어떤 접근법을 취해야 할까.
국내 AI 업계 주요 플레이어 중 하나인 솔트룩스의 이경일 대표는 “실제 문제 해결에 AI를 사용해 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단순 작업, 혹은 재미 삼아 AI 도구를 테스트 해보는 정도로는 큰 효용을 얻기 어렵다는 것이다.
“AI 리터러시(literacy, 활용 능력) 제고, 혹은 AI 도구 사용법을 익히는 게 기본 소양이 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자신이 가진 문제를 명확히 정의할 수 있어야 하고, 그 문제를 AI로 풀어봐야 합니다. 이건 연습이 필요합니다.”
이 대표는 SK그룹이 추진 중인 ‘AI 일방혁(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좋은 사례로 언급했다. SK그룹이 AI 일방혁 캠페인을 통해 실제 업무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를 정의한 후 이를 AI로 해결, 사용 사례(use case)를 정립해 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구체적으로 질문하는 능력, 정의한 문제를 언어로 표현해서 LLM(대규모 언어 모델), AI와 대화하는 능력이 중요하다”며 “이런 과정을 통해 문제 해결 경험을 축적하면 AI 기술의 효용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 자회사 ‘구버’, 새로운 검색 및 연구 경험 제공
이 대표가 이끄는 솔트룩스는 미국 자회사 ‘구버’를 통해 지난 6일부터 AI 검색 서비스를 프리뷰 버전으로 무료 제공하고 있다. ‘새로운 검색 및 연구 경험(re:search)’을 제공, 사용자의 성공을 돕는다는 목표다. 한국과 미국에서 국문, 영문으로 서비스하며 모바일앱도 출시했다.
이 대표에 따르면 구버는 전 세계 다국어 웹 정보는 물론 유료 구독 서비스까지 탐색해 최적의 답변과 출처를 제시할 수 있다. 모회사 솔트룩스가 개발한 LLM ‘루시아(LUXIA)’, 오랜 기간 구축한 벡터 검색 기술이 핵심 경쟁력으로 평가된다.
자체 진행한 한국어 검색 테스트에서는 정확성 98%, 최신성 97%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챗GPT 서치와 비슷하고, 퍼플렉시티를 앞서는 수준이다. 구버는 AI 검색뿐 아니라 자동 생성 리포트, 맞춤형 콘텐츠 추천 기능도 제공한다. 더밀크는 미국 실리콘밸리 구버 오피스를 방문한 이 대표를 인터뷰, AI 산업의 미래와 구버의 전략에 관해 물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2025년 에이전트 서비스 꽃 필 것... “RAG·벡터 검색 역량 강점”
구버 프리뷰 버전이 공개됐다. 서비스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부탁한다.
내부에서는 구버를 ‘오토노머스(autonomous, 자율) 리서치 에이전트(agent, 대리인)’로 정의하고 있다. 오픈AI가 챗GTP 서치를 출시하면서 본격적으로 에이전트 시대가 시작됐다. 2025년에는 에이전트 서비스가 꽃 필 것으로 생각한다.
구버(Goover)라는 이름은 고 오버(Go over, 검토하다)에서 나왔다. AI 검색 기능 뿐 아니라 검색 내용을 기반으로 자동 생성되는 리서치 리포트, 사용자가 관심 있는 내용을 추천해 주는 브리핑 등 개인화된 서비스다.
보통 개인화라고 하면 기존에 존재하는 콘텐츠를 추천해 주는 수준에 머물지만, 구버는 개인에 맞는 콘텐츠를 생성해 주기 때문에 초개인화에 가깝다. AI 검색 기능만 보면 챗GPT 서치, 퍼플렉시티와 비슷하지만, 리포트 생성이나 브리핑 기능은 다른 서비스에는 아예 없는 기능이다. 차별화된 서비스라고 자부한다.
구버만의 경쟁력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파운데이션(foundation, 기초) 모델은 사전 학습을 할 때 지식을 임베딩(embedding, 벡터 공간의 점으로 표현)한다. 파인튜닝(finetuning, 미세조정)이나 사후학습은 특정 답변을 우세한 답변으로 만들어 놓는 작업이다.
이와 더불어 최근에 ‘검색증강생성(RAG)’을 많이 사용하는데, RAG는 LLM과 검색 기술을 활용해 실시간 정보를 학습해 생성하는 기법을 의미한다. RAG를 활용하면 사전 학습 당시 익히지 않은 정보도 결과에 반영할 수 있기 때문에 정확성, 최신성을 개선할 수 있다.
구버도 RAG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특히 검색 품질에 영향을 많이 주는 어드밴스드 RAG(advanced RAG, 검색 품질 개선) 기술, 그래프 RAG(graph RAG), 벡터 임베딩, 벡터 검색 기능 등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구버는 초기 스타트업이지만, 모회사인 솔트룩스는 기업용 B2B 검색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이다. 공공 부문을 포함해 기업용 검색 시장 점유율 35%를 차지하고 있다. 솔트룩스가 20여 년간 축적한 검색 기술을 자체 개발한 LLM 루시아에 빠르게 결합할 수 있었고, 솔트룩스에서 10년간 AI를 연구한 핵심 인원 중심으로 스핀오프(spinoff, 분사)됐다.
구글도 오픈AI에 끌려가... “스타트업에도 기회 있다”
AI 모델, 서비스의 지속적인 개선을 위해서는 데이터가 중요하다. 구버는 어떻게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나.
첫 번째는 방대한 개방형 데이터다. 구버는 솔트룩스로부터 방대한 데이터를 이관받았다. 솔트룩스는 10년 전부터 데이터를 축적해왔기 때문에 한국으로 치면 네이버 수준으로 데이터를 확보했다고 보셔도 된다.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를 구버에 인덱싱(indexing, 색인)하고 있으며 한국어 외에도 전 세계에서 개방형 데이터를 능동적으로 모으고 있다.
두 번째는 솔트룩스가 가진 ‘딥 웹 스크래핑(deep web scraping)’ 기술로 확보하는 데이터다. 이 기술을 사용하면 네이버나 구글 등 일반 검색 엔진으로 접근할 수 없는 색인되지 않은 웹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 이 기술 때문에 국정원, 국방부 같은 정부 기관이 솔트룩스의 고객사가 되기도 했다. 마지막은 사용자 동의 하에 직접 본인의 정보를 입력하는 경우 확보할 수 있는 데이터다.
당연하게도 이렇게 확보한 데이터는 사용자나 고객에게 다시 제공하지 않고, 학습 용도로만 사용한다. 제3자에게 제공하는 것도 금지돼 있다.
한국 시장만 보더라도 네이버, 퍼플렉시티 등 AI 검색 서비스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구버의 전략은 무엇인가.
이 길이 맞는 길이기 때문에 더 많은 경쟁자들이 들어올 것으로 본다. 다만 역사를 돌아보더라도 대기업이 항상 이긴 건 아니다. 인터넷 붐이 일었을 때 당시 대기업들도 닷컴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신생 기업인 네이버가 살아남았다.
얼마나 스타트업답게 저돌적으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실험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달려 있는 것 같다. 글로벌 시장을 보더라도 지금 구글이 오픈AI에 끌려가고 있지 않나.
구버도 굉장히 파격적이고 공격적으로 움직이려고 한다. 현재 구버 프리뷰가 제공하는 심층 답변(deep search)의 경우 다른 무료 서비스에서는 없는 기능이다. 모바일앱도 출시했기 때문에 글로벌로 확장해 가려고 한다. 현재 가입자가 4만 명 수준이며 모바일앱까지 포함하면 20만 명 이상이다. 6개월 안에 가입자 100만 명을 넘길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리포트 자동 생성... 개인 맞춤 콘텐츠 생성 ‘초개인화’ 목표
리포트 생성 기능도 독특한데,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계획인지 궁금하다.
오는 12월부터 구버로 생성한 모든 리포트는 구글에서 검색되기 시작할 것이다. SEO(Search Engine Optimization, 검색엔진 최적화)를 통해 구글에서 굉장히 검색이 잘 되게 하려고 준비 중이다.
소셜미디어를 보더라도 열심히 글을 쓰거나 올리는 사람은 소수다. 구버는 리서치 에이전트로서 더 많은 사람들이 쉽게 글, 리포트를 쓸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고급 지식이 구글이나 네이버를 통해 다시 유통되는 셈이다.
현재까지 생성된 리포트만 20만 개가 넘는다. 챗GPT 서치나 퍼플렉시티 역시 즉각적인 답변을 제시해 주지만, 그 정보는 휘발되고 만다. 그러나 구버는 사용자가 연구한 정보가 리포트로 만들어지고, 본인이 공개할 경우 제3자에게 확산되고 재활용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여기에 광고를 붙일 수 있게 하는 등 수익화도 가능하게 만들어 사용자에게 인센티브도 줄 계획이다.
챗GPT 접속 장애, 클로드 API 가격 인상 등이 이슈가 되며 ‘소버린 AI(각 국가가 자체 데이터와 인프라 기반으로 개발하는 AI)’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소버린 AI에 당연히 동의한다. 네이버나 구버 같은 회사가 그런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독립성, 경쟁력 유지 측면에서 필요하다.
비용 측면에서 봐도 소버린 AI는 중요하다. 구버는 자체 LLM을 사용하기 때문에 오픈AI LLM을 사용하는 것과 비교하면 비용이 10분의 1 이하다. 서비스 구축 비용은 결국 고객이 지불하게 된다.
다만 큰 회사, 역량 있는 기업의 경우 국내 시장만 목표로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소버린 AI가 중요하지만, LLM 자체는 언어 장벽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더 많이 학습하면 할수록 똑똑해질 수밖에 없다.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한국어를 더 잘한다’는 게 의미가 없어지는 시점이 온다. 구버가 미국 시장에 서비스 선보이고, 승부하는 이유다. 국내 시장만 목표로 한다면 결국 무너지게 될 거다.
“인지 AI 돌파구, 자율주행 분야 주목”... 5가지 예측
AI 검색, 생성 AI 서비스 산업의 미래를 어떻게 예상하나?
①가트너가 발간하는 ‘하이프 사이클(Hype Cycle)’ 리포트에 따르면 생성 AI가 본격적으로 돈을 벌면서 수익을 내려면 짧으면 1년, 길면 4년이 걸린다고 한다. 인터넷 기업들이 돈을 벌기 시작한 시점을 돌아봐도 네이버가 10년, 아마존이 흑자로 전환하는데 13~14년 걸렸다.
오픈AI 기준으로 본다면 생성 AI 기업이 설립된 지 9년 됐다. 내년 혹은 내후년에는 흑자전환 시도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 다른 AI 기업들도 여러 면에서 투자 회수, 혹은 비즈니스 모델 만들려는 노력을 할 것이다. 지금처럼 돈을 쓰기만 하는 상황은 내후년까지 이어지지 못할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빅테크 역시 비슷한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②완전히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나올 수도 있다. 현재는 대부분 AI 기업들이 유료 API(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 제공, 유료 구독에 의존하고 있는데,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다. 예컨대 구글의 검색 키워드 광고 같은 비즈니스 모델은 과거에 없던 완전 새로운 것이다.
③또 하나는 AI 기업 간 협력이 많아지고, 그 협력의 다리 역할을 AI 에이전트가 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AI 에이전트를 통해 수수료(fee)를 받는 게 가능하다. 구버가 리서치 에이전트를 지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④예측(predictive) AI, 인지 AI(Cognitive AI) 분야에서 새로운 돌파구가 생길 수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자율주행이라고 본다.
⑤제약, 헬스케어 분야에서 AI 영향력이 극대화될 가능성이 크다.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 CEO가 ‘알파폴드’ 모델로 노벨 화학상을 받은 게 상징적인 시그널이다. 결국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커질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