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시어스랩 '에이아이눈'으로 AI 안경 시대 연다
시어스랩, 생성AI 탑재 스마트 글래스 '에이아이눈(AInoon)' 국내 최초 공개
생성AI와 음성 명령으로 실시간 정보와 창의적 문제 해결 지원
개방형 마켓 플레이스로 새로운 AI 생태계 조성한다
AR(증강현실) 스타트업 '시어스랩(Seerslab)'이 12일 서울 강남구 씨스퀘어에서 열린 '인스파이어 데이(Inspire Day)'에서 자체 개발한 AI 글래스 '에이아이눈(AInoon)'을 공개했다.
삼성전자가 내년 3분기 안경형 AI 하드웨어를 공개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생성AI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 안경이 국내 업체에 의해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에이아이눈은 챗GPT 기반 생성AI 에이전트를 탑재해 실시간 정보 제공과 문제 해결 능력을 갖췄다. 약 50g의 가벼운 무게로 스마트폰 연동을 통해 챗GPT와 연결된다. 이를 통해 기존 안경과 같은 무게를 유지하면서도 맞춤형 안내, 번역, 레시피 추천, 운동 가이드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이날 시연에서 정진욱 시어스랩 대표는 직접 에이아이눈을 착용하고 "오늘 옷차림 어때?"라고 물었고, AI는 "발표자로서는 양복이 더 적합합니다"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참석자들은 당근과 양파 같은 요리 재료를 바라보며 "이 재료로 만들 수 있는 요리가 뭐야?"라고 질문, AI가 즉각 추천 레시피를 제공하는 데모를 경험했다.
정 대표는 "에이아이눈은 2025년 2월 글로벌 예약 판매를 시작한다"며 "가격도 무게도 일반 고급 안경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 149달러(약 20만원) 수준으로 책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내년 4분기에는 시각 장애인용과 산업용 등 각 분야에 특화된 2세대 제품도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생성AI와 하이브리드 기술의 만남
시어스랩은 AI 생태계 구축을 위해 '에이아이눈'과 연결된 마켓 플레이스 및 SDK(소프트웨어 개발 키트)를 제공해 킬러 콘텐츠를 유입할 수 있는 개방형 환경도 조성한다.
정진욱 대표는 "개발자와 콘텐츠 제작자들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개방형 환경을 통해, 기존 앱뿐 아니라 생성AI 기반 새로운 애플리케이션들이 글래스 플랫폼에서 활발히 작동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이브리드 AI 전략 역시 주목할 만하다. 클라우드와 온디바이스 AI를 병합한 방식으로 비용 절감과 성능 최적화를 동시에 이루겠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전략은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소규모 기업으로서의 유연성을 극대화한다.
시어스랩은 2025년 4분기에는 2세대 제품도 선보인다. 일반 보급형 제품 외에도 교육, 의료, 스마트팩토리 등 다양한 산업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산업용, 장애인 및 레저 활동 등에 맞춘 특화용 제품 등도 선보일 예정이다.
AI 디바이스, 이제 기술적 개념 아닌 일상의 일부
패널 토론에서는 AI 글래스의 가능성과 도전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류현정 조선비즈 팀장은 "초고령 사회 진입과 같은 시대적 변화 속에서 AI 글래스가 실버 세대의 삶을 변화시킬 잠재력을 지녔다"고 평가하며 다양한 협업 가능성을 제안했다.
박인규 인하대 교수는 "에이아이눈은 단순히 하드웨어가 아니라 AI와 컴퓨터 비전 기술이 접목된 트렌디한 제품"이라며 "유튜버와 같은 1인 미디어 창작자들에게도 큰 반향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카메라가 장착된 디바이스의 개인정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적, 윤리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글로벌 빅테크들과의 경쟁에서 국내 기업들이 생존하려면 독창적인 생태계를 빠르게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에 정진욱 대표는 "OS나 디바이스 자체에 얽매이지 않고, 글로벌 AI 생태계와 협력해 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얻는 데 집중할 것"이라며 "가볍고 빠르게 움직여 초기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겠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넘어 스마트 안경의 시대 올까?
글로벌 스마트 안경 시장은 웨어러블 기술과 증강 현실(AR)의 발전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 중이다.
마켓리서치 인터렉트에 따르면 2023년 시장 규모는 약 12억 3000만달러(약 1조 7607억원)로 평가되었으며, 2031년까지 연평균 성장률(CAGR) 27.1%를 기록해 76억 5000만달러(약 10조 9532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 안경 시장의 성장은 소비자 수요 증가, 기업의 애플리케이션 채택 확대, 반도체 기술 발전 등 여러 요인에 기인한다. 특히, 메타(Meta)와 에실로록소티카(Essilor Luxottica)의 협업을 통해 출시된 레이벤 메타 스마트 안경은 최신 버전이 이전 모델 대비 몇 달 만에 더 많은 판매를 기록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이러한 협업과 기술 혁신은 스마트 안경이 스마트폰을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기술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손재권 더밀크 대표는 "AI 글래스는 개인화된 디바이스로 창의적 활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며 "AI 에이전트가 기술 발전의 다음 단계로, 우리 삶 곳곳에 스며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25년부터는 AI 에이전트 중심의 생태계가 본격적으로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진욱 시어스랩 대표는 "AI는 사람들의 행동 방식을 바꾸고, 시야를 확장하며, 행동을 스마트하게 만들 수 있는 혁신적인 파트너"라며 "시어스랩은 초기 AI 생태계 구축을 위해 개방과 협력을 지속해 나가겠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