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아, LG에서 배우는 '파괴적 혁신'의 교훈
역사의 뒤로 사라진 두 휴대전화 업체의 이야기
지난 2010년 남용 당시 LG전자 부회장에게서 직접 들은 얘기다. 남 전 부회장의 말은 변명처럼 들릴 수 있지만 당시 LG전자는 정말이지 모든 걸 피처폰에 쏟아 붓고 있었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방향 전환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아이폰이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LG전자의 휴대전화는 노키아와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3위의 시장 점유율을 가지고 있었다. 소니에릭슨과 모토롤라를 제치고 올라간 터라 사기가 상당히 높았다. 조금만 더 하면 삼성도 이길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도 생겼다. 몇 년 전부터 이어져온 초콜릿폰과 샤인폰의 선전 덕분이었다. 여기에 프라다폰까지 내놓으면서 럭셔리 라인까지 갖췄다.
이 때문이었을까. LG전자 경영진은 2007년 6월부터 미국에서 판매에 들어간 애플의 첫 아이폰을 애써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다. 시장이 아직 스마트폰을 받아들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진단했고 인터넷은 전화기가 아닌 PC로 하면 된다고 말하곤 했다. 그리곤 피처폰 개발에 올인했다. 2010년 초가 돼서야 안드로이드 기반의 첫 스마트폰 안드로원을 출시했지만 많이 늦은 감이 있었다. 그마저도 품질이 많이 떨어졌다.
올 7월 LG전자가 휴대전화 사업에서 철수하면 첫 아이폰이 나왔던 당시 세계 1위 였던 노키아와 3위 였던 LG전자는 이젠 더 이상 휴대전화를 만들지 않게 된다. 첫 아이폰 출시 당시 시장 점유율 5위 안에 이름을 올렸던 기업 중 유일하게 5위 안에 남아있는 기업은 삼성전자뿐이다. 물론 어떤 기업도 아이폰이라는 역사상 가장 혁신적이고 인기 있는 제품에 대항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LG전자와 노키아 휴대전화의 몰락은 비즈니스 세계에서 경쟁과 파괴적 혁신의 의미에 대해 한 번 생각해 볼만한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