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첫 법정통화 됐는데 왜 10% 이상 폭락했나?
엘살바도르 비트코인 법정통화 공식 채택
비트코인 10% ↓... 암호화폐 일제히 '폭락'
"기대감 이미 반영, 불안정성 등 영향인 듯"
"향후 남미국가 도입 여부 주목, 모멘텀 될수도"
엘살바도르가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공식 채택한 7일(현지시각) 비트코인이 10% 이상 폭락했다.
이날 가상자산 시황 중계사이트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오후 5시 45분(미 동부시각)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개당 4만 6549.93 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24시간 전보다 10.91% 하락한 가격이다. 비트코인 가격은 한때 16% 가까이 떨어졌다가 오후들어 낙폭을 줄였다.
이더리움을 비롯한 주요 암호화폐 가격도 일제히 폭락했다. 시총 2위 이더리움은 24시간 전보다 15.25% 급락한 3357.38달러에 가격이 거래되고 있다. 카르다노, 바이낸스 코인 등도 각각 17~18% 가까이 급락했다.
이날 엘살바도르는 세계에서 최초로 비트코인을 법정 통화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비트코인을 사용해 물건을 사고 팔거나 서비스를 이용할 때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앞서 엘살바도르 정부는 2000만달러 상당의 비트코인 400개를 구입했고, 200개의 비트코인 ATM을 설치하는 등 통화 도입을 위한 준비에 나섰다.
그러나 엘살바도르의 첫 법정통화 도입은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CNBC에 따르면 엘살바도르 정부가 운영하는 비트코인 지갑 치보(Chivo)가 서버 폭주로 한때 사용이 중단되기도 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날 비트코인 가격 폭락이 놀랍지 않다는 반응이다. '루머에 사고 뉴스에 팔라'는 격언이 정확하게 맞아 떨어졌다는 것이다.
비트코인은 그간 엘살바도르발 호재로 가격 급등세를 이어왔다. 지난 6일(현지시각) 5만 2000달러를 기록하면서 지난 5월 이래 최고가를 경신한 바 있다. 비트코인 개미 투자자들도 30달러어치 비트코인 사기 운동을 벌이는 등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법정 통화 도입을 응원해왔다. 그러나 막상 통화가 도입되자 시장에서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가격이 급락했다.
기술적 문제를 포함해 엘살바도르의 암호화폐 관리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비트코인 가격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리아 왈드 발키리 인베스트먼트 CEO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시장의 반응이 놀랍지 않다.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법정 통화 도입은) 이미 가격에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엘살바도르는 시민들이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참여하기 위한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보급 등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나라"라며 "거래 수수료나 처리 시간 등을 고려했을 때 해당 국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결책이라기 보다는 베타 테스트 같이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국민들 사이에서도 부정적인 반응이 주를 이뤘다. 국민 대부분이 암호화폐의 개념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수차례 설문조사에서도 "비트코인 도입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70%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하면 엘살바도르 국민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고, 돈세탁과 같은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도 높다고 지적했다.
다만 장기적인 추세에 대해서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전망했다. 왈드 CEO는 "남미의 이웃 나라나 전세계의 다른 나라들이 국가 통화로 비트코인을 채택할 지 여부가 향후 추세를 가늠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엘살바도르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새 비트코인 150개를 사들였다"고 밝혔다. 이는 700만달러(81억 3400만원) 규모다.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하자 추가 매수에 나선 것이다. 이에 따라 엘살바도르 정부의 비트코인 보유 갯수는 550개로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