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AI로 뒤덮인 SXSW2024..."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도구"
[SXSW2024] 크리에이티브 인더스트리 엑스포
메타버스, VR, AR, 로봇, 친환경 등 '융합' 기술 콘퍼런스 반영
콘진원, NIPA 등서 20여 개 한국 기업 참가.. K 기술력 돋보여
작곡 플랫폼 라이브, 새로운 음반 기술 키트 등 음악 관련 기술도
실제 K팝 스타가 눈 앞에서 노래를 하고 있는 것 같다. 현란한 춤과 카메라 워크에 정신이 쏙 빠졌다.크리에이티브 인더스트리 엑스포 참관객
10일(현지시간) 세계 최대규모의 기술, 엔터테인먼트 융합 콘퍼런스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 2024)가 열리고 있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크리에이티브 인더스트리 엑스포가 막을 올린 오스틴 컨벤션 센터 전시장에는 유독 이 기업 부스에 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K팝 아티스트 공연을 VR을 통해 눈앞에서 경험할 수 있는 플랫폼 '벤타 X'의 운영사 '벤타 VR'. 부스에는 VR 콘서트를 경험하기 위해 긴 줄이 늘어섰다. 메타 퀘스트를 착용한 참관객들은 곡이 끝날 때까지 입에 웃음을 머금은 채 공연을 관람했다. 공연을 본 한 관람객은 "디스이스 어썸(This is awesome)"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 회사는 K팝 아티스트의 초고화질 VR영상 콘텐츠를 눈앞에서 볼 수 있는 기술을 소개했다. 3D VR 근접촬영기법과 입체 보정을 통해 왜곡 없는 생생한 영상을 선보였다.
차례를 기다린 후 글라스를 썼다. 대세 아이돌 권은비가 등장했다. 음악이 시작되자 화면을 뚫을 것처럼 가까운 시야에서 춤을 추는 모습에 부딪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또렷한 화면 때문에 마치 AI로 만든 권은비가 춤을 추는 것 같았다.
"너무 야한 것 아니에요?"
기자의 질문에 회사 관계자는 "호불호가 갈린다"라고 말했다. 팬덤 입장에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을 사인회 아니면 마주할 기회가 없다는 것. 초근접 VR영상이 좋다는 반응과, 너무 가깝다는 반응이 동시에 나오는 이유다.
스튜디오 메타케이는 버추얼 아티스트 이아(iaaa)를 들고 나왔다. 이아는 이 회사가 자체 제작 중인 AI 버추얼 아티스트 그룹인 '시즌(SEASON)'의 멤버다. 화면 안에 구현된 버추얼 휴먼은 AI로 생성한 것인지, 실사를 찍은 것인지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사실감 있게 표현됐다.
김광집 대표는 "독자 기술을 통해 구현한 이아는 기존 딥페이크 기반 버추얼 휴먼이 표현하기 어려운 동작을 자연스럽게 구현한다. 버추얼 휴먼의 뒷모습까지 이렇게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는 기술은 우리 밖에 없을 것"이라고 자평했다.
또 다른 휴먼 AI 우시아를 공개한 아리아 스튜디오 부스에도 참관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아리아는 콘텐츠와 기술을 결합한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으로, AI, XR 기술과 양방향 인터랙티브 콘텐츠 기술을 선보였다.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관람객들을 맞은 채수응 대표에 따르면 이런 기술을 적용한 버추얼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라인업을 준비 중이다. 메타버스 기술을 결합해 가상공간에서 실제 방송인들과 가상 인간들이 심판을 주제로 진행하는 '위대한 심판'과 VR과 생성 AI 기술을 접목, 시청자의 행동과 반응에 따라 이야기 전개가 달라지는 인터랙티브 드라마 '아파트' 등을 소개했다.
채 대표는 "기술을 결합해 기존 장르와 포맷을 벗어난 새로운 콘텐츠 문법을 만들어나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아리아는 이번 전시를 통해 관련 기업들과 두 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한국콘텐츠진흥원 관계자는 밝혔다.
콘진원, NIPA 등서 20여 개 한국 기업 참가.. K 기술력 돋보여
올해 크리에이티브 인더스트리 엑스포는 디자인, 디지털 헬스, 메타버스, VR, AR 등 다양한 산업의 융합 기술이 소개됐다. 참가 기업들은 영화, 음악 등 콘텐츠 관련 기술을 쏟아냈다. 또 환경, 인류를 소재로 한 독특한 아이디어를 소개하는 기업들도 다수 참가해 '융합' 콘퍼런스임을 실감하게 했다.
올해 박람회에서 한국 기업들은 규모와 기술 측면에서 주목을 끌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은 '코리아 파빌리온'을 주제로 하이브, 아리아 스튜디오, 브레인덱, 브러시 시어터, 이모션웨이브, 그램퍼스, 뉴토, 스마트골프, 스튜디오메타-K, 벤타 VR 등 엔터테인먼트 기업과 XR, VR, AR 중심의 신기술 융합콘텐츠 부문 10여 개 기업을 선정해 부스를 마련했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도 K-메타버스를 주제로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인 세븐 포인트원, XR 개발 기업인 소울X, AI 캐릭터 기반의 메신저 앱 소울링크를 개발한 JL스탠더드, AI페이스 기술을 가진 dob스튜디오, AI파크 등 10개 기업과 부스를 꾸렸다.
뮤직 컨퍼런스로 시작했던 만큼 음악 관련 기술도 쏟아져나왔다. 이 분야에서도 주인공은 한국 기업이었다.
올해 부스를 마련해 참가한 BTS 소속사 하이브(HYBE)는 가 눈에 들어왔다. 하이브는 AI더빙 기술을 소개했다. 보이그룹 투머로우바이투게더 콘서트에서 멤버들이 영어로 이야기를 하자 보이스 유전자를 추출한 기술을 활용해 멤버들의 목소리가 스패니시 언어로 바뀌었다. 하이브 관계자는 "해당 언어를 사용하는 지역에서 팬덤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 기반의 작곡 플랫폼 포자랩스도 많은 관람객들로 붐볐다. 오는 4월 라이브(LAIVE)라는 플랫폼 론칭을 앞두고 있는 몇 번의 클릭만으로 음악을 뚝딱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을 공개했다.
직접 플랫폼을 시연해봤다. 가사와 보컬이 없는 인스트루먼털 음악과 가사와 보컬을 포함한 보컬 음악 등 두 가지 유형을 선택할 수 있었다. '보컬'을 선택한 뒤 장르로 '팝'을 선택했다. 팝 카테고리 안에 다양한 분위기의 샘플 음악을 들어볼 수 있었다. 가장 달달한(?) 음악을 선택하고 남성 가수의 목소리를 골랐다.
가사 분위기도 선택할 수 있었는데 샘플 음악을 고려해 사랑, 이별, 슬픔과 같이 낯간지러운 단어를 프롬프트로 입력했다. 5분 정도가 흘렀을까? 새로운 곡 하나가 생성됐다. 가사와 음악이 좀 맞지 않았지만 제법 그럴듯했다. 음악에 맞게 가사를 수정할 수 있는 기능도 있었다.
저작권에 대해 의구심을 갖자 포자랩스 관계자는 "회사내 30명의 작곡인력이 있다. 데이터 세트를 직접 만들고, 이런 데이터를 학습시켰기 때문에 저작권과 표절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작곡가들이 먹고 살기 어려워지지 않겠나"라는 질문을 던지자 "상생할 수 있는 방안들을 모색하고 있다. 콘텐츠를 제작하는 분들이 많아졌는데, 저작권에 대한 걱정 없이 자신이 원하는 분위기의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콘텐츠의 다양성이 더 풍성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K팝의 인기를 활용한 음악 기술 기업도 확인할 수 있었다. 뮤직라이브는 키트(KIT)라는 음악 앨범으로 주목을 끌었다.
작은 상자 모양의 키트를 모바일 폰에 갖다대자 자동으로 해당 앱을 통해 자동으로 음악이 생성됐다. 음악이 생성되는 동안 해당 음반 아티스트의 사진도 볼 수 있었다. '초음파 근거리 통신 기술(U-NFC)'를 활용한 것으로 이 기술은 지난 1월 CES에서도 미디어 업계 관계자들에게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회사 관계자는 "CD와 같다고 보면된다"며 "앱에 커뮤니티도 형성되어 있어 특정 아티스트를 좋아하는 팬들끼리 소통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융합' 콘퍼런스 걸맞게 환경, 로봇 등 소재 다채... 여러 체험관도 눈길
'융합'이라는 주제에 걸맞게 환경, 로봇, 여성 인권 등을 소재로 한 전시도 돋보였다. 친환경 소재의 포장 박스를 만드는 젠팩(Zenpack), 의류회사 컨버스와 협업으로 재활용 소재를 활용해 신발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기술 컨설팅회사 '프로펠랜드(Propelland)' 등의 기업이 참가했다.
일본 기업들도 다수 참가했다. 태양에서 나오는 열을 흡수하는 재질인 솔라멘트(Solament)의 개발사 수미토모 메탈 마이닝, 모션캡쳐 기술을 통해 골키퍼의 운동 능력을 향상시키는 기술을 소개한 스마트골, 그리고 리모트 드라이빙, 이머시브 햅틱 기술 등도 주목을 끌었다.
프랑스 기업인 인챈티드 툴스(Enchanted tools)는 병원에서 활용할 수 있는 로지스틱스 로봇 '미호키'를 현장에서 구동했고, 우주인이나 운동선수들이 간편하게 먹고, 영양분을 쉽게 흡수할 수 있게 고안한 초콜릿을 선보인 애스트리아스(Astreas), 그리고 3D 그래픽을 손으로 느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터치앤필 등도 눈길을 끌었다.
박람회에서는 참관객들이 직접 거대한 고래에 색을 칠하거나, '라스트 워드'를 주제로 메시지를 적어 벽에 꼽는 등 참여를 유도하는 기획도 눈에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