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이면 100명을 더 뽑았다”… AI가 무너뜨린 성장 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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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준 2026.05.21 15:29 PDT
“5년 전이면 100명을 더 뽑았다”… AI가 무너뜨린 성장 공식
(출처 : 정현준 대표 (AI 활용 이미지))

[기고] 정현준 엠포라AI 대표 (전 어도비 디렉터)
-AI는 어떻게 '사람을 늘려야 성장한다'는 공식을 무너뜨리는가?
-아웃소싱도, 크라우드소싱도 낡은 모델... 사람을 더 뽑는 대신 AI 에이전트 확장 중
-100명을 뽑아야 가능했던 일을 10명이 해내.
-AI 시대의 경쟁력은 조직 규모가 아니라 문제를 정의하는 능력에서 나온다

"5년 전이라면 100명은 뽑았을 겁니다.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최근 실리콘밸리 한 스타트업의 CEO와 만난 자리에서 인상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직원 12명으로 운영되는 A사는 연 매출 약 57억원(4000만 달러)를 돌파했다. 그가 들려준 운영 방식은 단순했다. 고객 응대, 코드 리뷰, 마케팅 카피, 시장 조사까지 거의 모든 백오피스 업무를 AI 에이전트가 처리한다는 것이다.

A사의 사례는 지금 실리콘밸리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다. 기업이 성장한다고 해서 사람을 늘리지 않고 늘리지 못한다.

소셜미디어에서 AI 기업으로 전환을 추진 중인 메타가 지난 20일, 무려 8000명의 직원을 해고했으며 시스코는 지난주 약 4,000명의 직원을 해고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지난 지난 4월, 회사 역사상 처음으로 자발적 퇴직 프로그램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경영의 상식으로 자리잡았던 '성장 = 채용'의 공식이 깨지고 있다.

“사람을 늘려야 성장한다, 성장하면 사람을 뽑아야 한다”는 오랜 믿음

기업은 성장 과정에서 사업이 커질수록 업무는 빠르게 늘고 복잡해지지만 내부 인력은 부족하고 전문성도 떨어진다는 과제를 발견하게 된다. 이 간극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는 오랫동안 경영의 핵심 과제였다.

처음엔 무조건 사람을 늘리다가 1990년대 이후 아웃소싱과 크라우드소싱이 등장하면서 인건비를 덜게 됐다. 서로 다른 시대적 배경에서 탄생했지만 공통적으로 내부 인력만으로 감당할 수 없는 일의 증가'에 대한 산업의 현실적 대응이었다.

아웃소싱은 1990년대 글로벌화 흐름으로 확산됐다. 당시 잭 웰치 GE CEO가 "핵심 역량 외 모든 것을 외부화하라"고 선언하면서 표준이 됐다. 시간과 비용을 들여 내부에서 키우기 어려운 전문성을 외부에서 곧바로 가져오는 것이 핵심이었다. 이 트렌드 아래 인도 방갈로르의 IT 서비스 산업, 필리핀의 BPO(비즈니스 프로세스 아웃소싱) 허브가 탄생했다.

크라우드소싱은 2000년대 중반 인터넷의 성장과 함께 등장했다. 위키피디아, 아마존 메커니컬 터크, 캐글 등 단순하지만 양이 많은 작업을 잘게 쪼개 수많은 사람에게 분산시키는 방식을 보편화했다. 머신러닝 학습용 데이터 라벨링 산업 자체가 이 모델 위에서 자랐다.

두 모델은 서로 다른 시대에 등장했지만 한 가지 믿음을 공유한다. 일을 더 많이, 더 빠르게 처리하려면 결국 '사람을 더 투입해야 한다'는 전제다. 기업이 성장하면 조직은 커졌고, 생산성을 확장하는 유일한 길은 사람의 수를 늘리는 것이 해결책이었다. 이렇게 고용 증가는 해당 지역의 성장, 국가적으로는 GDP 성장과 맞물렸다.

그러나 생성AI 등장과 AI 에이전트 기술의 빠른 발전으로 이 전제가 무너졌다. '사람을 늘리지 않고도 확장할 수 있다. 성장이 가능하다'는 대안을 갖게 됐음을 의미한다. 이는 일시적 효율 개선, 생산성 향상이 아니라 수십 년간 유지된 생산 논리와 경제의 기반을 흔드는 구조적 전환을 의미한다.

아웃소싱과 크라우드 소싱은 일을 더 많이, 더 빠르게 처리하려면 결국 '사람을 더 투입해야 한다'는 전제로 탄생한 모델이다. 기업이 성장하면 조직은 커졌고, 생산성을 확장하는 유일한 길은 사람의 수를 늘리는 것이 해결책이었다. 그러나 생성AI 등장과 AI 에이전트 기술의 빠른 발전으로 이 전제가 무너지고 있다. (출처 : Shutterstock)

1. 아웃소싱, 크라우드 소싱의 시대는 끝났다. 

AI는 아웃소싱과 크라우드소싱이 각각 제공해온 핵심 가치, 즉 전문성과 확장성을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흡수한다. 단순한 효율 개선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 자체를 재정의한다.

아웃소싱 전문성을 대체하는 AI

전문 번역가, 재무 분석가, 기술 문서 작성자가 담당하던 업무를 이제 대형언어모델(LLM)이 수 초 안에 처리한다. 번역만 봐도 AI는 더 이상 단어만 바꾸지 않는다. 맥락을 읽고, 도메인 전문 용어를 적용하며 문서의 목적에 맞게 어조와 스타일을 조정한다. 인간의 직관적 전문성이 호출 가능한 디지털 역량으로 바뀌었다.

골드만삭스가 자체 코드베이스에 도입한 AI 코딩 어시스턴트는 주니어 엔지니어 업무의 상당 부분을 흡수했다. JP모건은 법무 검토 업무에 AI를 투입해 변호사 36만 시간 분량의 작업을 수 초로 단축했다고 밝혔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진행 중이다. 한 대형 로펌은 계약서 1차 검토를 전담하던 시니어 어소시에이트 인력을 줄이고, 대신 AI가 처리한 결과를 파트너가 검수하는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크라우드소싱 확장성을 압도하는 AI

전통적 크라우드소싱은 수백, 수천 명의 작업자를 조율해야 했다. 시차, 품질 편차, 검토 오버헤드라는 복잡성이 따라붙었다. AI는 이 시스템 전체를 압축한다.

에이전트 AI는 과거 수천 명이 필요했던 작업을 수 초 안에 수행하며, 자체적으로 일관성 기준을 적용한다. '더 많은 작업자 = 더 많은 산출물'이라는 공식이 '더 많은 GPU = 기하급수적으로 더 많은 산출물'로 대체됐다.

오픈AI의 ‘딥리서치’는 이 변화의 상징적 사례다. 과거 컨설팅 회사가 주니어 애널리스트 5~6명을 일주일간 투입해 만들던 시장 조사 보고서를 이 기능 하나가 30분 안에 비슷한 품질로 생산한다. 앤트로픽과 구글도 동일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2. 새로운 생산성 방정식: 인원 × 시간에서 모델 × 컴퓨팅으로

AI는 조직 생산성의 기본 개념을 재정의한다. 100명 규모의 팀을 구축하는 대신 기업은 강력한 모델 하나를 파인튜닝하고 컴퓨팅을 탄력적으로 확장해 동등하거나 더 나은 결과를 얻는다. 이 변화의 기반에는 한 번 만든 모델을 다른 상황에 응용·확장할 수 있게 만든 전이 학습(Transfer Learning, 사전학습 후 미세조정)의 보편화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AI 에이전트는 단순한 자동화 도구가 아니다. 

인간의 추론 패턴을 학습하고 복잡한 작업을 분해하며 실행 단계를 계획하고, 스스로 우선순위를 정한다. 과거 운영 팀 전체가 담당했던 관리와 조정 기능을 내재화하면서 조직을 훨씬 가볍고 확장 가능하게 만든다.

에이전트는 상황 인식에서 출발해 계획 수립, 추론과 판단, 실행, 그리고 피드백 수렴으로 이어지는 학습 과정을 대규모로 수행한다. 인지(Perception)에서 계획·추론(Planning·Reasoning)을 거쳐 행동(Action)에 이르는 이 사이클은 인간 조직이 따라잡기 어려운 속도로 반복된다.

세콰이어 캐피털이 지난 2025년 연례 컨퍼런스인 '어센트 2025'에서 ‘AI 시대의 새로운 단위 경제학’이라 부른 이 변화는 이미 수치로 나타난다. 2025년 미국 SaaS 기업의 평균 ARR(연간 반복 매출) 대비 직원 수가 5년 전보다 절반 가까이 줄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직원 1인당 매출이 두 배 가까이 늘었다는 의미다.

클라르나(Klarna)가 고객 서비스 챗봇을 도입한 뒤 700명의 풀타임 상담원 업무를 대체했다고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클라르나는 이후 AI만으로 충족되지 않는 고객 경험의 영역이 있다며 일부 인간 상담 인력을 다시 보강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AI가 인력을 통째로 대체한다기 보다는, 생산성 방정식 자체가 재구성되고 있는 사례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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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속도와 비용의 혁명: 손익분기점이 무너진다

AI는 업무의 속도와 비용 구조를 동시에 바꿔 기업의 손익분기점(BEP)을 근본적으로 낮춘다. 가장 극적인 변화는 실험 비용의 급락이다.

기업은 더 이상 새로운 시장을 탐색하기 위해 컨설팅 팀과 몇 주간의 리서치를 기다리지 않는다. AI가 글로벌 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핵심 인사이트를 몇 시간 안에 도출한다.

고가의 전문가와 크라우드소싱 인력을 대체함으로써 AI는 수많은 비즈니스 모델의 손익분기점을 낮춘다. 한때 수십 명의 전문가가 필요했던 시장을 이제 모델과 GPU 접근권을 갖춘 소규모 팀이 서비스할 수 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이를 ‘1인 유니콘’이라는 표현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샘 알트만 오픈AI CEO는 "머지않아 직원 한 명짜리 10억 달러 기업이 등장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실패가 저렴해졌다는 점이다. 조직은 더 이상 채용과 조직 재편의 매몰 비용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모델 튜닝과 GPU 지출은 가변적이고 되돌릴 수 있다.

이는 더 많은 실험, 더 빠른 방향 전환, 더 과감한 전략 실행을 가능하게 한다. 한국 기업들이 특히 주목해야 할 지점이다. 그동안 한국 조직은 일단 채용한 인력을 유지하는 데 따르는 부담 때문에 새로운 시도를 미루는 경향이 강했다.

AI는 이 보수성의 근거 자체를 흔든다. 시도해보고 아니면 빠르게 접는 일이 비용 면에서도, 조직 정서 면에서도 가능해지는 것이다.

4. 의사결정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생산성과 비즈니스 경제학에 미치는 AI의 영향이 이렇게 크다면, 근본적인 질문이 남는다. 모델과 컴퓨팅이 거의 모든 일을 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한가? 조심스럽지만 필자는 이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하고 싶다.

AI는 정보 처리와 솔루션 최적화에 탁월하다. 그러나 인간의 결정에는 숫자로 환원할 수 없는 차원이 있다. 안전과 위험 평가, 사회적·조직적 영향, 윤리적 정당화, 예측 불가능한 결과에 대한 책임이다. AI는 이런 문제를 추론할 수 있지만, 최종 의사결정자가 될 수는 없다.

인간의 결정은 이해관계, 문화적 감수성, 도덕적 판단, 역사적 맥락이 얽힌 복잡한 그물망에서 나온다. AI는 목표를 효율적으로 달성하는 ‘방법’을 제안할 수 있지만, 목표가 무엇이어야 하는지는 오직 인간이 정의해야 한다.

레이 커즈와일이 말했던 싱귤래리티에 도달할 즈음, 우리는 인공지능이 결정해주는 것을 실행하는 존재, 또는 인공지능과 함께 결정하는 존재로 변화할 수도 있다. 그러나 결국 사회를 구성하고 규칙과 제도를 만들며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가는 주체는 인간이다. 인간다움이라는 가치 역시 인간 스스로 규정하고 만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한 가지 사례를 떠올린다. 지난해 한 글로벌 빅테크가 AI 윤리 가이드라인을 수정하면서 "군사 목적 사용 금지" 조항을 삭제한 일이 있었다. 모델의 성능이나 비용 효율과는 무관한 결정이었다. 회사의 가치관, 시장 환경, 정치적 맥락, 주주 압박이 함께 작용한 인간의 판단이다.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이런 결정의 무게를 대신 짊어지기는 어렵다. 가치를 정의하고, 결과에 책임지며,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는 일은 알고리즘이 떠맡을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남는다.

AI는 정보 처리와 솔루션 최적화에 탁월하다. 그러나 인간의 결정에는 숫자로 환원할 수 없는 차원이 있다. AI는 목표를 효율적으로 달성하는 ‘방법’을 제안할 수 있지만, 목표가 무엇이어야 하는지는 오직 인간이 정의해야 한다. (출처 : Shutterstock)

5. 새로운 경쟁 우위: AI 시대의 인간 통찰

AI가 가치 판단과 책임의 영역에 들어올 수 없다면, 남는 질문은 명확하다. "그렇다면 인간과 조직은 무엇을 갖춰야 하는가?"

앞서 짚었듯 아웃소싱과 크라우드소싱 시대의 성패는 '일을 얼마나 정확하게 정의하느냐'에 달려 있었다. 이른바 '문제 정의자(Problem Framer)' 다. AI 시대에는 이 능력의 중요성이 오히려 커진다.

모델의 성능이 평준화될수록, 같은 도구로 어떤 문제를 풀게 할지를 아는 쪽이 결과의 격차를 만든다. 기업이 길러야 할 첫 번째 역량은 바로 이 문제를 정의하고 일을 설계하는 힘이다.

또 이렇게 만든 결과를 어디에, 어떤 가치 기준에 따라 적용할지 판단하는 힘이 중요해진다. AI가 아무리 정교한 답을 내놓아도, 그 답을 어느 맥락에 놓을지, 어떤 영향을 감수할지는 인간이 결정해야 한다. 무엇을 어떻게 시킬 것인가"에 이어 "그렇게 시킨 결과물로 무엇을 할 것인가?"의 문제가 따라온다. 이 두 축의 균형이 AI 주도 미래의 지속 가능한 승자를 결정할 것이라 본다.

실리콘밸리의 변화를 한국 기업이 단순히 따라가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한국이 가진 제조 역량, 조직 응집력, 빠른 실행력이라는 강점 위에 AI를 어떻게 얹을 것인지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한다. 그 답을 찾는 과정 자체가 AI 시대의 새로운 경쟁 우위가 될 수밖에 없다.

정현준 대표는 누구?

정현준 엠포라AI 대표는 어도비(Adobe) 응용 연구 디렉터를 지낸 AI·머신러닝 전문가다. 애플, 아마존, 나이키를 거쳐 텍사스대 오스틴에서 수학했다. 포토샵의 다수 AI 기능 개발에 참여했으며, 2000년대 후반 크라우드소싱 데이터 연구부터 생성 AI 시대까지 '사람과 AI가 일을 나누는 방식'의 변화를 현장에서 추적해왔다. 2026년 AI 네이티브 스타트업 '엠포라AI'를 창업했다.

정현준 대표 링크드인

정현준 엠포라AI 대표 (출처 : 정현준 대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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