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지진보다 쎄다... 실적 부진, 대만증시 흔들

반도체의 회복은 아직일까? 반도체 장비 산업의 '슈퍼 을'인 유럽의 ASML이 부진한 수요를 제시한데 이어 세계 최대의 반도체 제조업체인 대만의 TSMC 역시 전망을 하향 조정하고 글로벌 시장의 약세 심리가 겹치면서 투자자들의 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

TSMC는 강력한 AI칩 수요에 힘입어 월가의 예상에 부합하는 실적을 보고했지만 더 뜨거운 인공지능 열풍에 대한 기대에는 못 미치는 전망을 제시했다. 이로 인해 실적발표 이후 해외 투자자들이 대만 주식에서 약 858억 대만달러(26억 달러) 규모의 주식을 매도하며 지난 3년 동안 최대 규모의 매도세를 기록했다.

이런 매도 압력은 대만 기술 중심의 벤치마크 지수를 약 4%에 가깝게 하락시켰고 이는 2022년 10월 이후 최대의 일일 하락폭으로 기록됐다. 이는 통화시장에도 영향을 미치며 대만 달러화가 2016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마감하는 부진을 주도했다.

대만의 국영 은행 관계자들에 따르면 TSMC의 실적 발표 이후, 심각한 자금 유출로 국영 은행은 하루 종일 외환 시장에 달러 유동성을 적극적으로 제공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는 등 국가 경제를 뒤흔드는 초유의 결과를 낳았다는 평이다.

TSMC가 실적 발표 이후 5%가 넘는 급락세를 보이며 부진한 주가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실적 자체는 훌륭했다. 올해 전망도 AI 칩의 지속적인 수요 덕분에 올해 견고한 성장을 예고했다. 다만 이는 월가의 뜨거운 기대에는 크게 못 미쳤다.

TSMC는 1분기 매출이 5926억 4천만 대만달러로 시장의 예상치였던 5829억 4천만 대만달러의 추정치에 부합했다. 순이익은 2254억 9천만 대만달러로 역시 월가 추정치였던 2135억 9천만 대만달러를 약 3% 상회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5%가 증가했고 순이익은 8.9% 성장했다. 웬델 황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024년 2분기에는 업계를 선도하는 3 나노미터와 5 나노미터에 대한 강력한 수요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고 C.C 웨이 역시 2024년은 건강한 성장의 해가 될 것이라 자신했다.

특히 웨이 CEO는 "거의 모든 AI 혁신기업들이 TSMC와 협력하여 에너지 효율적인 컴퓨팅 성능에 대한 만족할 수 없는 AI 관련 수요를 해결하고 있다"고 자신하며 서버 AI 프로세서의 매출 기여가 "올해 두 배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

다음은 TSMC의 1분기 실적 브리핑의 주요 내용이다.

매출과 순이익 예상치 초과: TSMC는 1분기에 5926억 4천만 대만 달러의 순매출과 2254억 9천만 대만 달러의 순이익을 기록. 매출은 월가 추정치 대비 0.06% 상회, 순이익은 추정치 대비 3.15% 상회하는 어닝 서프라이즈 기록.

2분기 성장 전망: CFO 웬델 황은 2분기에는 3나노미터와 5나노미터 기술에 대한 강력한 수요가 예상된다고 전망. C.C 웨이 CEO는 2024년이 기술 리더십과 고객 기반 확대에 힘입어 건강한 성장이 이루어질 것이라 예상.

AI 칩 수요 증가: TSMC는 AI 관련 서버 프로세서의 매출이 올해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 이는 챗GPT 같은 대규모 언어 모델의 확산에 힘입은 것으로 인공지능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

3나노미터 칩 생산 및 2나노미터 칩 개발 계획: TSMC는 현재 3나노미터 칩을 생산 중이며, 2025년에 2나노미터 칩의 대량 생산을 시작할 계획임을 시사.

최근 발생한 지진 영향: 지진으로 인해 일부 웨이퍼가 손상되었으나, 회사는 2분기 중 대부분의 생산 손실을 회복하고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최소화할 것으로 전망.

미국 정부의 자금 지원: 미국은 TSMC의 애리조나 자회사에 최대 66억 달러의 정부 자금 지원을 승인. 이 자금은 세계에서 가장 진보된 반도체 제조 공장 건설에 이용될 전망.

TSMC의 견고한 실적과 전망에도 월가의 기대에는 못미쳤다. TSMC도 자체 전망을 하향 조정하며 이전과는 상황이 다를 수 있음을 시사했다.

TSMC는 스마트폰과 개인용 컴퓨터 시장의 취약성을 경고하면서 2024년 반도체 시장 성장 전망을 기존 예상보다 약 10% 낮춘 수치로 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메모리 칩을 제외한 시장 전망에 해당되며 회사의 파운드리 부문 성장 전망도 하향 조정됐다.

CC 웨이 CEO는 "거시경제적 및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소비자 심리와 최종 시장 수요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실적 컨퍼런스 콜을 통해 밝혔다. 이러한 불확실성에도 회사는 올해의 용량 확장과 업그레이드를 위한 지출 추정치를 280억 달러에서 320억 달러로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이 소식이 전해진 후 TSMC의 주가는 타이베이에서 6% 이상 급락하여 18개월 만에 가장 큰 하락을 기록했다. 하지만 회사는 인공 지능(AI)과 관련된 모든 것에 대한 수요에서 견고한 매출 상승을 재확인하면서 인공지능 열풍으로 인한 반도체의 회복이 계속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실제 TSMC는 지난주에만 2022년 이후 가장 빠른 매출 성장을 공개했으며 이는 AI 개발을 가속화하는 칩에 대한 수요가 스마트폰 시장 침체의 여파를 상쇄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시사한다. 회사는 글로벌 거시경제적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광범위한 반도체 시장이 회복됨에 따라 올해 매출이 최소 20% 이상 성장할 것으로 기대했다.

또한 TSMC는 2025년 4분기에 차세대 2 나노미터 칩의 대량 생산을 시작할 예정으로 강력한 수요에 개발 일정을 단축함을 시사했다. 다만 웨이 CEO는 TSMC의 자동차 사업이 이전의 상승 전망에 비해 올해 하락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