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건 vs 메타, 리얼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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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주 2022.06.24 03:33 PDT
탑건 vs 메타, 리얼이란 무엇인가?
영화 〈탑건: 매버릭〉의 한 장면 (출처 : Paramou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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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뷰스레터 독자 여러분.

“나도 압니다. 하지만 오늘은 아닙니다.” 매버릭은 자신과 같은 파일럿을 구시대 유물 취급하는 해군 제독에게 이렇게 대꾸합니다. 드론 전투기의 시대가 오고 언젠간 인간 파일럿의 시대가 끝날진 몰라도 그 날이 오늘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영화 〈탑건 : 매버릭〉의 한 장면입니다. 매버릭은 곧장 활주로로 향합니다. 그대로 하늘로 날아오릅니다.

〈탑건 : 매버릭〉은 1986년에 개봉한 〈탑건〉의 속편입니다. 최고의 엘리트 파일럿들을 모아서 최고 중의 최고로 재탄생시키는 해군 비행 학교 탑건이 배경이죠. 〈탑건〉에서 그랬던 것처럼 〈탑건 : 매버릭〉에서도 최정예 파일럿들과 최신예 전투기들이 벌이는 도그파이팅이 압권입니다. 도그파이팅은 전투기들이 하늘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벌이는 공중전을 뜻합니다. 전투기의 투견이죠.

〈탑건〉에서 그랬던 것처럼 〈탑건 : 매버릭〉에서도 도그파이팅은 진짜 파일럿들이 실제 전투기를 몰고 리얼 공중전을 벌이는 방식으로 촬영됐습니다. 36년 전엔 실제 촬영이 불가피했습니다. 컴퓨터 그래픽 기술이 따라주지 못하는 386 시대였으니까요. 2022년엔 컴퓨터 그래픽으로 천지개벽도 천지창조도 할 수 있습니다. 타노스도 만들고 멀티버스도 만듭니다. 그런데도 〈탑건 : 매버릭〉은 실전 촬영을 고수했습니다.

주연배우 톰 크루즈 때문입니다. 톰 크루즈는 모든 스턴트 촬영을 대역 없이 직접 해내는 걸로 유명합니다. 〈미션 임파서블 : 로그네이션〉에선 이륙하는 비행기 동체 바깥에 정말로 매달렸죠. 그걸 8번이나 반복 촬영했습니다. 매버릭은 톰 크루즈가 연기한 해군 대위 피트 미첼의 콜싸인입니다. 매버릭은 아직 누구 소인지 낙인이 찍히지 않은 송아지를 뜻합니다. 카우보이 은어가 대중적으로 굳어졌습니다. 매버릭은 한 마디로 돌아이를 뜻합니다. 탑건에서 매버릭은 공중전에서 파격적인 비행술을 선보입니다. 교본에도 없습니다. 규칙에도 어긋납니다. 대신 최고죠.

할리우드에선 톰 크루즈가 매버릭입니다. 〈탑건 : 매버릭〉에서 톰 크루즈는 F-18 호넷과 F-14 톰캣 그리고 P-51 머스탱 전투기를 진짜로 조종했습니다. 심지어 〈탑건 : 매버릭〉의 주조연 배우들은 3개월 동안 톰 크루즈가 준비한 파일럿 훈련 프로그램을 이수해야만 했습니다. 〈탑건 : 매버릭〉 촬영장에는 그린 스크린이 없었습니다. 전부 실제로 촬영했으니까요.

톰 크루즈가 정말로 달리고 실제로 매달리고 진짜로 날아다니는 건 간덩이가 부어서가 아닙니다. 지금 관객들이 정말로 실제인 진짜를 체험하기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매일 디지털 체험에 노출됩니다. 손 안의 스마트폰은 우리를 서로 디지털로 연결해줍니다. 우리는 연인과 친구와 가족과 연결돼 있다고 느끼지만 그건 실제가 아닙니다. 정말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고 귀로 듣지 않으니까요. 그렇지만 21세기 디지털 세상에서 인간이 육체의 감각기관으로만 서로 진짜 연결된다고 보는 건 시대착오적입니다. 아날로그적 연결은 이미 디지털적 연결의 일부에 불과해졌습니다. 디지털은 인류가 지닌 연결의 의미를 영원히 바꿔놓았습니다. 경험도 마찬가지입니다. 언제부턴가 우린 간접 체험이라는 말을 일상적으로 쓰기 시작했습니다. 디지털 체험도 경험의 일부로 받아들인 겁니다.

그렇지만 디지털은 결국 가짜입니다. 그걸 지금 포스트 판데믹이 보여주고 있죠. 랜선 집들이를 하던 사람들은 공항으로 몰려가고 있습니다. 다들 디지털로 배달해서 먹던 음식을 직접 즐기러 나갑니다. 영상으로만 추앙하던 가수를 멀리서나마 육안으로 보고 싶어서 콘서트장으로 향합니다. 톰 크루즈가 디지털 컴퓨터 그래픽을 마다하고 목숨을 건 스턴트 촬영을 진짜 하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관객에게 비주얼 리얼리즘을 제공하기 위해서입니다. 디지털로 진짜처럼 보이는 것들은 이미 세상에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그딴 건 넷플릭스로도 유튜브로도 인스타그램으로도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관객을 극장까지 불러모으려면 진짜로 진짜여야만 합니다. 진짜 같은 가짜가 너무 많으니까요. 그럴수록 우리는 진짜 진짜가 진짜로 갈증나니까요. 톰형은 정말 알고 있습니다.

지난 6월 16일 메타가 깜짝 공개한 증강현실과 가상현실 그리고 혼합현실 헤드셋들은 그래서 〈탑건 : 매버릭〉에 대한 반격 같기도 합니다. 톰 크루즈가 시네마로 디지털은 따라올 수 없는 비주얼 리얼리즘을 보여주려고 한다면 마크 저커버그는 테크놀로지로 디지털도 진짜가 되는 비주얼 리얼리즘을 보여주려고 합니다. 톰 크루즈는 진짜 진짜는 따로 있다고 주장하죠. 마크 저커버그는 진짜와 가짜의 경계는 무너졌다고 주장합니다. 〈더밀크〉는 6월 16일 실리콘밸리 멘로파크 메타 플랫폼스 본사에서 진행된 마크 저커버그로부터 증강가상혼합현실에 관한 비전을 실시간으로 줌을 통해 직접 들었습니다. 한 가지만큼은 리얼리티였습니다. 마크도 매버릭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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