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인 칼럼] 21세기에도 우리 것은 세계적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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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연선 2021.07.14 11:10 PDT
[이상인 칼럼] 21세기에도 우리 것은 세계적인 것일까?
(출처 : ibighit.com)

브랜드의 세계화, 팬다 익스프레스와 꽃(Cote)
세계화 성공의 상징 K-pop, BTS

브랜드의 세계화(Globalization)라는 이야기를 우리는 많이 한다. 물론 중국과 인도 혹은 미국처럼 내수시장 자체가 엄청나거나 경제력이 대단한 나라도 있지만, 한국과 같은 국제 교류에 경제가 많이 의존되어 있는 나라의 경우 세계화라는 것은 생존과 확장에 직결된 이야기다.

세계화를 진행함에 있어, 크게 두 가지 방식이 있을 수 있다. 첫 번째는 세계인의 입맛에 맞게 잘 적응해 그들을 사로잡는 방식이고, 두 번째는 우리 것 본연의 가치를 숨기지 말고 오히려 장점으로 부각하는 방식이다. 두 방식 모두 일장 일단이 있을 수는 있지만, 모두 성공 가능한 방식이다.

판다 익스프레스 로고

미국에 판다 익스프레스(Panda Express)라고 하는 중국 음식 프랜차이즈 체인이 있다. 맥도날드(McDonald's)와 케이에프씨(KFC)처럼 햄버거와 치킨 같은 전형적인 서양식 메뉴를 기반으로 한 브랜드가 아닌 아시안 음식을 기반으로 하고 있고, 특히 오렌지 치킨 같은 미국인에 입맛에 맛게 진화한 메뉴를 미국 전역에 보급했다는 점에서 대단한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 도시 지역 외의 미국인들에게는 동양 음식의 기준으로 자리 잡은 곳이다. 판다 익스프레스가 적용한 메뉴와 맛의 정형화와 일관성은 프랜차이즈로서의 큰 성공을 거두어 미국과 유럽 등지에 2200개가 넘는 체인을 거느릴 정도로 성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판다 익스프레스를 훌륭한 중국 레스토랑으로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아시안 스타일을 강조하며 미국인의 입맛에 포커스를 맞춘(단맛과 짠맛을 강조) 중국식 미국 음식이다.

영화 더 파운더(The Founder) 포스터

현재의 맥도날드를 탄생시킨 레이 크록(Ray Kroc)의 영화 더 파운더(The Founder)를 보면 누구나 햄버거를 만들 수는 있다. 하지만 이를 더 효율적이고 조직적으로 정영화 해 스케일을 확장시킬 수 있는지가 누가 파운더임을 결정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실제로 맥도날드는 리차드 맥도날드(Richard McDonald)와 모리스 맥도날드(Maurice McDonald) 형제가 처음 만들었고 레이 크록에 의해 전 세계적인 스케일로 확장되었다. 맥도날드처럼 판다 익스프레스도 시스템으로 메뉴와 유통을 정형화해 성공한 브랜드다. 하지만 이들은 여기에 문화적인 요소를 가미했다는 차이점이 있다. 미국인에게 아시아의 식문화를 기반으로 미국인이 좋아할 수 있는 템플릿을 만들어 낸 것이다. 그리고 메뉴를 계속해서 발전시키기 위해 파사디나(Pasadena, CA) 지점에 메뉴 실험과 혁신을 시도하는 이노베이션(Innovation Kitchen)을 회사의 CMO이자 창업자의 딸인 안드레아 청(Andrea Cherng)이 직접 운영한다. 이를 통해 메뉴 전반의 퀄리티 상승을 도모하고자 한다.

꽃(Cote)의 내부 모습

반면 뉴욕에는 꽃(Cote)이라고 하는 코리안 바비큐 식당이 있다. 오픈한 지 일 년도 채 되지 않아 미슐랭 1 스타를 얻을 정도로 혜성과 같이 등장한 식당이다. 이곳에 방문하면 고깃집이 아니라 마치 최고급 바 혹은 파티에 입장하는 느낌마저 든다.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에 패션 모델과 같은 서양 직원이 서빙을 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들이 메뉴에 있는 한국어를 영어로 번역하지 않고 그대로 발음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갈비와 된장찌개를 서버에게 시키면 'Galbi and Dwenjang Stew'라며 주문을 확인해 준다. 그리고 멋진 플레이팅에 담겨 나오는 음식은 한국 전통의 맛을 수준 높게 살린 갈비와 된장찌개다. 한국인과 외국인 그 누가 먹어도 정말 맛있는 수준이다.

꽃(Cote)의 상차림 모습

이는 앞선 판다 익스프레스와 정반대의 경우인 미국인의 눈을 사로잡은 전형적인 한국 음식이다. 지금은 세계 유명 셰프들로부터 찬사를 받고 있을 뿐 아니라 힙합 레전드 나스(Nas) 같은 인플루언서들의 단골 식당이 된 이 식당은 얼마 전 마이애미에 지점을 내기도 했다. 사실 이 브랜드의 한계는 명확하다. 최상의 퀄리티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판다 익스프레스 같은 프랜차이즈 영업은 애초에 할 수 없다. 그리고 그들이 구축한 독특하고 독점적인(Exclusive) 고급 레스토랑으로서의 위치를 굳이 상쇄할 필요도 없다. 꽃이 태생적으로 판다 익스프레스만큼 스케일 업에 성공할 수 없다고 해서 실패한 브랜드라고 전혀 볼 수는 없는 것이다.

GROUP TEASER PHOTO (출처 : ibighit.com)

앞 선 두 가지 방식의 세계화를 대변하는 판다 익스프레스(Panda Express)와 꽃(Cote)과 같은 경우 모두 우리가 눈여겨볼 만한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재미있는 것은 여기에 이 두 가지 방식 모두를 적절하게 섞어 현재 전 세계를 사로잡은 한국의 브랜드는 또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BTS다. BTS는 그 존재 자체가 이미 글로벌 브랜드다. 그리고 이들은 한국의 전형적인 아이돌 육성 시스템 아래서 시작되었다. 인재 선발부터 육성 그리고 지속까지 가능한 K-pop의 시스템 위에 방시혁이라는 비전을 갖춘 이 그룹은 HOT부터 쌓여 온 정수가 담긴 한국식 보이 그룹이다.

이러한 탄탄한 바탕 위에 이들은 꽃처럼 외국인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힘도 갖췄다. 전 세계 프로페셔널의 힘을 합쳐 한국인이 아닌 외국인이 들어도 이질감 없이 팬이 될 수 있도록 그들에게 다가선다. 영국의 데이비드 스튜어트(David Stewart)가 프로듀싱하고 작곡한 그들의 히트곡 다이너마이트(Dynamite)가 대표적인 예다. BTS의 성공은 '우리 것이 세계적인 것이여'의 21세기 버전이다. 시스템과 본질 그리고 비전의 결합만큼 세계화에 있어서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은 없을 것이다.

이상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이상인님은 마이크로소프트 본사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플랫폼 그룹의 디자인 시스템 스튜디오 총괄로 일하고 있습니다. 컨설팅 업체 딜로이트 디자인(Deloitte Digital)의 디자인 디렉터로 일했으며, 디지털 에이전시 R/GA에서 리드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근무했습니다. 베스트셀러 '디자이너의 생각법; 시프트(2019년)'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뉴 호라이즌(2020년)'을 출간한 베스트셀러 저자이기도 합니다. 페이스북유튜브(쌩스터TV, 디자이너의 생각법), 클럽하우스 등에서 독자들과 활발히 만나고 있습니다. 더밀크에서는 디자인으로 세상보기 칼럼을 연재하며 최신 디자인 트렌드를 독자들께 알기 쉽게 선보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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