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유니콘’ 몰로코는 어떻게 위기를 극복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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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익 2024.04.13 23:36 PDT
‘실리콘밸리 유니콘’ 몰로코는 어떻게 위기를 극복했나?
박세혁 몰로코 공동창업자 겸 CIO (출처 : 더밀크/디자인: 김현지)

[롯데-더밀크 엘캠프 실리콘밸리] 박세혁 몰로코 공동창업자 겸 CIO
가장 성공한 실리콘밸리 한인 유니콘도 ‘좌충우돌’... 실패는 끝 아냐
구글, 메타와 경쟁... 머신러닝 기반 클라우드 DSP 탄생 스토리
인재가 비결... “좋은 사람 뽑고 일 잘할 수 있는 환경 만들어”

2013년 초 미국 실리콘밸리. 안익진 구글 엔지니어, 박세혁 오라클 엔지니어는 스타트업 창업을 목표로 새로운 앱을 설계하고 있었다.

게임 회사가 모바일 게임을 배포하기에 앞서 스마트폰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테스트 해주는 ‘테스팅 앱’ 사업을 구상한 것이다. 당시만 해도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스마트폰이 존재했고, 칩, 화면 크기 등 제원이 각양각색이라 오류가 빈번했다. 

한데 예상치 못했던 걸림돌이 튀어나왔다. 여러 스마트폰 기기를 인터넷 클라우드 기반으로 연결해 진행하는 테스트의 특성 때문에 네트워크 지연 현상이 발생했다. 사용자가 게임 내 캐릭터를 조작하면 실시간으로 반응해야 하는데, 한 박자씩 늦어 제대로 게임을 테스트할 수 없게 됐다. 

자본이 부족한 스타트업이 지속하기엔 어려운 사업이라고 판단해 결국 프로젝트를 접었습니다. 2013년 11월 안익진 CEO와 몰로코를 공동창업한 이후에도 실패 경험이 많았죠. 한동안 매출이 없었고, 계속 적자 상태였습니다.
박세혁 몰로코 공동창업자 겸 최고정보책임자(CIO)
몰로코 실리콘밸리 오피스 (출처 : MOLOCO)

‘좌충우돌’ 몰로코 실패기... 실패는 끝이 아니다

박세혁 몰로코 공동창업자 겸 최고정보책임자(CIO)는 몰로코의 지난날을 회상하며 ‘실패’를 언급했다. 2023년 기준 20억달러(약 2조8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지닌 가장 성공한 한인 스타트업 중 하나인 몰로코도 실패를 거듭하며 좌충우돌하던 시기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박 CIO에 따르면 창업 초기 몰로코는 3개월, 6개월 만에 한 번씩 사무실을 옮겨야 할 정도로 회사가 불안정했고, 계속해서 위기를 겪었다. 첫 번째로 추진했던 위치 기반 광고 서비스가 프라이버시 이슈에 막혀 좌초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사용자가 스마트폰을 들고 스타벅스에 갔다가 월마트에 들렀다면 월마트에 있는 커피 관련 상품 광고가 스마트폰에 나오게 하는 서비스를 하려고 했었죠. 그런데 정확한 위치 정보가 제공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고, 특히 프라이버시 관련 법률 이슈를 해결하기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결국 이 서비스도 접었죠.
박세혁 몰로코 공동창업자 겸 최고정보책임자(CIO)

끝이 아니다. 몰로코는 이후 스마트폰용 3D 이미지 광고 서비스를 시도했다가 실패했고, 다음으로 스마트폰 백그라운드 이미지 내려받는 앱에 광고를 붙이는 서비스를 추진했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몰로코는 구글 클라우드 고객 어워즈에서 크로스 인더스트리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출처 : MOLOCO)

구글, 메타와 경쟁... ML 기반 클라우드 DSP 탄생

하지만 잇따른 실패도 그들을 막진 못했다. ‘실패하지 않아야 하는 게 아니라 실패를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는 게 박 CIO의 생각이다. 실제로 몰로코는 실패를 이겨내고 몰로코가 잘하는 일에 집중, 반전을 만들어 냈다.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기계학습) 기술에 강점을 가진 몰로코의 ML 기반 클라우드 DSP(Demand Side Platform, 광고 구매 플랫폼)가 그 결과물이다. 애드테크(Adtech, 광고+기술) 한 분야에서 계속 도전을 이어나가면서 가장 잘하는 ML 기술 자체에 집중, 시장과 고객이 만족하는 서비스를 탄생시켰다.

박 CIO는 “몰로코 팀의 강점은 인프라, ML이다. 당장 1등은 못 하더라도 남들보다 더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있었다”며 “다만 DSP 시장 경쟁자는 구글, 페이스북이다. 진입 장벽이 높고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고 했다.

그는 “통장에 돈이 없어서 직원 월급을 제때 못 주게 됐던 시기가 있었는데, 시리즈 A 펀딩 자금이 들어와 가까스로 위기를 넘기기도 했다”며 “2016년 초까지 되게 힘들었다. 그런데 그 이후로 매출이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하더라. 흑자는 2019년부터 발생했다”고 했다.

엘켐프(L-Camp) 실리콘밸리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에 참여한 스타트업 창업가들 (출처 : 더밀크)

인재가 비결... “좋은 사람 뽑고 일 잘할 수 있는 환경 만들어”

박 CIO가 연사로 참여한 엘켐프(L-Camp) 실리콘밸리는 롯데벤처스와 더밀크가 한국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이다. 미국 실리콘밸리 현지 한인 창업가 및 VC들과의 순도 높은 네트워킹 및 IR(투자설명회) 기회를 제공한다. 2022년에 시작해 올해로 3회를 맞았다.

몰로코는 현재 약 600명의 직원과 플레이릭스, 드래프트킹스 같은 글로벌 고객사, 크래프톤, 삼성증권, 야놀자 등 한국 대형 고객사를 보유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사용자의 데이터를 활용해 광고 효율을 높이는 ML 기반 광고 플랫폼으로 빅테크와 경쟁하고 있으며 나스닥 상장을 준비 중이다. 

몰로코가 지난 10여 년 동안 여러 차례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이었을까. 박 CIO는 “인재가 비결이었다”고 했다.  

자금 조달, 운영, 관리 이슈로 고생할 때 최고운영책임자(COO), 인사담당자(HR) 등 훌륭한 인재가 합류해 문제를 해결했고, 기술 및 인프라 측면에서도 머신러닝 전문가들이 합류해 막힌 부분을 뚫어줬다는 것이다. 

박 CIO는 “몰로코는 트렌드를 잘 쫓아가고,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을 잘 포착하는 팀은 아니었다”며 “하지만 늘 좋은 사람을 뽑고, 그분들이 회사에서 좋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줬다. 회사가 꾸준히 도전하며 계속 성장할 수 있었던 까닭”이라고 강조했다. 

회사에 와서 보면 사람들이 함께 일하는 걸 너무 재밌어했어요. 하기 싫은 일을 강요하는 경우도 없었습니다. 대신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어떻게 하면 당신이 행복한지’를 항상 물었어요. 그걸 토대로 일 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느끼기에 메타 같은 빅테크도 어마어마한 특별한 기술력이 있다는 생각은 안 들어요. 해보니까 거기에서 일하시는 분들도 다 비슷한 경력 가진 분들입니다. 좋은 사람 잘 뽑고 제대로 된 방향으로 이끌어줄 수 있다면 몰로코 같은 스타트업도 빅테크와 경쟁할 수 있습니다.
박세혁 몰로코 공동창업자 겸 최고정보책임자(C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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