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네이터는 없다… 석학들이 말하는 ‘신호와 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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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익 2023.04.10 20:00 PDT
터미네이터는 없다… 석학들이 말하는 ‘신호와 소음’
(출처 : Gettyimages)

[뷰스레터플러스]
●혁신의 상징 ‘아마존 고(Amazon GO)’의 교훈
●‘AI 4대 석학’ 얀 르쿤·앤드류 응 교수가 본 미래
●케빈 켈리 “AI는 인간처럼 생각하지 않는다”

뷰스레터 구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박원익입니다.

저는 최근 뉴욕 맨해튼 브라이언트 파크(Bryant Park) 근처 웨스트 42번가에 있는 ‘아마존 고(Amazon GO)’ 매장에 다녀왔습니다. 평소에는 매장이 눈앞에 보여도 굳이 들어가지 않았었는데, 이날은 달랐습니다. ‘이 매장이 없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바뀌더군요. 

지난 달 아마존은 4월 중 뉴욕(2개), 시애틀(2개), 샌프란시스코(4개)에 위치한 아마존 고 매장 총 8개를 폐점한다고 밝혔습니다. 전체 29개 매장 중 30%를 영구적으로 폐쇄하는 강도 높은 조정이었습니다. 

지난 3월 말 방문한 맨해튼 아마존 고 매장 (출처 : 더밀크 박원익)

폐점 결정은 해당 매장의 사업성 악화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수십 대의 카메라, 센서, 컴퓨터 비전(기계가 사람처럼 사물을 인식하도록 만드는 AI 기술) 기술 등 첨단 장비와 기술력이 투입되는 반면 매출은 일반 편의점과 큰 차이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방문한 42번가 매장 역시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임에도 이용객이 많지 않았습니다. 안전, 도난 사고 등의 이유로 매장 관리 직원이 상주하는 매장이어서 ‘무인점포’로서 인건비 절감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음료수를 집어 들고 밖으로 걸어 나오는데 기분이 묘했습니다. 3년 전 시애틀에 첫 매장이 생겼을 때 아마존 고는 ‘혁신의 상징’으로 기술업계와 미디어로부터 큰 칭송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지난 3년 동안 무엇이 바뀐 걸까요?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요?

‘AI 4대 석학’ 얀 르쿤·앤드류 응 교수가 본 미래

인간의 지적 능력 획득 연령 (출처 : Yann LeCun)

아마존 고 사례에서 깨달은 교훈은 ‘지나친 기대감(hype, 하입)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단순한 명제였습니다. 새로운 기술이 처음 등장하고, 손에 잡히거나 눈에 보이는 무언가를 구현해 냈을 때 사람들은 흥분하기 쉽죠. 아마존 고의 탄생을 지켜본 저도 같은 심정이었습니다. 당장 아마존 고의 무인점포 방식이 유통업계를 혁신할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아직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아마존 고가 실패했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조금 더 기다리면 아마존 고가 폭발할 시점이 올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지나친 기대감이 우릴 잘못된 판단으로 이끌 수 있다는 점, 이론과 현실은 달라 실현에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최근 일부 AI 연구자, 전문가들이 ‘챗GPT(ChatGPT)’ 등 생성 AI를 둘러싼 지나친 기대감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AI 4대 석학’으로 꼽히는 앤드류 응 스탠퍼드대 교수는 튜링상 수상자인 얀 르쿤 뉴욕대 교수와의 대담에서 과거에 자신도 “자율주행차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적이었다”고 고백하기도 했습니다.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아직 풀지 못한 난제가 많다는 게 이들의 주장입니다. 인간 수준의 인공지능(AGI, 인공일반지능) 역시 당장 등장할 것처럼 흥분할 필요가 없다고 했습니다. 석학들이 예상하는 AGI 도래 시점은 언제일까요? 이들이 바라본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요? 최근 진행된 두 교수의 대담 전문을 소개합니다.

👉(대담 전문) 오픈AI 경쟁우위 지속 불가?

케빈 켈리 “AI는 인간처럼 생각하지 않는다”

케빈 켈리 (출처 : 더밀크)

세계 최고의 기술 문화 매거진 ‘와이어드(Wired)’를 지난 1993년 공동 창간하고 이후 7년간 편집장을 역임한 ‘실리콘밸리의 구루이자 사상가’ 케빈 켈리(Kevin Kelly)의 가르침도 울림이 큽니다. 

케빈 켈리는 인터넷의 탄생 이후 2000년 대중화가 시작될 때까지 이를 직접 지켜보며 세계로 확산한 인터넷 기술, 문화의 주역으로 꼽힙니다.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 제프 베이조스 등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을 창업했던 순간을 취재하고 전달했으며 기술을 넘어 이와 관련된 사회, 문화 현상까지 예리하게 분석해 뉴욕타임스로부터 ‘위대한 사상가’란 칭호를 얻기도 했죠. 

인터넷의 탄생과 인터넷 비즈니스의 씨앗이 뿌려진 것을 목격하고 기록한 케빈 켈리는 챗GPT와 GPT-4를 어떻게 평가하고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있을까요? 더밀크는 지난 3월 미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열린 SXSW2023에서 케빈 켈리의 강연을 현장에서 취재, 더밀크 AI 마스터클래스로 연재합니다. 

그가 말하는 ‘AI를 제대로 보는 방법’ 중 하나는 인간 중심적인 사고의 틀을 깨야 한다는 점입니다. 켈리에 따르면 인간의 지적 활동은 실제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기계적이며 AI는 ‘인간’처럼 생각하지 않고, 인위적 창의성을 지닙니다. 

👉(무료) 실리콘밸리 구루 케빈 켈리의 지혜

AI 분야 글로벌 투자 추이 (출처 : Stanford HAI)

미국 스탠퍼드대 인간중심인공지능연구소(Stanford HAI)가 최근 발간한 AI 보고서에 따르면 AI 기업에 대한 글로벌 투자 규모가 2022년에 감소했습니다. AI 관련 펀딩 숫자, 새로 자금 지원을 받은 AI 기업의 수가 모두 줄어든 건 1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입니다. 

생성 AI 열풍, 웨이브가 뜨거울수록 신호와 소음을 구별해야 합니다. 막연하게 AI 미래를 낙관하기보다 현실적인 전략, 실질적인 접근이 필요한 때입니다. 더밀크는 독자 여러분들이 챗GPT, GPT-4를 지나친 기대감(Hype) 없이 제대로 살펴보실 수 있도록 오는 4월 21일, 22일 ‘진짜 실리콘밸리 전문가’들이 들려주는 연속 웨비나 시리즈 ‘실리콘밸리에서 본 GPT 혁명’을 준비했습니다. 

오픈AI 핵심 투자자 리드 호프만과 함께 ‘블리츠스케일링’을 저술한 크리스 예 블리츠스케일링 벤처스 대표, 엔비디아와 손잡고 차세대 생성 AI 모델을 개발 중인 어도비의 정현준 ML 리서치 디렉터(Director of Research Engineering, AI/ML), 오픈AI의 투자를 받은 교육 분야 핵심 파트너 스픽의 앤드류 슈(Andrew Hsu) 공동창업자 겸 CTO를 연사로 모셨습니다. 

앞으로도 더밀크는 ‘신호가 무엇이고 소음이 무엇인지’ 독자분들이 판단하실 수 있도록 균형 잡힌 정보와 인사이트를 제공하는데 힘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뉴욕에서 

박원익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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