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출장은 '꿀'이 아니라 3D 직업?.. 출장이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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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이라 2022.10.15 17:26 PDT
해외 출장은 '꿀'이 아니라 3D 직업?.. 출장이 변했다
(출처 : shutterstock)

‘대사직 시대’ 조직문화 급변…청년 10명중 8명 첫 직장 떠나
변화하는 일의 문화, ‘저성장시대’ Z세대 구조적 특성 이해해야
출장에서 가장 중요한건 비용?…지속가능성 중요성↑

격변의 시대에 가장 위험한 건 격번 자체가 아니다. 지난 사고방식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

2022년이 3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전 세계를 뒤흔든 코로나19 팬데믹이 엔데믹으로 자리잡은 2022년은 여러 분야에서 새로운 변화가 나타났다. 팬데믹 이전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분야 중 하나는 바로 직장문화다. 대면근무에서 원격근무로 근무형태가 바뀐 것 뿐 아니라 조직문화도 완전히 달라졌다. 10명 중 8명은 3년 이내 첫 직장을 떠난다. 비용을 쥐어짜서 소위 영혼을 갈아넣어야 하는 출장은 직원이 먼저 거부한다. 최고의 실력을 갖고 있지만 영혼을 실지 않은 ‘소울리스좌’가 폭발적 반응을 일으킨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최근 발간한 저서 ‘트렌드코리아2023’에서 이를 ‘평균의 실종’ 및 ‘오피스 빅뱅’이란 현상으로 진단했다. 

그렇다면 떠나가는 젊은 인재를 붙잡고 조직을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요즘 젊은 애들은 영 근로의식이 없고 윤리의식이 박약하다’고 비판만 하다가는 평생 떠나는 인재 뒷모습만 보다 조직의 경쟁력을 잃을지도 모른다. 더밀크가 ‘SAP 컨커 서밋, 서울’에서 실마리를 찾아봤다. 

김난도 “내년 경제침체 전망…오피스 빅뱅 대응해야”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지난 13일 서울 중구 명동에서 개최한 ‘SAP컨커 서밋, 서울’의 기조연설자로 참석해 내년을 관통한 10가지 키워드를 제시했다. 그 중 가장 처음 등장하는 키워드는 평균의 실종(Redistribution of the Average)과 오피스 빅뱅(Arrival of new office culture)이다. 

김 교수는 “어떤 집단을 이해할 때 정규분포 가운데 평균이 있고 평균 주변으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있기 마련인데 팬데믹 이후 평균의 개념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며 “양 극단으로 치우치는 양극화와 개인간의 성향이 너무 달라 특정 기준으로 설명할 수 없는 N극화, 반대로 2위와의 격차를 압도적으로 벌리는 단극화의 특징이 두드러진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각자의 취향에 맞춰주고 각자를 개인화시켜주는 취향테크가 발전하는 건 N극화의 결과다. 이럴 때는 평균을 산출하는 게 점점 무의미해진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지금같은 시대엔 자신만의 뾰족한 역량을 키우는게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평균의 실종은 곧 오피스 빅뱅으로 이어졌다. 팬데믹으로 원격근무가 확대되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사람들이 일에 대한 습관을 재정비하기 시작한 것. 미국에서는 팬데믹 때 사직한 사람들이 다시 돌아오지 않고 있는 현상을 ‘대사직 시대(Great Resignation)’라고 명명했다. 최근엔 직장은 다니지만, 영혼이 없이 최소한의 일만 하는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이란 조어도 생겼다. 

한국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흐름은 비슷하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청년층 노동시장 진입 및 정착과정에 관한 실증연구’에 따르면, 청년층 임금근로자 10명 중 8명(75.9%)은 최소 1회 이상 이직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번 이직 경험이 있는 경우 첫 직장에서의 근무기간은 평균 2.9년이었다. 즉, 3년 내 직장을 이동하는 신입사원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김 교수는 “안정적 일자리로 꼽히는 공무원 조직에서도 3년 내 이직률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며 “이러한 조직문화가 생겨나는 여건과 상황을 이해할 때 대책을 바로세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가장 큰 이유는 고성장에서 저성장 시대로의 이동이다. 그는 “1980년대 급성장을 경험할 때에는 회사의 성장이 곧 개인의 성장이 될 수 있었지만, 이제 승진은 적체돼있고 더이상 회사의 성장이 개인의 성장으로 이어질 수 없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소비나 생산에 대한 기준이 높아졌다. 국민소득 8000달러이던 시절엔 개개인이 조금 희생하더라도 모두가 힘을 합쳐 성장해야 한다는 컨센서스가 있었다. 내돈으로는 사먹기 부담스럽던 소고기도 회식에서는 마음껏 먹을 수 있었고 여권발급조차 어렵던 때 해외출장은 특별했다. 새벽 5시반 착륙과 동시에 사무실로 출근하는 일정이어도 그저 회삿돈으로 출장을 갈 수 있는 것에 감사하던 때였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김 교수는 “국민소득이 높아진 지금은 대학생이 알바해 돈을 모아서 충분히 소고기를 사먹을 수 있고 해외여행도 자유롭게 다닌다”며 “일에 대한 절실함이 줄어든 반면 평균수명은 증가하면서 더이상 회사의 성장과 나의 성장을 동일시하기 어려워졌다”고 진단했다. 이어 “팬데믹은 트렌드를 바꿨지만, 방향을 바꾼게 아니라 속도를 바꾼 것”이라며 “원격근무로도 일이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고 무엇보다 조직문화에 직격탄을 날렸다”고 강조했다. 현대 경영학의 창시자 피터 드러커의 말처럼 격변의 시대 지난 사고방식을 버리고 새로운 구조를 이해하는 게 떠나는 인재를 붙잡는 첫번째 스텝이라는 분석이다.

김난도 교수가 제시하는 2023년을 관통할 10대 트렌드 (출처 : 송이라 기자)

출장의 새로운 기준 '지속가능성'

한편 이날 서밋에서는 ‘지속가능한 출장’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다. 비즈니스 출장이 전 세계 탄소발자국의 50%를 차지할 정도로 큰 만큼 ESG가 기업 출장의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다. 팬데믹 기간 중 뚝 끊겼던 기업출장이 서서히 재개되고 있지만, 출장의 기준은 과거와 사뭇 달라졌다. 단순히 비용 측면으로 접근하는 출장이 아닌 출장자들의 안전과 나아가 환경을 고려한 지속가능한 출장이 떠오르는 모습이다.

안상원 SAP코리아 부사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한국기업들을 조사한 결과 국내출장은 팬데믹 이전 수준의 3분의 2, 해외출장은 3분의 1까지 회복됐다”며 “하지만 팬데믹 이전의 출장형태로 돌아다는건 분명히 아니다. 직원들조차 출장을 왜 가야하는지, 안전하게 다녀올 수 있는지를 묻는다”고 말했다. 기업으로서는 ESG라는 주제가 운영에 아주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는 것. 

매튜 고스(Mattew Goss) SAP컨커 아・태지역 대표는 “조사 결과 전세계 600개 글로벌 기업 중 90%가 지속가능한 기업출장을 주목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에 걸맞는 내부 시스템을 갖춘 곳은 30%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공급업체들도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부킹닷컴과 같은 여행사이트에서는 친환경인증제도를 도입했고 호텔 체인들은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줄였다. 항공사 역시 친환경 연료 사용 등 흐름에 발맞추고 있다. 

안 부사장은 “지속 가능한 출장을 위해서는 조직 자체의 지속가능성을 바라보는 관점이 명확하게 서있어야 하며 이를 뒷받침해주는 출장 관련 프로세스 규정을 만들 필요가 있다”며 “과거 출장을 바라보는 관점은 오직 비용이었지만, 이제는 직원 경험, 출장이 야기하는 탄소배출량까지 고려해 직원 개개인이 주도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고 스케쥴링 할 수 있는 규정 및 프로세스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13일 서울 중구 명동에서 열린 'SAP컨커 서밋, 서울'에서 참가자들이 지속가능한 출장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출처 : 송이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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