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전쟁·원자재가 만드는 새로운 인플레이션..."금리로 못 잡는다"
헤드라인 CPI에 속지 마라… 연준을 움직인 ‘진짜 물가’는 따로 있다
연준이 CPI보다 더 두려워하는 숫자… ‘슈퍼코어’가 다시 뛰다
소비자물가에 아직 안 찍혔다… 원자재가 예고한 ‘다음 인플레’
2022년과는 다르다… ‘AI 수요+공급 충격’이 만든 새로운 인플레이션
더밀크의 시각: 금리로 공급 충격을 잡을 수 있을까
숫자는 시장의 예상과 정확히 일치했다.
9월 11일(현지시각) 미 노동통계국(BLS)이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 대비 0.4%, 전년 대비 3.4% 올랐다. 시장 전망치 그대로였다.
일반적이라면 예상에 부합한 지표는 시장을 안정시킨다. 하지만 발표 직후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9월 연준의 금리인상을 사실상 확실시했고, 연내 두 번째 금리인상 가능성까지 높게 반영했다.
주식시장이 급반등하며 지난 지난 4일간의 하락세를 일부 되돌리긴 했지만 이는 물가 지표때문이 아닌 파이낸셜타임즈(FT)가 보도한 호르무즈해협을 둘러싼 걸프 6개국 회담 가능성때문이었다.
올해 두 번의 금리인상. 불과 한 달 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시나리오였다.
7월 CPI 발표 직후 9월 금리인상 가능성은 34%까지 떨어졌다. 당시 시장은 휴전으로 전쟁 물가가 사라지고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7월 2.9%까지 떨어졌던 휘발유 가격이 8월에 다시 3.9%가 뛰며 CPI 상승분의 3분의 1 이상을 혼자 독차지했다. 에너지 물가 전체적으로는 전년 대비 16.3%가 올랐다.
시장을 움직인 결정적인 숫자는 헤드라인이 아닌 핵심물가에 있었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뺀 근원 CPI가 전월 대비 0.3% 올라 블룸버그 설문의 중간값인 0.2%를 넘어선 것이다.
연준으로서는 사실상 외면하기 어려운 신호다. 실제로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불과 일주일 전 8월 데이터에서 물가 개선이 일시적이었던 것으로 드러나면 "인상이 적절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케빈 워시 연준의장은 이미 잭슨홀을 통해 금리인상을 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달라며 상당히 매파적인 대전환을 예고했다.
연준은 이미 지난 회의에서 세 명의 위원이 0.25% 포인트 인상을 주장하며 금리동결에 반대표를 던진 바 있다. 2023년 7월 마지막 인상 이후, 다시 연준의 뱃머리가 긴축 사이클로 돌기 시작했다.
연준의 긴축을 요구하는 시그널이 근원물가보다 더 깊은 안쪽에서 나왔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