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엔 '가구'가 인간을 위해 일한다... CES서 찾은 사무공간의 미래
[민경중 코아스 대표이사] CES2025에서 본 AI 시대, 공간의 미래
"AI 대화형 업무 위한 1인용 스마트워크 부스 ‘POD’ 대중화 올 것"
자율주행 기술 발전으로 삶과 사무 공간 전방위적 확장 기대
CES2025가 성황리에 마쳤다. CES라는 거대한 혁신의 무대는 매년 첨단 기술과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펼쳐지는 경연장이자,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창구로 자리 잡았다.
CES2025는 단순한 축제를 넘어, 정성스럽게 준비된 기술과 혁신을 각자가 경험하고 해석하며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는 장으로 평가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지난 27년간 기자, 대학교수, 바이어, 전시자, 산업 전문가, 정부 관계자 등 다양한 역할로 CES를 경험해왔다. 특히 기자로서의 시각이 가장 강했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40년 역사를 가진 사무용 가구 제조업체 코아스의 CEO로서 CES에 참가하며, 새로운 시각으로 전시를 바라봤다. 단순한 관람객이 아니라, 기술과 디자인이 재정의한 사무 공간의 미래를 탐구하며 새로운 비전을 고민해야 하는 자리였다.
CES2025에서는 미래 사무 공간의 혁신 방향과 AI 및 사물인터넷(IoT)이 만들어갈 ‘움직이고 생각하는 공간’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원격 근무와 하이브리드 근무 모델의 확산은 사무실 공간의 사용 방식을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사무 가구, 전자제품, 조명, 공기정화장치 등 모든 요소가 데이터 중심으로 연결되어, 작업 공간이 보다 효율적이고 유기적으로 재편될 것이다.
CES서 확인한 미래 사무 공간: 5가지 주요 트렌드와 사례
👉 가구가 생각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사무 가구는 인공지능(AI) 기술과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해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변할 것이다. 실제 CES2025에서 삼성전자는 ‘스마트싱스(SmartThings)’와 5G를 결합해 사무실 내 모든 기기와 서비스를 연결하는 ‘FIT 플랫폼(Platform)’을 선보여 큰 눈길을 끌었다.
이 플랫폼은 사무 가구, 조명, 공기청정기 등이 사용자의 상태에 맞춰 자동으로 조정되도록 설계됐다. 이 처럼 향후 각 사무실에 있는 스마트 가구가 임직원의 스트레스를 감지, 자세를 모니터링하고 적응형 솔루션을 제공해 건강을 지원하게 될 것이다.
또 사용자의 존재를 인식하고 그에 맞춰 자연스럽게 적응하는 지능형 디지털 환경인 앰비언트 AI(Ambient Intelligence, AmI)가 이번 CES에서 강조됐다. 예를 들어, 현재는 버튼을 눌러야 하는 높낮이 조절 책상이 앞으로는 사용자가 사무실에 들어가면 자동으로 높이가 조절된다. 앰비언트 AI는 마치 '전자 집사'처럼 우리 주변에서 조용히 존재하며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래 기술의 핵심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PC와 키보드가 점차 사라지고 AI와 대화형 업무가 이뤄지면 방음과 몰입이 필요한 환경에서 1인용 스마트워크 부스인 POD가 일반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사무 공간에서 가장 큰 변화를 겪을 공간은 회의실이다. 홀로커넥트사의 홀로박스(Holobox)는 마치 바로 앞에 있는 것처럼 실감 나는 영상을 제공하며, 원격 진료, 회의, 쇼핑,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획기적인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 사무실이 움직인다
사무 공간은 이제 고정된 장소를 넘어 차량과 같은 이동형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다.
LG전자는 ‘모빌리티와 업무의 결합’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했다. LG전자의 ‘모빌리티 경험(MX)’ 플랫폼은 차량을 작업실, 취미 공간, 회의실로 변환하며, 원격 근무 세대에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한다. 이를 위해 집과 차량, 상업용 공간 등 다양한 공간에서 보유한 제품과 이를 통해 얻은 고객 인사이트에 MS의 AI 기술을 결합해 공감지능(Affectionate Intelligence) 통합 서비스를 구현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BOE의 스마트 화이트보드 C100은 이동 중에도 끊김 없는 협업 환경을 제공해 사무 공간의 이동성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아마존의 자회사인 죽스(ZOOX)가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웨스트홀에서 선보인 최신 로보택시 차량은 운전대, 운전석, 가속 페달이 없는 완전 자율주행 차량이다. 좌석이 서로 마주보는 형태로 전후방 양방향 주행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있어 차내에서 엔터와 인포가 결합된 움직이는 사무실로 활용될 수 있다.
중국의 샤오펑 자회사인 샤오펑에어로HT는 CES 2025에서 모듈식 플라잉카인 랜드 에어크래프트 캐리어(LAC)를 전시해 주목을 받았다. 이런 변화는 기술이 단지 편리함을 넘어 삶과 사무 공간의 확장이 전방위적으로 이뤄질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Wi-Fi 7과 디지털 트윈
IoT 기기와 스마트 디바이스의 급증으로 대역폭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신호 범위와 에너지 효율성을 동시에 요구하는 환경이 늘어나고 있다. 기존 Wi-Fi 기술로는 대규모 연결성과 안정성을 확보하기 어려워 고성능의 Wi-Fi 7과 저전력 장거리 통신을 지원하는 Wi-Fi 할로우(HaLow)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이 기술은 영화 한 편(30GB)을 5초 만에 다운로드할 수 있고, 8K 영상을 끊김 없이 스트리밍할 수 있다. 화상회의 중 끊김이나 버퍼링 현상이 거의 없고, VR/AR 기기 사용 시 어지러운 현상도 줄어든다.
더 빠르고, 더 안정적이며, 더 많은 기기를 동시에 연결할 수 있는 차세대 무선 통신 기술인 Wi-Fi 7은 CES 2025에서 현실로 다가왔다.
글로벌 네트워킹 및 스마트홈 기술 선도기업인 티피링크(TP-Link)와 무선 연결 솔루션 기업인 아시아RF(AsiaRF)는 최신 무선 통신 기술인 Wi-Fi 7 및 Wi-Fi 할로우를 선보였다. 이를 통해 빅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원격으로 사무실과 생산 현장을 동시에 제어하는 시스템이 가능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소니는 초고속 네트워크 환경에서 디지털 트윈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 공장 관리 솔루션을 시연하며, 원격으로도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음을 입증했다.
👉건강과 웰빙 중심의 디자인
직원의 건강과 웰빙을 고려한 기술이 사무 공간 혁신의 중심에 있다.
바디프랜드는 CES에서 ▲AI 헬스케어 로봇 ‘733’, ▲헬스케어 로봇 ‘에덴로보’, ▲마사지 소파 ‘파밀레C’를 선보이며 5년 연속 혁신상을 수상했다. 이 제품들은 업무 피로를 줄이고 자세를 교정하는 스마트 기능을 통해 건강과 생산성을 동시에 추구한다.
사무용 가구에도 스트레스 관리와 집중력 향상을 위한 조명, 온도, 습도 조절 기술이 필수적으로 접목될 전망이다.
특히 페이스허트(FaceHeart)라는 AI 심장 거울은 심박수, 혈압, 스트레스 지수를 분석하여 아침에 거울을 보는 것만으로도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일상적인 건강 모니터링이 가능해지며, 사무실 내 휴게실이나 화장실 등에 설치되어 직원들이 간단하게 자신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필요 시 스트레스 관리나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처럼 직원들의 건강과 웰빙에 대한 관심이 반영된 기술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국내 기업인 스마트사운드가 개발한 세계 최초 심폐질환 자가 진단 청진기인 스키퍼H1과 AI 기반 스마트 베이비 크립인 전자요람 베베루시(Bebelucy)는 영유아의 심박수, 호흡수, 수면 패턴, 스트레스 지수 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여 건강 상태를 관리한다. 이들 제품은 사무 환경에서도 직원들의 건강을 지원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플라루시(PlaLucy)는 개인용 피부 관리기로, 사무실에서의 스트레스와 피로로 인한 피부 문제를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또 멀티모달 인공지능 케어 시스템은 직원들의 심박수, 호흡, 수면 패턴, 스트레스 수준 등을 모니터링하여 건강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필요 시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다.
결국, 사무 가구는 디지털 헬스 제품과 결합하는 것을 넘어서, 디지털 헬스 자체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속 가능한 사무 공간
친환경이 중심 주제로 자리 잡으며, CES에서는 재활용 플라스틱과 바이오 기반 복합 소재로 제작된 가구들도 다수 등장했다. 국내 기업 더데이원랩은 생분해 플라스틱 대체제를 활용한 친환경 소재를 선보이며, 글로벌 진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또한, 순환 경제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사무가구 회사들은 모듈화된 디자인을 채택하여 부품을 교체하거나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하여 제품 수명을 연장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사무실 내 공기 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기술 면에서는 두 기업이 주목을 받았다. 물방울을 이용해 가습, 살균, 공기정화 등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로 지속 가능성과 에너지 분야에서 CES 2025 혁신상을 수상한 국내 스타트업 에이투어스, 그리고 살아있는 천연 이끼를 이용한 가습기로 CES 2024 혁신상을 받은 모스랩은 이번에 전자 패널과 결합한 제품을 선보이며 인테리어와 공기 정화 효과를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
가구에 들어가는 쿠션제 등 친환경 소재 사용은 미래 사무 환경에서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가구 회사들은 CES 2025 현장에서 큰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다.
CES 방문에 앞서 시애틀의 아마존 본사 건물인 '스피어(The Sphere)'를 찾았다. 6만 7천㎡ 크기의 둥근 유리 온실 구조물에 4만 개 이상의 식물로 꾸며져 있는 이 건물은 아마존 직원들의 휴식, 업무, 식사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상주 원예사만 6명에 70여 명의 전문가들이 관리하는 스피어는 마치 영화 아바타에 나오는 판도라 세계를 실물로 옮겨놓은 듯한 느낌을 주었다. 공교롭게도 올해 1월 2일부터 글로벌 빅테크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재택근무를 없애고 전 직원 5일 근무제를 전면 시행한다고 발표한 직후였다.
직장인 앱인 블라인드에 따르면 73%의 직원이 퇴사를 고려 중이라고 조사된 바 있다. 이는 기술의 진보와 생산성 향상만으로는 직원들이 행복한 공간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을 반영한다.
결국, 첨단 기술과 환경을 고려한 설계는 사무 공간의 중심이 될 것이다. 하지만 진정한 혁신은 기술의 발전을 넘어 인간 중심적이고 지속 가능한 공간을 설계하는 데 있다. 이런 측면에서 CES 2025는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하며, 변화의 중심에 설 기회를 열어줬다고 평가한다.
민경중 대표는 누구?
민경중 코아스 대표는 크로스미디어 저널리스트 출신의 경영자다. 한국외국어대 중국언어문화학부 겸임교수로도 재직 중이다.
지난 2003년 11월, 한국 인터넷 저널리즘 환경의 대변혁을 가져온 《노컷뉴스》를 기획, 창간하고 2005년에는 온오프라인을 통합한 유비쿼터스뉴스룸을 최초로 만들어 CBS를 대한민국 대표 언론으로 자리매김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보도국장 재임시 《김현정의 뉴스쇼》를 만들었으며, CBS가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을 11번 수상케 하는 신기록을 세운 바 있다.
지난 2024년 11월, 창립 40주년을 맞이한 사무가구 기업 코아스(KOAS)의 대표 이사로 취임했다. 코아스는 민경중 대표의 리더십 아래 'AI 토탈 솔루션 기업'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중국방송계 동향』(1997년),『현장기록 방송노조민주화 운동 20년사(공저)』 (2008년),『다르게 선택하라』 (2015년)가 있다.